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순용 기자
2013.12.03 08:49:16
스트레스와 다이어트, 과로 등으로 면역력 약화돼 발생률 높아져
조기 발견한다면 약물요법으로 쉽게 치료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김모(43세, 여성)씨는 등이 바깥쪽으로 심하게 굽어 휠체어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몇 개월 전부터 허리가 아프다 않아프다를 반복하더니 허리 통증이 어느 순간부터 호전되질 않더니 급기야 다리에도 방사통이 생겼고 다리의 감각이 둔해지더니 갑자기 마비가 됐다. 결핵을 앓은 적이 있던 그녀는 몸속에 잠복해 있던 결핵균이 면역력이 떨어진 틈을 타고 되살아나 척추에 침범해 결핵을 일으킨 것이다.
우리나라에 결핵균이 잠복해 있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약 20%에 달하는 1500만 명으로 추산된다. 결핵이라고 하면 폐결핵을 생각하기 쉽지만, 뇌, 신장, 관절, 방광 등 다른 신체 부위로 전이되기도 하고 결핵균에 의해 척추가 감염되는 척추결핵이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 불규칙한 식습관이나 영양불균형, 과로, 스트레스, 음주, 흡연, 과도한 다이어트 등으로 몸 안의 면역력 저하로 인해 20~30대 젊은 층에서 결핵환자가 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단순 허리 통증이나 감기로 오인하기 쉬워
척추결핵은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결핵균에 의해 발생되는 척추의 만성염증 질환이다. 호흡기를 통해 들어온 결핵군이 폐 또는 주위 임파절에 숨어 있다가 척추관절에 파고들어 발생된다.
또 결핵균이 척추에 염증을 일으키면서 식욕부진, 미열과 전신 피로, 체중 감소 증상을 나타낸다. 이 때문에 감기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증상이 심해지면 허리를 손으로 누르면 통증이 심하고, 근육의 긴장이 나타난다.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없이 오랫동안 방치가 된다면 다리 감각 저하, 근력 마비, 대소변 기능의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하반신 마비까지 발생할 수 있는 척추결핵
척추 결핵은 제때 발견하면 항결핵제를 이용한 약물 치료로 어렵지 않게 결핵균 박멸이 가능하다. 예전에는 결핵이 불치의 병이라고 생각하고 치료를 포기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결핵치료가 쉽다고 해서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는 것이 더 문제가 된다.
약을 6개월 또는 그 이상 꾸준히 먹기만 하면 완치가 가능하다. 문제는 다량의 약제를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 점과 복용시 소화장애, 복통 등의 부작용으로 인해 환자가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결핵균이 매우 끈질기기 때문에 완치 전에 약 복용을 중단하거나 불규칙적으로 먹게 되면 결핵균에 내성이 생겨서, 그 다음에는 효과가 적고 부작용이 더 많은 2차약을 장기간 투여해야하므로 완치의 가능성은 줄어들고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정국진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골관절센터 교수는 “척추 결핵은 증상이 서서히 진행돼 허리가 아픈 것 외에는 별다른 증세가 없다가 갑자기 심한 통증을 느껴 병원에 갈 때는 이미 상당히 진행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결핵균은 척추 디스크와 뼈를 녹여 파괴함으로써 척추를 관통하는 척추 신경이 눌려 심한 경우에는 하반신 마비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약물 치료로 호전
척추결핵은 임상증상, 방사선(X-ray & MRI)사진 촬영, 혈액검사, 임상 검사 등으로 척추결핵 진단을 할 수 있으며, 척추결핵 환자의 혈액을 검사하면 백혈구의 증가와 적혈구 침강 속도의 증가가 나타난다. 골 주사 검사를 통해서는 통증 부위의 변화 유무를 확인하고 CT촬영이나 MRI등으로 결핵균에 인한 질환부위의 통증 정도와 범위 주변 연부 조직의 변화, 농양의 유무, 척수의 침범 여부 등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정국진 교수는 “척추 결핵은 조기 발견한다면 약물요법 등으로 쉽게 치료가 가능하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며 “초기 치료를 놓쳐 염증이 심해지거나 척추변형, 디스크와 척추 뼈의 괴사가 발생해 하반신 마비가 시작된 경우라면 하루라도 빨리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행이 많이 된 경우 결핵균이 척추 뼈는 물론 주변 조직에도 고름 주머니를 만들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허리나 등이 아닌, 가슴이나 배쪽에서 수술을 하게 된다. 가슴이나 배 부위는 비교적 수술이 어렵기 때문에 임상 경험이 풍부한 숙련된 의료진을 찾는 것이 좋다.
◇결핵 환자의 15%는 폐외결핵
우리나라는 연간 3만9천여 명의 결핵 신환자가 발생하고 2천3백여 명 이상이 사망하는 등 OECD 국가 중 결핵발생율과 사망률이 최하위 수준이다.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1 결핵환자신고현황연보’에 따르면 2011년 결핵 신고환자수는 5만491명(인구 10만명당 91.8명)으로 2010년 4만8,101명(인구 10만 명당 89.2명)과 비교해 인구 10만 명당 신고환자수가 2.9% 증가했다.
흔히들 결핵이라고 하면 폐결핵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물론 전체 결핵의 85% 정도가 폐결핵이지만 뇌, 신장, 관절, 방광 등 다른 신체 부위로 전이되기도 하며 결핵균에 의해 척추가 감염되는 척추결핵이 발생하기도 한다.
◇20~30대 결핵 발병률 높아
선진국의 경우 60~70대 노년층의 발생률이 높은 반면, 우리나라는 전체 환자의 30% 정도가 20~30대로 전형적인 후진국형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과거 못살던 시절에는 영양부족이 발병의 조건을 제공했다면, 요즘에는 스트레스나 불규칙한 생활, 다이어트, 과로 등으로 인해 면역력이 약화된 경우가 많아 결핵 유병률 증가의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청소년들의 경우 과도한 입시스트레스와 운동부족으로 인한 체력의 저하, 불규칙한 식사 등으로 면역력이 저하되고 생활패턴이 실내생활 위주로 바뀌면서 결핵 감염이 용이한 환경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
◇면역력 강화하고 수시로 실내 환기해야
결핵은 제3군 법정 전염병으로, 결핵의 전염은 폐결핵 환자가 기침할 때 가래에 결핵균이 섞여나가 공기 중에 떠돌다 다른 사람의 폐에 들어가면서 생긴다. 하지만 결핵균이 침입했다고 누구나 결핵에 걸리는 것은 아닐뿐아니라 결핵환자라고 해서 모두 다 결핵균을 배출하는 것도 아니다. 또한 가래에 결핵균이 나오는 환자라도 약 2주정도 결핵약을 복용하면 대부분의 환자는 전염성이 없어진다. 그러나 진단 받기 전부터 환자와 같이 생활해 온 가족들은 모두 검사를 받아야 한다.
결핵균의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개인이 충분한 영양섭취와 정기적인 운동으로 면역력을 길러두는 것이 중요하며, 결핵약을 복용한지 2주가 되지 않은 환자와의 접촉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핵 예방주사인 BCG는 흔히 생후 한 달만에 맞는 주사로, 주사 맞은 자리에 조그마한 흉터를 남길 뿐 부작용이 그리 심하지 않으므로 우리나라와 같이 결핵이 흔한 나라에서는 반드시 접종해야 한다. 그리고 자외선의 살균효과 덕분에 바깥공기에는 결핵균이 들어있지 않으므로 실내공기를 자주 환기하는 것도 결핵을 예방하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