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실물시장과 시각차 보인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연설

by논설 위원
2020.10.29 06:00:00

어제 있었던 내년도 예산안 시정 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연설내내 ‘위기’와 ‘경제’를 강조했다. 경제는 43번, 위기는 28번이나 언급했을 정도다. 코로나 위기로 인한 경제 침체가 올해뿐 아니라 내년에도 이어질 것을 우려한 탓이다. 이런 배경 하에 경제난을 극복하고 민생을 안정시키기 위해 내년에도 강력한 재정지출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점은 이해가 간다. 일자리 확충을 비롯해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 지원 확대, 수출과 투자 확대 등 어느 곳 하나도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지 않은 부문이 없는 까닭이다.

하반기 들어 재정지출 효과가 가시화 되고 수출도 늘어나면서 3분기 경제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서는 등 지표가 개선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또한 S&P등 국제신용평가사들이 우리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지 않은 것도 정부와 기업 등에 긍정적인 신호라고 할 수 있다. 문대통령이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면서 ‘위기에 강한 나라’임을 증명했다고 자찬한 것도 이런 성과 덕분일 것이다.



그러나 실업률과 취업률 등 고용 지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고 ‘반짝 플러스 성장’도 향후 낙관적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견해가 아직 상당하다. 정부가 가장 중시하는 일자리는 단기이거나 임시직이 상당수여서 취업시장 불안이 지속될 수 있다. 실업자가 급증하며 매월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실업급여 지급 추이도 일자리 시장의 엄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재정 지출에 의한 일자리 유지와 창출은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다. 문대통령은 “뼈를 깎는 지출구조조정을 하겠다”고 했지만 예산을 중복· 방만하게 운용하는 악습은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

한편 문대통령은 “임대차 3법을 조기에 안착시키고 중형 공공임대아파트 공급을 늘려 전세시장을 기필코 안정시키겠다”고 말했지만 이는 실물 시장의 현상과 한참 거리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집값이 폭등하고 전세물건이 사라진 것은 물론 경제부총리조차도 세입자를 내보내지 못해 난민 신세가 된 현실이 엄연함에도 불구, 대통령은 원칙론적 의지표명에만 머물렀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인식이 시장과 괴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은 나라를 위해 좋은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