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獨 다 푸는데…韓 자율주행차, 또 규제에 발목 잡히나
by이준기 기자
2022.04.24 11:37:52
글로벌 자율주행차 시장, 2035년 '1조 달러' 성장 전망
자율주행 레벨3 본격화…"기술단계 맞춰 법 정비 필요"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미국·독일·일본의 완성차 기업들이 글로벌 자율주행자동차 시장 선점 경쟁에 잇달아 뛰어든 가운데 우리나라도 이에 뒤처지지 않게 대응하려면 적극적인 규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4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KPMG·한국자동차연구원 등의 연구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자율주행차 세계 시장 규모는 2020년 71억달러(약 8조8000억원)에서 2035년 1조달러(약 1243조원)로 연평균 41%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2030년 판매되는 신차의 절반 이상이 ‘레벨3’ 이상의 기술을 탑재할 것으로 예측됐다. 자율주행 발전단계는 레벨0~레벨5로 나뉘는데, 이 중 레벨3은 ‘자율주행시스템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만 운전자 개입이 필요한 수준’을 의미한다. 이미 미국 테슬라는 레벨 2.5∼3 수준으로 평가받는 완전자율주행모드(FSD)를 홍보하고 있다. 일본 혼다는 작년 3월 레벨3 기능을 갖춘 자율주행차 ‘레전드’를 출시한 바 있다. 독일 벤츠 역시 지난해 말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S-클래스 모델을 내놓았다.
현대차의 경우 연내 레벨3 수준의 고속도로 자율주행 기술 ‘HDP’를 개발, 제네시스 G90에 탑재한다는 계획이다. HDP는 손을 떼고도 시속 60㎞ 이내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하며 교차로 진·출입 때 스스로 속도를 조절한다.
이에 발맞춰 미국·일본·독일 등 주요 국가들은 레벨3 자율주행차가 실제 주행할 수 있는 법률적 요건을 이미 구축했다. 더 나아가 기술 발전 단계에 맞춰 법·규제를 지속적으로 정비·보완하고 있다. 예컨대 미국은 2016년 연방 자율주행차 정책(FAVP)을 통해 자율주행 단계별 가이드 라인을 제시했으며, 각 주(州) 정부의 법에 따라 레벨3 이상 차량의 주행을 허용하기로 했다. 일본은 2019년 도로운송차량법을 개정, 레벨3 자율주행차의 운행을 허용하기 위한 제도를 정비한 데 이어 혼다의 레벨3 자율주행 시스템 시판을 승인했다. 독일도 작년 레벨4 완전자율주행차의 운행을 허용하는 법률을 제정, 연내 상시 운행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 임시 운행만 가능한 상황이다. ‘자율주행차 상용화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자율주행차 안전운행 요건 및 시험운행 등에 관한 규정’ 등을 마련했음에도 추가적인 법·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자율주행 시범 서비스 주행거리 및 데이터 축적 규모가 주요 국가들에 비해 부족해 상용화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는 점도 문제다. 미국은 시범구역 내 자유로운 무인 운행을 통해 자율주행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보조운전자가 탑승해 시범운행을 해야 하며 주행하는 도로도 시범구역 내 특정 노선으로 제한돼 있다. 따라서 미국에선 1400대 이상의 자율주행차가 시범운행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220여 대에 불과한 처지다. 이로 인해 자율주행차의 주행 거리 합계는 미국은 3200만㎞, 우리나라는 고작 72만㎞에 그쳤다.
이규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자율주행 모드별 운전자의 주의 의무를 완화하고 군집 주행과 관련한 예외 규정을 신설하는 등 우리나라도 기술 발전 속도에 맞춰 관련 법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며 “레벨4 자율주행 상용화를 위해 자율주행용 간소 면허를 신설하고 원격 주차에 대비한 주차장 안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