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스루 경제학]②땅도 좁은데..왜 드라이브 스루인가

by안승찬 기자
2014.09.17 08:32:21

공간 확보 안간힘..기둥 세우고 매장 2층에 올리는 실험
"드리이브 스루가 신성장동력..땅값 비싸다고 포기 못해"
패널 설치해 직접 대화하면 주문 설비 도입하기도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 있는 맥도날드 신월DT점. ‘필로티(Pilotis)’ 공법을 적용해 건물 1층에는 기둥만 세워 차량이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매장과 주방은 2층으로 모두 올렸다.(사진=한국맥도날드 제공)
[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우리나라 국토는 10만㎦다. 미국의 국토 크기는 982만4000㎦에 달한다. 우리나라보다 98.2배에 더 크다. 땅이 넓은 미국은 1950년대부터 차를 탄 상태에서 제품을 주문하고 받는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DT) 매장이 발달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60년이나 지난 지금 땅이 좁은 우리나라에도 드라이브 스루 매장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드라이브 스루는 말 그대로 차량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게 필수적이다. 그만큼 매장 공간이 넓어야 하고 건축 비용도 더 든다. 한국의 드라이브 스루는 처음부터 비싼 땅값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의 문제에 봉착했다.

한 차량 운전자가 스타벅스 경주보문호수점에 들어와 화상으로 주문하고 있다. (사진=스타벅스코리아 제공)
땅의 문제는 국내 드라이브 스루 매장의 위치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시내 중심가보다는 지방이나 변두리 지역에 드라이브 스루 매장이 많은 것도 사실 이 때문이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드라이브 스루 매장의 매출이 괜찮은 게 사실이지만, 아무래도 시내 한복판에 만들기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가급적 신도시나 지방의 공간의 여유가 있는 곳에 점포를 낼 때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고려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위치에 대한 고민은 국내 드라이브 스루를 이끌고 있는 맥도날드도 다르지 않다. 김기화 맥도날드 이사는 “처음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들여올 때부터 임대료가 높고 매장 부지가 좁다는 점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맥도날드가 내놓은 해법은 ‘한국형’ 드라이브 스루다. 지난해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 들어선 맥도날드 신월DT점은 건물의 1층에는 기둥만 세우는 ‘필로티(Pilotis)’ 건축 방식을 적용해 만들었다. 전세계 맥도날드의 드라이브 스루 매장 중에서 이런 식의 형태는 신월DT점이 처음이다.

김주현 한국맥도날드 마케팅 팀장은 “매장 1층의 절반 정도를 차가 들어올 수 있는 공간으로 삼고 주방과 로비를 모두 2층으로 옮겼다”면서 “땅 값이 비싼 대도시에 차가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고민하던 중 고안해 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신월DT점은 중국 맥도날드 등 해외 맥도날드의 벤치마킹 사례로 연구될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 김기화 이사는 “드라이브 스루가 더 폭발력을 가지려면 아무래도 소비자가 집중돼 있는 대도시에 들어와야 한다”며 “신월DT점은 그런 점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실험적인 매장”이라고 말했다.

스타벅스의 경우는 모든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 42인치 대형 스마트 패널을 설치한 것으로 유명하다. 패널을 통해 차 안의 소비자가 점포 내의 바리스타의 얼굴을 보면서 직접 대화하듯이 주문할 수 있도록 고안했다. 전 세계 스타벅스 매장 중에서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이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커피의 특성상 주문이 획일적이지 않고 다양하기 때문에 고객들이 바리스타와 대화하면서 실제로 매장에서 하듯이 편안하게 주문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드라이브 스루에 열심인 이유는 무엇보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이미 전국에 점포가 1222개에 달하는 롯데리아의 경우 점포 확대가 크게 둔화되고 있다. 이제는 단위당 매출 확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다.

드라이브 스루 매장은 매출이 훨씬 많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드라이브 스루 매장의 매출이 나쁘지 않다”고 귀띔했다.

맥도날드의 드라이브 스루 매장의 경우 일반 매장의 2배 이상이 매출이 나올 정도로 성과가 좋은 편이다. 맥도날드 일반 매장과 드라이브 스루 매장이 함께 있는 경우 일반 매장의 40%는 드라이브 스루에서 나온다.

김주현 팀장은 “주차 공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평소에는 그냥 지나치던 차량 운전 고객들이 드라이브 스루 매장에는 신규로 유입될 수 있다“며 ”새로운 고객층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판매 성과가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편으로는 고급스러운 카페화를 추구해 오래 앉아서 기다리는 고객들은 잡고, 다른 한편으로는 드라이브 스루를 통해 더 빠르고 편리함을 추구하는 투트랙 전략을 펴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