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1위’ 벤츠의 굴욕…배출가스 허위광고로 200억 ‘철퇴’
by조용석 기자
2022.02.06 12:00:00
공정위, 표시광고법 위반한 벤츠에 202억 과징금 부과
‘NOx 90% 줄인다’ 광고하고 기준치 14배 고의 배출
벤츠 “30분 주행까지 작동하니 광고는 문제없어” 주장
공정위 “장기 허위광고 및 판매량 많아 과징금 규모 커”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수입차 1위’ 벤츠가 배출가스 허위광고로 20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내게 됐다. ‘2차 디젤게이트’ 핵심인 벤츠는 소비자에게 대기오염 물질인 질소산화물(NOx)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광고했으나 소프트웨어 조작으로 인해 실제는 이와 달랐다.
6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메르세데스벤츠(독일 본사 및 벤츠코리아)가 자사 경유 승용차의 배출가스 저감 성능을 사실과 다르거나 기만적으로 표시·광고했다고 판단, 과징금 202억원 및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2차 디젤게이트 사건으로 공정위 제재를 받은 수입차 회사 중 가장 큰 과징금 액수다.
제재대상 차종은 E350d를 포함해 15개 차종이며 판매대수는 3만 2382대, 판매금액은 2조 5256억원이다.
먼저 벤츠는 2013년 8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약 3년간 메르세데스벤츠 매거진, 카탈로그, 브로슈어, 보도자료 등을 통해 자사의 경유승용차가 블루텍(BlueTec) 기술로 질소산화물을 최소치인 90%까지 줄이고, 유로6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하는 성능을 가지고 있다고 광고했다.
하지만 벤츠는 대기오염 물질인 질소산화물을 요소수를 주입해 물과 질소로 분해하는 선택적촉매환원장치(SCR)를 조작, 도로주행 25~30분이 지나면 요소수 분사량을 줄여 질소산화물을 기준치의 5.8~14배까지 과다 배출되도록 했다. 벤츠의 SCR 시스템이 블루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벤츠는 요소수 사용량을 줄여 무게 및 요소수 탱크 크기를 줄이기 위해 불법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조작한 것”이라며 “요소수 무게가 줄면 연비가 높아지고, 탱크 크기가 작아지면 더 넓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벤츠는 SCR뿐 아니라 또 다른 배기가스 저감장치인 배출가스재순환장치(EGR)도 조작했다.
벤츠 측은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국내 승용차 주행의 90% 이상이 30분을 초과하지 않는다”며 배기가스 조작이 25~30분 이후에 일어난 점을 볼 때 광고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매일 30분 이상 주행이 400만건이 넘는다는 점을 고려, 벤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정위는 광고와 별도로 벤츠가 2012년~2018년 자사 경유승용차 내부에 부착한 배출가스표지판에 ‘본 차량은 대기환경보전법 및 소음진동관리법의 규정에 적합하게 제작됐다’고 표기한 것 역시 표시광고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문종숙 공정위 소비자안전정보과장은 “벤츠가 다른 수입사보다 과징금이 많은 것은 장기간 거짓 광고로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더 높았기 때문”이라며 “벤츠가 한국에서 차량을 많이 판매해 과징금 부과기준인 관련 매출액도 높았다”고 설명했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공정위에서 의결서를 받고 검토 후 구체적인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벤츠는 배출가스 조작사건으로 공정위 제재에 앞서 환경부로부터도 거짓인증 사유로 2020년 642억원, 지난해 43억원 등 2차례에 걸쳐 과징금이 부과됐다. 벤츠는 환경부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며 오는 4월 4번째 공판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