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식주의자] “차갑게 변한 너 때문에 난 지금 얼얼해”
by박지혜 기자
2016.07.11 07:43:44
[이데일리 e뉴스 박지혜 기자] 간편한 식사에 만족스런 맛을 느낄 때만큼 행복할 때가 없습니다. 그 원초적인 욕구를 위해 간단하고 편안한 음식으로만 ‘편식’(便食) 해보려고 합니다. 맛에 대한 이야기인 만큼 다소 솔직하고 자극적일 수 있겠지만 늘 먹거리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잘 먹겠습니다.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2.7도로, 올해 들어 가장 더웠던 날. 편의점으로 가 냉장고 문을 벌컥 열었습니다. ‘쭈쭈바 하나 물고 가야지’ 하는 생각에 열었던 냉장고에서 뜻밖의 만남이 이루어졌습니다. ‘왜 여기 계세요?’라며 꺼내온 그들(?)을 모아봤습니다.
편의점 냉장고에서 ‘이것’을 봤을 때, 이름 때문에 쉽게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설마’ 날 보고 그냥 가려고?”라며 말을 거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꺼내보니 차가운 군고구마 ‘설마’(160g, 192kcal)였습니다. ‘군고구마가 왜 냉장고에? 꽁꽁 얼었네. 아, 데워먹는 거구나’하고 포장지를 보니 ‘5분 자연해동이나 전자레인지20초면 천연 아이스크림’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이걸 그냥 먹는다고? 이 부러지는 거 아냐?’하면서도 호기심에 곧바로 포장지를 뜯어 한 입 베어무니 고구마 케이크처럼 부드러웠습니다. 아무리 익힌 고구마라도 얼리면 딱딱하게 굳지 않을까 싶었는데 금방 먹기좋게 녹아서 ‘천연 아이스크림’이란 말을 실감나게 해줍니다.
‘설마’의 단맛도 재구매 의사를 높이는 데 한몫합니다. 이데일리 식구 중 한 명은 ‘설마’를 먹다가 “너무 달지 않아?”라며 아무것도 넣지 않은 고구마 100%라는 점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정도였습니다. 그 비결은 맥반석에서 구운 전북 고창 고구마를 영하 40도에서 급속 냉동한 데 있었습니다. 또 제품마다 균일한 크기와 당도도 매력적이었습니다.
가격은 1800원. 저렴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한여름에 고구마를 쉽게, 시원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가격은 아니라는 누리꾼의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GS25에 첫 선을 보인 뒤 입소문으로 이마트에도 입점했다는 ‘설마’에 대한 SNS 반응을 보니 특히 여성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었습니다. 주로 다이어트 할 때 먹거나 아이 간식으로 먹인다는 후기가 가장 많았습니다. ‘설마’는 올해 초 코미디 TV ‘맛있는 녀석들’ 편의점 편에서 개그우먼 강민경이 마가린과 피자치즈를 곁들여 전자레인지에 데운 뒤 패밀리레스토랑의 사이드 메뉴와 비슷한 비주얼을 재현해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또 ‘설마’의 껍질까지 먹어도 되냐는 질문도 많이 보였습니다. 당연히 껍질째 먹어도 좋은 세척된 고구마라고 합니다. 고구마 껍질에는 비타민C와 칼륨, 피부와 면역력에 좋은 베타카로틴이 들어 있다죠. 그렇다고 껍질 깔 필요도 없겠다 하면서 ‘함냐함냐함’, 아이스크림이다 하면서 ‘꿀떡꿀떡’ 급히 먹으면 체할 수 있습니다. 천천히 먹으면서 포만감도 느끼고, 점점 더 부드러워지는 식감도 즐기길 바랍니다.
요즘 주변에서 ‘이것’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일부러 찾아 먹어봤습니다. 세븐일레븐에서 판매하고 있는 ‘아이스 요구르트’(165kcal, 1500원)입니다. 현재 세븐일레븐의 아이스크림 판매 1위이자 출시 후 다른 아이스크림 베스트 판매 제품의 2배 가까이 판매됐다고 합니다.
어릴 적 조그만한 요구르트를 얼려 먹던 기억을 떠올리자 뚜껑이 달린 파우치 형태의 ‘아이스 요구르트’가 새삼스러웠습니다. 같은 맛을 다르게 느껴서일까요… 어른이 돼서 얼린 요구르트를 먹는다는 게 조카의 간식을 뺏어 먹는 철부지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요구르트의 병 모양을 살린 파우치가 참 귀엽게 느껴졌습니다.
파우치의 ‘설레임’과 같은 파란 입구를 쪽쪽 빨아들이자 익숙한 요구르트 맛의 슬러시가 흘러나왔습니다. 파스퇴르 요구르트를 사용한 ‘아이스 요구르트’는 우리가 아는 요구트르의 맛보다 상콤한 맛이 더 강했습니다. 편의점 대용량 요구르트가 잘 팔리는 트렌드에 맞춰 시장에 나오게 됐다는 아이스 요구르트의 출시 배경처럼 양은 충분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마시던 요구르트의 양은 65㎖, 아이스 요구르트는 170㎖입니다. ‘쪼로록’ 한입에 마시고 아쉬워서 쩝쩝하는 게 원조 요구르트의 매력이라면, 아이스 요구르트는 ‘좀 질린다’ 싶어야 끝이 납니다. 그렇지만 떡볶이에 쿨피스가 어울리듯, 매운 음식을 먹은 뒤 라면 제격일 듯 싶습니다
누리꾼들이 SNS에 ‘뚜껑을 열고 포장을 뜯을 때 조심하세요’, ‘먹기 전 재채기하거나 한숨 쉬지 마세요’라는 주의사항을 올려놨던 ‘이것’. 이런 불편한 부분을 감수하고도 맛있다는 롯데푸드의 ‘티라미수’(150㎖, 185kcal, 2500원)입니다. 티라미수 케이크를 차갑게 재현한 ‘티라미수’ 아이스크림은 케이크 시트 위에 에스프레소 시럽과 치즈 아이스크림을 올리고 코코아 파우더를 덮어 컵에 담아낸 제품입니다. ‘티라미수’ 역시 SNS를 통해 알려지며 3개월 판매물량 20만개가 일주일 만에 판매되는 등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티라미수’의 장점은 무엇보다 카페에서 먹을 수 있는 케이크를 어디서나 손쉽게, 그리고 시원하게 아이스크림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GS25 측도 티라미수 케이크를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으로 만든 제품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누리꾼들의 후기처럼 코코아 파우더가 날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포장을 뜯고 숟가락으로 푹 떠 올려보았습니다. 티라미수는 층층이 다른 재료가 한 데 섞이는 조화 때문에 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일단 아이스크림의 첫 맛에서 에스프레소의 맛과 향이 물씬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단맛이 너무 빨리, 진하게 치고 올라왔습니다. 그래서 티라미수 케이크의 매력 가운데 하나인 에스프레소와 코코아 파우더의 쌉싸래한 맛이 아쉬웠습니다.
더군다나 아이스크림에서 치즈의 맛을 느끼긴 어려웠습니다. 입체적인 티라미수의 맛을 뭉뚱그린 맛이랄까요? 티라미수 케이크가 커피를 마시다가 생각나는 맛이라면, 티라미수 아이스크림은 먹다 보면 커피가 생각나게 하는 맛이었습니다.
섭섭한 부분이 있는 제품이지만, 케이크의 맛을 한 컵에 충실하게 담아내려 애쓴 아이스크림이라는 점에선 고개를 끄덕이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