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피용익 기자
2015.04.21 08:03:05
[세종=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이완구 국무총리의 사의 표명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 총리는 20일 오후 늦게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진 것은 21일 새벽이다. 국무총리실은 0시52분 출입기자들에게 긴급 문자메시지를 보내 이 총리의 사의 표명 사실을 알렸다.
20일 오전까지만 해도 이 총리는 사퇴할 의사가 없어 보였다. 그는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제35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는 등 국정 2인자로서의 직무를 수행했다.
분위기가 급변한 것은 오후였다. 이 총리가 23일 열릴 예정인 대구도시철도 3호선 개통식에 불참한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그의 심경에 변화가 생겼음을 짐작케 했다.
다만 이 때까지만 해도 이 총리가 박 대통령 귀국 전에 사의를 표명할 것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총리실 관계자들도 이 총리가 21일 오전 국무회의를 주재할 것으로 보고 있었다.
그러나 이 총리가 20일 오후 5시께 평소보다 일찍 퇴근하면서 총리실 분위기가 긴박하게 돌아갔다. ‘이 총리가 마음을 정한 것 아니겠느냐’는 말이 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1일 자정을 전후해 사의를 표명한 것은 전격적이었다. 총리실 관계자는 “밤에 사의를 표명한 것은 뜻밖이다”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 총리는 지금까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해왔다. 그런 그가 이처럼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한 것은 여당에서 자진사퇴 분위기가 형성된 점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이 총리는 역대 두번째 단명한 총리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재임 기간이 가장 짧았던 총리는 허정 전 총리다. 그는 1960년 6월15일 취임해 제2공화국 출범 직후인 같은 해 8월18일 물러났다. 재임 기간은 65일이다.
이 총리의 경우 사의 표명 시점까지 재임 기간은 두달을 갓 넘긴 64일이다. 박 대통령이 이 총리의 사의를 사실상 수용하면서도 사표를 아직 수리하지 않은 만큼 공식 기록상으로는 허 전 총리보다 재임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 총리는 21일부터 업무를 중단한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는 가장 짧게 일한 총리라는 기록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 총리가 주재할 예정이었던 이날 국무회의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신 주재한다.
역대 단명했던 총리로는 노태우정부 시절의 노재봉·현승종 전 총리, 김영삼정부의 이회창 전 총리, 김대중정부의 박태준 전 총리 등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