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 70% 책임지는…소비가 살아난 세 가지 이유

by김정남 기자
2018.08.26 12:00:00

한국은행, 美 민간소비 호조 분석
①노동시장 개선
②가계의 부채 부담 완화
③확장적 재정정책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미국은 소비의 나라다. 국내총생산(GDP)에서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68.4%(지난해 기준)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최고 수준이다. 미국 경제에서 투자(17.3%)와 정부지출(17.3%)은 보조 수단일 뿐이다.

미국은 세계 경제를 이끄는 나라다. 그 기저에 있는 게 소비다. 미국의 민간소비가 전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16.6%다. 미국의 소비 동향에 세계 경제가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최근 미국 경제와 세계 경제가 동시에 꿈틀대는 건 소비의 힘이다.

이런 미국의 소비 호조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주목된다. 우리나라도 그에 맞춰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26일 내놓은 해외경제포커스를 보면, 미국의 경제컨설팅회사 글로벌 인사이트는 향후 5년간 미국의 민간소비가 연평균 2% 중반대 증가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 증가율은 2010년 1분기~2018년 2분기 중 분기 평균 2.4%의 높은 수준을 보였는데,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의미다. 특히 2014년 이후 분기 평균 3.0%로 이전 4년(1.8%)에 비해 증가세가 확대됐다. GDP 성장에 대한 소비의 기여도도 2010~2013년 1.1%포인트에서 2014~2017년 2.0%포인트로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그렇다면 이런 고공행진의 이유는 무엇일까. 한은은 노동시장 개선을 첫 손에 꼽았다. 미국 가계소득의 3분의2를 차지하는 근로소득(61.8%)이 고용 증가, 임금 상승 등을 통해 개선되면서 소비 여력이 확충됐다는 것이다. 실제 2015년 이후 구인 수요가 구직 수요를 초과하면서 구인배율이 1.0을 계속 상회하고 있다.

김상우 한은 조사국 과장은 “고용시장의 호조는 기업 수익성 개선에 따른 노동 수요 증대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미국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기업수익(GDP 대비)은 2008년 6.6%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2010년부터는 금융위기 이전보다 높은 8~10%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가계의 부채 부담이 완화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미국의 최근 5년간 가계대출은 연평균 3.0% 증가했다. 그런데 가처분소득도 3.0% 늘면서 소비 여력이 생겼다는 것이다. 미국의 가계대출은 금융위기 전인 2004~2007년 당시 11.3% 증가했다. 그러다가 2008~2012년 -1.7%로 내려앉더니, 2013~2017년 3.0%로 안정화됐다.

트럼프식(式) 확장적 재정정책도 소득 증대에 기여했다. 소득세율 변경(최고세율 39.6%→37.0%)을 통해 개인소득세를 인하하고, 자녀세액공제액 상향(자녀당 1000달러→2000달러)을 통해 공제 혜택을 확대한 감세 조치가 대표적이다.

이같은 미국의 소비 진작책은 우리 경제에도 교훈을 줄 수 있다는 평가다. 국내 경제는 수년째 소비 증가율이 경제 성장률을 밑돌고 있다.

미국의 소비 호조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과장은 “우리나라는 일부 품목에서 미국 보호무역 조치의 대상국에 포함돼 있다”며 “이를 감안해 미국 소비시장의 핵심 계층(35~54세, 고소득층)에 특화된 전문화·고급화된 제품을 개발하는데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