"싸움 안 끝났다"…대우조선 파업 '희망버스' 거제 도착

by이용성 기자
2022.07.23 17:41:57

23일 희망버스 경남 거제 도착…3000여명 결집
하청 지회 고공 농성자 연단에 올라 "차별 철폐"
''옥쇄 농성'' 유최안 전화 연결…"무조건 버텼다"

[거제=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대우조선해양(042660)의 사내 하청 노사 간 ‘잠정 합의안’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가운데 23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서문에 ‘희망버스’가 도착했다.

23일 오후 7·23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희망버스(희망버스) 탑승객들이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서문 앞에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이용성 기자)
7·23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희망버스(희망버스)는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에서 출발해 오후 2시쯤 경남 거제에 도착했다.

희망버스 측에 따르면 서울 외에도 전국 31개 지역, 총 71개 단체에서 38대 버스와 자가용 등을 타고 약 3000명이 이날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거제로 모였다.

이날 연단에는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조 파업에서 ‘고공 농성’과 ‘단식농성’에 참여했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하청 지회) 조합원들이 올랐다.

31일 동안 1㎥ 철제구조물에 자신을 가뒀다가 전날 병원으로 이송된 유최안 하청 지회 부지회장은 전화 통화에서 “차별과 부당한 대우에 저항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우리가 옳다’는 신념으로 거점을 마련하고, 조합원들을 믿으며 무조건 버티기로 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모자란 승리지만 함께 나누고, 다시 싸울 수 있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형수 하청 지회 지회장은 “쓰레기 같은 합의안에 95% 조합원들이 찬성표를 던져줬다”며 “혹자는 이 투쟁이 실패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전국을 흔든 이 투쟁을 과소평가하지 말아 달라”고 외쳤다. 이어 그는 “차별을 철폐하고 자랑스러운 노동자의 역사를 만들어가겠다”고 부연했다.



사회를 맡은 이용우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 부위원장)는 “협상이 타결됐지만,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정부와 사용자는 더는 장난치지 말아 달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남은 투쟁에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희망버스를 제안한 김진숙 지도위원은 “사람답게 살 수 없는 ‘신종 노예’ 하청 노동자들이 권리를 주장하면 불법이 되는가”라며 “9명의 하청 노동자들이 체포영장을 받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희망버스 탑승객들은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주최하는 결의대회에 참석 후 문화제와 ‘하청 노동자 희망배 띄우기’ 등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앞서 전날 하청 노사간 협상이 타결되면서 51일 만에 하청 지회 파업이 종료됐다. 임금 인상과 고용승계 부분에 대해선 이견이 좁혀지며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졌으나 가장 큰 쟁점이었던 ‘민·형사상 면책’, 즉 손해배상 청구 문제에 관한 합의는 도출하지 못했다.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은 하청 지회의 파업으로 자체 추산 총 8165억원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며 법과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경남 거제경찰서는 업무방해 등 혐의로 하청 지회 집행부와 조합원 9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