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상품'' ''7%대 금리''에 뭉칫돈

by조선일보 기자
2008.10.24 09:20:53

증시서 덴 자금 대이동
은행·저축銀 앞다퉈 고객잡기 7~8%대 이자경쟁
''稅前 7.5% 수익'' 신용등급 좋은 채권투자도 인기

[조선일보 제공] 회사원 이재은(34·서울)씨는 연 6.5% 금리에 가입한 1년 만기 정기예금을 10일 만에 해약했다. 가입 후 예금 금리가 수직상승하더니 어느새 연 7.3%가 되어 금리차가 0.8%포인트나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씨는 "은행에서 금리 인상 문자메시지를 받고 한참 고민했다"며 "낮은 금리 예금을 깨고 높은 금리 예금으로 재가입해서 만기를 10일만 미루면 이자를 20여만원 더 받을 수 있어 갈아탔다"고 했다.

최근 금융위기 여파로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진 가운데, 시중은행 예금 금리가 연 7%대로 올라서자 갈 곳 잃은 뭉칫돈들이 예금으로 몰려가고 있다. 국민·신한·우리·하나·외환 등 5개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이달 들어서만 10조원 이상 급증, 시중자금을 흡수하고 있다. 저축은행 등 2금융권도 연 8%대로 금리를 끌어올려 고객잡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 9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5.25%에서 연 5%로 0.25%포인트 내렸지만, 은행 예금 금리는 거꾸로 계속 오르는 추세다. 대다수 은행들은 현재 정기예금 금리로 연 7% 안팎을 제공하고 있다. 예전엔 예금 가입액이 많거나 단골고객일 경우에만 영업점장 전결로 특별 금리를 제공했지만, 요즘엔 고객돈 유치에 혈안이 된 은행들이 신규 고객이나 소액 가입자에게도 고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심영철 웰시안닷컴 대표는 "점포나 액수 등에 따라 똑같은 은행이라도 예금 금리가 0.1~0.3%포인트씩 차이 난다"며 "은행 홈페이지 금리만 보고 돈을 맡기지 말고 여러 은행 지점에 전화를 걸어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지점을 고르는 게 이득"이라고 말했다.

연 8% 안팎의 고금리를 지급하는 저축은행권 상품에도 돈이 몰리고 있다. 솔로몬저축은행이 지난 20~22일 3일간 판매한 연 8.29%(복리 기준)짜리 1년 만기 특판 예금은 하루 200억원어치씩 팔려나갔다. 정한영 팀장은 "정기적금을 깨서 펀드로 갔다가 손해보고 환매한 후 저축은행으로 다시 '유턴'하는 고객들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 붐비는 저축은행 23일 오전 고객들이 가득 찬 서울의 한 저축은행 점포. 최근 금리가 연 7~8%를 넘는 예금상품이 늘자 시중 자금이 다시 은행 이나 저축은행으로 몰리고 있다. /외부 제공

 

금융회사 간 고금리 특판 예금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금융감독원은 최근 은행들에 고금리 특판 판매 경쟁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일부 고객들은 조만간 금리가 고점을 찍고 떨어질 수 있겠다는 불안감에 예금 가입을 서두르고 있다. 강우신 기업은행 PB팀장은 "금융당국이 고금리 경쟁을 자제하라고 권고한 데다 정부에서도 시장 금리를 내리겠다고 발표하는 등 금리 인하 분위기가 거세지면서 고금리 예금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은행은 좌판에서 고금리 특판 상품을 빼내고 있다. 지난 15일 하나은행이 6개월 만기, 연 7.19% 금리로 출시한 특판예금은 한도액 1조원이 단 6일 만에 조기 소진되면서 마감됐다. 안성종 하나은행 PB사업부 팀장은 "향후 금리 향방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어느 정도 고점에 왔다고 판단한 거액 자산가들이 많이 가입했다"고 전했다.


신용등급이 좋은 우량업체들이 발행하는 고금리 우량 채권에도 돈이 몰리고 있다. 23일 동양종합금융증권이 230억원 한도로 판매한 GS칼텍스 기업어음(CP)은 단 하루 만에 동났다. 이민호 신탁팀 과장은 "신용등급이 AA+로 우량한 데다 6개월 세전 연 7.5% 수익이 예상돼 보수적인 투자 성향을 가진 개인들이 많이 투자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1~3년 장기 투자할 여윳돈이 있어서 고금리 채권에 투자한다면 '신용등급'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채권은 발행사가 부도나면 원금 일부를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정범식 파트장은 "신용등급 BBB-면 투자적격 등급으로 분류되며, A등급 이상이면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종합자산관리계좌(CMA)는 최근 한은 기준금리 인하 영향으로 일부 증권사들이 금리를 내리는 추세지만, 여전히 연 5.35~5.6%의 금리를 챙길 수 있다. 저축은행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1인당 원금과 이자를 합쳐 5000만원까지만 보장된다. 만일 1억원을 투자하고 싶다면 저축은행 2곳 이상에 예치하는 게 안전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