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의 눈물] 범법자로 내몰린 1만1200명

by이승현 기자
2014.03.14 09:12:07

무허가 택배차량 신고포상금제 도입
1만1200명 무허가 택배기사 생계 위협

한 택배기사가 배달할 택배를 자신의 차량에 싣고 있다. 이 차량은 노란색 영업용 번호판이 아닌 하얀색 일단 개인용 차량 번호판(원 안)을 달고 있다. 전국에 이런 무허가 택배차량이 1만1200대에 달한다.(사진=안승찬 기자)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전국 1만1200명의 택배기사들이 범법자로 내몰렸다. 정부가 무허가 택배차량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기 때문이다. 일자리마저 위태롭다.

13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강원도와 경기도 성남시는 지난 2월부터 ‘자가용 택배차량 신고포상금제’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자가용 택배차량 신고포상금제’는 영업용이 아닌 자가용으로 택배를 하는 차량을 신고했을 때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일명 ‘카파라치’ 제도라고 불린다.

국토교통부는 불법 택배차량의 단속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 2012년 말 관련 법령을 만들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카파라치 제도 운영을 위한 조례를 지난해 통과시켰다.

가장 빨리 도입한 곳이 강원도와 경기도 성남시다. 서울시는 내년 1월부터 시행을 예고해 놓은 상태다.

무허가 택배차량이 적발되면 택배기사에게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 6개월 이내의 운행정지 처분이 내려진다. 신고자에게는 1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음주운전자를 검사하듯 경찰이 무허가 택배기사 차량을 단속하기 시작했다. 벌써부터 경찰의 단속에 적발된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택배 업계는 카파라치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 단속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허가 번호판 없이 개인 자가용 차량으로 택배영업을 하고 있는 택배기사는 전국에 1만1200명이다. 민원을 넣고 신청을 해보지만 정부는 영업용 허가 번호판을 내주지 않고 있다. 정부는 무허가 택배차량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추가로 영업용 택배차량 허가를 내주는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공급 과잉 상태인 용달·개별 운송사업자도 함께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게 국토교통부의 설명이다.

그렇다고 자가용 차량으로 마냥 영업을 계속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 번만 적발돼도 회생이 불가능한 수준의 처벌을 받게 된다. 택배기사가 기존의 영업용 차량 번호판을 구하려고 해도 1800만원이 넘는 뒷돈을 줘야 한다.

무허가 택배차량은 전체 택배차량의 3분의1에 달한다. 택배업계는 규 허가를 시급하게 내주는 게 무허가 택배차량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택배업계 한 관계자는 “1만1200여명의 택배기사들이 일자리를 잃을 처지에 놓여 있다”며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