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집사 조용히 뜬다

by조선일보 기자
2006.11.15 09:14:22

대신 싸워주고, 월세 받아주고, 24시간 관리해주고…
‘빌딩 임대 관리업’ 인기몰이



[조선일보 제공] 빌딩을 주인 대신 관리해 주는 부동산 임대 관리업이 뜨고 있다. 이 업종의 주 타깃은 노(老)부부, 해외이민자, 타지역 거주자, 전문직 종사자 등 건물을 직접 관리하기 힘든 주인들이다. 부동산 임대관리 업체는 임대료가 밀리면 대신 받아주고, 세입자도 골라주고, 24시간 건물 시설관리까지 해준다. 건물주를 도와주는 일종의 ‘집사’인 셈이다. 전문적인 관리를 받아서 건물의 ‘몸값’이 높아지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도 있다.



부동산 임대관리업은 이미 일본·미국 등 선진국에선 활성화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선 IMF 외환위기 이후 대형빌딩을 사들인 외국인들이 처음 도입했다. 현재는 포커스에셋·두레시닝·글로벌PMC 등 전문업체를 비롯, 하나·신한·기업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가세해 시장을 키우고 있다. ‘글로벌 PMC’의 김용남 사장은 “건물 임대관리는 건물주가 직접 하거나 친척, 지인 등에게 맡기는 형태가 많았다”면서 “최근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부동산 임대관리에 대한 수요가 부쩍 늘고 있다”고 말했다. 불경기에는 건물 공실(空室)이라든가 임대료 연체 문제가 심각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틈새를 노리고 일부 업체는 가입 문턱을 대폭 낮춰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기도 한다. 하나은행 이원주 신탁부 차장은 “은행의 VIP 고객을 상대로 가입 기준을 연면적 300~500평으로 낮추고, 관리 수수료도 월 임대료의 5~8% 수준으로 내리는 등 조건을 대폭 완화했다”고 말했다.





부동산 임대관리를 맡기는 고객 연령대는 50~70대가 대부분. ‘포커스에셋’의 김민수 대표는 “고령화 사회로 진입할수록 건물관리를 아웃소싱하는 경우가 늘어난다”면서 “실제로 선진국에선 건물주가 세입자와 대면하는 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의사 김모(50)씨는 부모에게 5층짜리 건물을 상속받았지만 일이 너무 바빠서 외부업체에 건물관리 일체를 맡긴 경우다.



강남에 있는 1500평 건물을 가진 70대 건물주 A씨는 기존에 일하던 관리인이 거액의 퇴직금을 요구하는 등 불신이 커지자 위탁했다. A씨는 “건물관리를 아웃소싱하니까 마음이 홀가분해져서 골프를 즐기며 시간을 보낸다”며 “재계약할 때 서로 얼굴 붉힐 일도 없고 임대료도 5% 정도 올려 받았다”고 했다.

드센 임차인과의 갈등 끝에 임대관리 업체를 찾기도 한다. 변호사 부인인 50대 여성 B씨는 지하 1층에 세든 단란주점 사장과 임대료 연체 문제로 몸싸움까지 벌인 끝에 외부업체를 노크했다.

부동산 임대관리 비용은 업체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연면적 기준으로 평당 1000~3000원 수준이다. 가령 지상 5층, 연면적 500평짜리 건물이라면 월 100만~150만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하는 셈. 관리인 한 명을 따로 고용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이 같은 비용을 임차인들의 관리비에 전가하면 임차인 불만이 높아질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빌딩 수익률과 공실률 등을 고려해 서비스 이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건물 임대료는 건물주 통장으로 바로 입금되는지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