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번 구부려도 95% 성능···기초 섬유 기술 개발

by강민구 기자
2024.04.07 12:00:00

KIST 연구팀, 에너지 저장장치 기초 섬유 기술 연구
추가 공정 필요 없고, 습식방사로 대량생산도 가능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최근 웨어러블(착용형) 기기들이 건강관리를 비롯해 가상공간에서 업무를 돕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가벼우면서 형태에 구애받지 않는 에너지 저장장치를 만들 가능성을 제시했다.

김승민 KIST 박사(왼쪽), 김남동 KIST 박사(가운데), 정현수 KIST 박사(오른쪽).(사진=KIST)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전북분원의 정현수 기능성복합소재연구센터 박사와 김남동 박사, 김승민 탄소융합소재연구센터 박사 공동 연구팀이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섬유형 전극 소재를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탄소나노튜브 섬유는 유연하고 가볍다. 뛰어난 기계·전기적 특성을 보유해 웨어러블 기기의 기초소재로 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하지만 비표면적(물체의 단위질량당 표면적)이 작고 전기화학 활성이 부족해 기존 연구에서는 주로 집전체로만 쓰고, 표면에 활성물질을 코팅하는 방법을 주로 썼다.

이 방법은 추가 물질과 공정이 필요해 비용이 상승하고, 오랜 기간 사용하면 물리적 변형이 발생해 활성물질이 섬유로부터 분리된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활성물질 없이도 높은 에너지 저장능력을 지닌 섬유형 전극 소재를 개발했다. 분말 형태의 탄소나노튜브를 섬유화해 전기화학 활성과 우수한 물리적 특성을 모두 갖춘 탄소나노튜브 섬유를 개발했다.



개발한 섬유는 일반 탄소나노튜브 섬유 대비 에너지 저장능력이 33배 늘었다. 또 기계 강도는 3.3배, 전기 전도도는 1.3배 이상 증가했다. 순수한 탄소나노튜브 섬유만을 사용해 에너지 저장 전극 소재를 개발했기 때문에 습식방사 기술을 이용한 대량생산도 가능하다.

연구팀이 섬유형 슈퍼 커패시터로 제작해 시험한 결과, 매듭을 지었을 때 100%에 가까운 성능을 유지했다. 또 5000번 구부림 시험을 거친뒤에도 95%의 성능을 발휘했다. 일반섬유와 탄소나노튜브 섬유를 직조해 디지털시계의 손목 줄로 제작했을 때도 구부림, 접기, 세척 후 잘 작동됐다.

김승민 박사는 “최근 이차전지의 도전재로 활용되며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한 탄소나노튜브가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재료분야 국제 학술지 ‘Advanced Energy Materials’에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