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절반 "실직하면 생계 막막…6개월도 못 버텨"
by박동현 기자
2024.12.22 12:00:00
전국 직장인 1000명 대상 설문조사
10명 중 4명 "2025년 실직 가능성이 있어"
"해고는 사회적 고립 초래…사회안전망 시급"
[이데일리 박동현 기자] 직장인 2명 중 1명은 갑작스러운 실직 시 6개월도 버티기 힘든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 와중 실직을 경험했다는 직장인은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특히 비정규직과 저임금 노동자 등의 상황은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가 지난 12월 2일부터 11일까지 전국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0.7%가 ‘실직할 경우 재정난 없이 버틸 수 있는 기간이 6개월 미만’이라고 22일 답했다. 실직할 경우에도 어려움 없이 1년 이상 버틸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의 22.7%에 불과했다.
절반 이상의 직장인들이 실직 이후에 대한 대응이 안 된 상황에서 실직률은 전년 대비 오히려 늘어났다. 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 사이 실직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18.2%로 지난해 12월 같은 조사에서보다 5.9%포인트 증가했다.
비정규직·저임금 노동자·20대 등 고용 취약계층의 상황이 더욱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비정규직의 실직 경험은 27.8%로 정규직(11.8%)의 두 배 이상을 기록했으며, 임금수준별로는 150만 원 미만이 24.3%, 연령별로는 20대가 22.2%로 실직 경험이 각 계층에서 가장 많았다.
단체에 제보한 한 계약직 직장인은 “계약직 사원으로 근무하던 중 일방적으로 계약만료 통보를 받았다”며 “연초 회의에서는 계약해지 없이 모두 같이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도 갑자기 해고당했다”고 사연을 전했다.
미래에 대한 전망도 어두웠다. 직장인 10명 중 4명(39.1%)은 ‘2025년에 실직 가능성이 있을 것을 우려한다’고 답했다. 비정규직의 경우 절반 이상(52%)이 실직을 우려했다. 임금수준별로는 최하위권인 월급 150만 원 미만 근로자의 49.2%가 실직 가능성을 제기했다.
직장인들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실직 등에서 보호받을 사회안전망이 미흡하다고 입을 모았다. 응답자의 63.9%가 ‘현행 사회보장제도가 충분하지 않다’고 답했는데, 이는 전년(51.4%) 대비 12.5%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설문에 응한 한 직장인은 “회사가 권고사직 명단을 만들어 내게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12월까지 서명하지 않으면 보직을 해임하고 한 달 후 퇴사 조치한다더라”고 남겼다.
단체는 노동약자를 위한 사회보장책 마련을 강조했다. 직장갑질119 김준규 활동가는 “내수 및 대외경제 어려움에 따른 실직의 공포는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며 “해고는 가족관계, 사회관계에서의 고립 등 직장인 삶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치기에 사회안전망 등 대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