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육아]둘이 벌어 하나 겨우 키운다…부모 10 명중 9명 “육아용품 비싸”

by김기덕 기자
2016.08.12 06:30:00

작은육아 자문단 56명 대상 육아물가 및 소비행태 설문조사
'비쌀수록 품질이나 서비스 만족도 높았다' 14.3% 그쳐
"품질좋은 중저가 다양하게 출시돼야 부모 선택폭 넓어져"

[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서울 영등포구에서 거주하는 김선영(가명·37·여)씨는 4살, 6살 두 아이를 키우는 맞벌이 부부다. 두 부부의 합산 소득을 합치면 세전 기준 연 8000만원이 넘는다. 세후 기준으로도 월 600만원선이다. 대한민국 가계 평균소득 12.5% 안에 든다. 그러나 서울에서는 미취학 아동 2명을 키우며 살아가기엔 빠듯하다.

매달 150만원이 집을 살 때 빌린 대출금 상환과 이자로 나간다. 150만원은 생활비다. 생활비 안에는 식대와 아파트 관리비 등 외에 김씨와 남편 용돈도 포함돼 있다. 가장 지출이 많은 부분이 육아비용이다. 사립유치원을 다니는 두 아이 유치원비와 미술학원과 태권도학원비로만 매달 100만원을 쓴다. 유치원만 해도 정부가 보육비를 지원한다지만 특별활동비 등 돈 들어갈 곳이 천지다. 영어와 피아노도 가르치고 싶지만 여력이 없다. 시간급으로 일하는 아이돌보미 비용은 월 100만원이 조금 넘는다. 이 밖에도 보험료, 양가 부모님 용돈 등 쓸 곳은 많지만 쓸 돈은 없다. 저축은 포기다.

김씨는 “야근이나 주말근무 수당이 나오면 그때 아이들 동화책이나 장난감을 사준다”며 “하나만 낳을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데일리는 <작은육아 영유아 부모자문단> 56명을 대상으로 ‘육아물가와 소비행태에 대해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부모자문단은 군인, 직장인, 공무원 등 각기 다른 직업과 지역, 연령대의 영유아 부모들이다. 자녀의 연령대 또한 0~13세까지 다양하다.

설문조사 결과 한 달 가계 지출의 10~29%를 육아비용이 차지한다는 응답이 48.2%(27명)로 가장 많았다. 30~49%가 30.4%(17명)로 뒤를 이었다. 가계지출 중 50~69%를 쓴다는 응답자가 14.3%(8명), 70% 이상을 차지한다는 응답자도 3명(5.4%) 있었다. 결론적으로 응답자 두명 중 한명은 소득의 최소 30%에서 많게는 70% 이상을 육아비용으로 지출한다는 얘기다.

항목별로 보면 어린이집, 학원비 등 보육과 교육비용 부담이 컸다.



5개의 육아지출 품목(분유 등 먹거리·의류·유모차, 힙시트 등 내구재·장난감 등 완구류·어린이집 등 보육·교육서비스) 중 어린이집 등 보육·교육 서비스 비용 부담을 1순위로 꼽은 응답자가 44.6%(25명)으로 가장 많았다. 분유 등 먹거리(37.5%·21명)가 뒤를 이었다.

경기도 부천시에서 7살·10살 아들 둘을 키우는 주부 김모(35)씨는 “비싼 곳은 믿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주변 아이 엄마들을 봐도 어린이집이나 학원비는 비싸도 쉽게 수긍한다”고 말했다.

대부분 부모들은 육아물품·서비스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고 느낀다. 이번 설문조사에 응답한 자문단 중 91.1%(매우 높다 53.6%(30명)·조금 높다 37.5%(21명)가 육아물품과 서비스 비용이 과도하다고 답했다.

반면 가격 대비 만족도에 관한 물음에 ‘비쌀수록 품질이나 서비스 만족도가 높았다’는 답변은 14.3%(8명)에 그친 반면 ‘가격·품질과 만족도는 관계 없었다’는 응답자는 42.9%(24명)이나 됐다.

이와 관련 지난해 육아정책연구소가 영유아 부모 894명을 대상으로 한 ‘육아물감체감지수 조사’에 따르면, 9개 육아지출 품목에 대한 부모들의 물가 체감 정도는 평균 133.9였다.

지수가 100을 넘으면 육아용품 물가에 과도하고 높다고 느끼는 영유아부모가 그렇지 않은 부모에 비해 많다는 의미다. 특히 장난감 등 완구류 제품은 2015년 평균 물가 체감 지수가 161.5나 돼 부모들이 느끼는 부담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최윤경 육아정책연구소 국제연구 OECD 팀장은 “국내 육아물품은 대체로 신제품이나 유기농 등 프리미엄이 붙는 고가의 상품들을 중심으로 가격대가 형성되는 경향이 있어 가격대 구성이 다양하지 못하다”며 “품질 좋은 중저가 상품들이 다양하게 출시돼야 부모들도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