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경영)(60)천주교 성당의 납골당 갈등을 푸는 법

byKDI school 기자
2007.09.27 12:20:00


[이데일리] 납골당을 둘러싼 천주교회와 주민들의 갈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지난여름 서울시 노원구에 있는 태릉성당 인근 주민들은 새벽까지 이어지는 반대주민들의 확성기 소리에 밤잠을 설쳐야 했다.
 
최근에는 성당을 방문하는 정진석 추기경의 차량에 계란을 던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천주교회와 성당의 명예를 훼손하는 대형 현수막을 걸어놓거나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 주민들도 있다.
 
언론은 이러한 주민들의 행동을 집단이기주의로 규정하며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납골당을 반대하는 이유는 이해하지만 한밤중의 확성기 소음이나 계란세례, 등교거부 등의 방법은 납골당보다 더 비교육적이고 폭력적이라는 주장이다.

서울시에서 납골당 설치를 둘러싼 주민과 천주교회 간의 갈등은 태릉성당뿐만이 아니다. 마포에서는 절두산 순교기념관에 납골당을 설치하려다 문화재보호법에 저촉돼 반려되자 인접 주택가에 부지를 매입하여 성당과 주민들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흑석동 성당에서는 납골당 설치신고를 반려한 동작구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한 후 6천기 규모의 납골당을 운영하고 있다.
 
3개 지역 모두 주민들이 반대하기 때문에 구청들이 납골당 설치신고를 거부한 공통점이 있다. 이 때문에 3개 지역 모두 구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성당들이 모두 승소한 공통점도 있다. 3개 지역 주민들 모두 납골당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에 따른 교육환경과 집값하락 피해, 장례․조문․참배 차량의 출입에 따른 주차장 부족과 교통체증 피해 등을 이유로 반대한 것도 공통점이다.
 
마포구청은 1심에서 패소하여 항소심이 진행 중이고, 노원구청은 대법원까지 패소했지만 학교정화구역에 납골당을 포함하는 내용의 학교보건법 개정을 이유로 신고필증을 내주지 않아 다시 성당이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전통적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에는 3가지가 있다. 첫째는, 힘으로 해결하는 방법인데 국가 간의 전쟁이 대표적인 예다. 옳고 그름은 누가 더 힘이 센가로 결정된다. 국내에서는 파업이나 불매운동이 여기에 해당한다. 선거와 주민투표도 옳고 그름을 다수결로 결정한다는 점에서 힘에 의한 해결방법에 해당한다. 3보1배, 단식, 촛불집회 등의 평화적 시위와 농성도 여론을 움직여 상대방의 굴복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힘으로 이기는 해결방법의 하나다.
 
둘째는, 법으로 해결하는 방법인데 소송이 대표적인 예다. 옳고 그름은 법이 어떻게 규정하고 있느냐로 결정된다. 그러나 법을 만들고 해석하며 적용하는 힘이 누구에게 있느냐에 따라 옳고 그름이 좌우되기 쉽다는 점에서 소송 역시 힘에 의한 해결방법의 하나라는 반론도 있다.
 
셋째는, 대화에 의한 해결방법인데 대화에도 여러 가지 방식이 있다. 당사자들이 직접 만나 대화하는 협상, 중립적인 제3자의 도움을 받아 당사자들이 협상을 진행하는 조정, 아니면 중립적인 제3자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중재, 시민배심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들이 있다.
 
이상 3가지 방법 중에서 가장 바람직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대화에 의한 방법이다. 대화는 힘겨루기나 권리겨루기에 비해 많은 비용이 들어가지 않으면서 결과에 대한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높은 갈등해결 방법이다.
 
힘겨루기나 권리겨루기는 승자와 패자가 분명히 나뉘지만 대화는 갈등의 당사자가 모두 승자가 되는 해결방법이다. 대화 역시 누구 힘이 더 세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힘겨루기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힘겨루기보다는 소송이, 소송보다는 대화가 객관적인 기준과 원칙을 중시하는 갈등해결 방법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납골당을 둘러싼 천주교회와 주민, 지자체 간의 갈등도 대화가 최선의 해결방법이다. 오랫동안 누적돼 온 감정과 불신 때문에 직접 대화가 어려울 때는 중립적인 제3자의 도움을 청하는 방법도 있다. 당사자들이 직접 만나든 제3자를 통해서 만나든 중요한 것은 의사소통이다. 충분한 의사소통을 통해서 서로 상대방이 원하는 것과 걱정하는 것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면 갈등은 저절로 해결된다.
 
대화에 의한 해결방법은 문제와 사람을 분리해서 누가 이기고 지느냐의 대립구도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의 협력구도로 바꿔 버리는 마력이 있다. 대화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힘겨루기나 소송보다 비용이 적게 들어간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대화를 해 봐도 문제해결이 어려우면 그 다음에 소송을 제기해도 늦지 않다.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상대방이 승복하지 않으면 갈등은 해소되지 않고 여전히 지속된다. 법이 현실을 뒤따라가지 못하는 경우에 특히 그렇다.



지금도 늦지 않다. 성당에 납골당을 설치하면 주민들이 걱정하는 대로 자녀교육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집값이 떨어지는 피해가 발생하는지 성당과 주민, 구청이 공동으로 사실조사를 시작해야 한다. 문제는 피해가 있느냐 없느냐다. 납골당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그 다음에 결정하면 된다. 미국 일부 도시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갈등해결센터(Neighbourhood Justice Center 또는 Community Mediation Center)를 운영하고 있다. 지역에서 협상과 조정에 관한 훈련을 받은 자원봉사자들이 중립적인 입장에서 대화를 진행하며 양측이 모두 승복하는 해결책을 찾아내는 지역사회 갈등해결 시스템이다. 우리도 할 수 있다.



-前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장
-前 대통령비서실 환경비서관
-前 경기도 의왕시장
-卒 고려대 행정학 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