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1년만 흑자 달성 목전에 둔 휴믹, 비결은

by나은경 기자
2024.06.14 08:00:17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바이오텍 섹터가 혹한기를 지나는 상황에서도 설립 1년만에 영업이익률 두 자릿 수 대 흑자달성이 확실시되는 바이오텍이 화제다. 비임상CRO(임상개발수탁) 회사인 휴믹 이야기다.

지난 13일 경기 수원시 광교에 위치한 휴믹 본사에서 휴믹의 서기호·손승환 대표를 만났다. 휴믹은 비임상CRO 중에서도 인간화마우스 실험에 특화된 역량을 가진 회사다. 두 대표는 인간화마우스 기술은 기술의 난도가 높아 진입장벽이 높지만 전임상시험의 효율성을 높여 오히려 비용절감이 절실한 바이오텍들에 적합한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전임상단계 후보물질 개발에 있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거나, 전임상단계에서의 기술이전이 시급하다면 인간화마우스 실험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13일 경기도 수원시 광교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만난 손승환 휴믹 연구개발 대표(왼쪽)와 서기호 휴믹 경영총괄대표 (사진=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인간화마우스란 동물실험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마우스에 인간 유래 인자를 심어 인간과 유사한 면역반응을 갖도록 만든 마우스다. 인체에 미치는 약물의 예측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오가노이드가 비교적 제한적인 환경에서 실험되므로 아직까지는 대사작용을 비롯한 체내 복합적인 환경에서 약물의 영향을 확인하기 어렵다면 인간화마우스는 인간과 95% 이상의 유전자 유사도를 가진 마우스에 면역반응까지 인간과 유사하게 구현했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다. 특히 암세포를 직접 타깃하는 것이 아니라 인체 내 면역반응을 활성화해 면역체계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만드는 면역항암제 개발에 인간화마우스 실험이 유용하다.

인간화마우스 실험데이터는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시 제출해야할 필수 데이터는 아니지만, 마우스실험보다 정확도가 높아 전임상단계에서 기술이전을 노릴 때 글로벌 제약사들이 요구하는 경우가 잦다. 지난 2019년 중국 심시어에 1조원 규모로 면역항암제 기술이전에 성공한 지아이이노베이션(358570)도 딜 과정에서 인간화마우스 실험데이터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인간화마우스 실험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중요성을 인정받은지는 오래지만 국내 제약·바이오 회사들은 이제까지 주로 찰스리버 등 미국이나 중국의 글로벌 비임상 CRO에 인간화마우스 실험을 의뢰해왔다. 휴믹의 두 대표는 대부분 해외 수주로 이어지던 인간화마우스 실험을 국산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드러냈다.

손 대표는 “인간화마우스를 만들 때는 사람의 혈액에 있는 말초혈액단핵세포(PBMC)를 면역결핍마우스에 이식하고 암세포를 생착시키는 것이 가장 큰 허들”이라며 “생착성공률이 일반적으로 50%밖에 되지 않아 내부적으로 큰 동물실험실을 가진 국내 제약사들도 인간화마우스 실험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우리는 생착성공률을 80~90%까지 높여 인간화마우스 실험에 드는 고객사의 부담을 최대 4배, 최소 2배까지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의 경영을 총괄하는 서기호 대표와 연구개발을 지휘하는 손승환 대표는 지아이이노베이션의 관계사인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개발사 지아이바이옴의 비임상센터에서 만났다. 둘은 지아이바이옴에 오기까지 각자 여러 바이오벤처의 동물실험실에서 경험한 것들을 토대로 인간화마우스 실험에 집중한 비임상CRO 사업이 시장성이 있다고 봤다.



손 대표는 “많은 바이오텍들이 유의미한 동물실험을 설계하는 데서도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우리는 단순히 동물실험을 대신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고객사의 신약후보물질을 정확히 스터디한 뒤 맞춤형 전임상 설계부터 진행한다”며 “회사의 연구진들이 다 신약개발 경험이 있던 이들이라 고객사의 요구를 잘 이해하고 의사소통도 수월하다고 자부한다”고 설명했다. 휴믹은 자체 보유 데이터를 토대로 가장 유의미한 비교비임상 데이터 도출을 위한 대조약물을 제안하기도 하고, 고객사의 신약후보물질과 가장 ‘궁합’이 잘 맞을 병용약물을 추천하기도 한다.

설립 2년 차에 흑자전환을 노릴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했다. 지난해 국내 주요 CRO 대부분이 적자로 전환되거나 적자 폭이 확대된 상황이어서 휴믹의 자신감은 더 두드러진다. 서 대표는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한 뒤 전문성을 토대로 여기에 집중했다. 나머지는 전문성을 가진 다른 회사들과 협업하는 것이 이른 시일 내 흑자전환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며 “요즘같이 바이오업계에 투자가 말라붙은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고 했다. 휴믹과 협업관계에 있는 회사는 티움바이오(321550)의 자회사로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분석(CDAO)을 전문으로 하는 프로티움사이언스, 임상컨설팅 전문회사 메디라마 등 설립 16개월차인 현재 14곳에 달한다.

휴믹의 분기별 실적 추이. 1분기에만 7억5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냈다. 지난 5월까지 누적 매출은 20억원에 달한다. (자료=휴믹)


올해는 신약개발을 하는 국내 주요 제약사들도 휴믹의 문을 두드렸다. 휴믹은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올해부터 더 본격적으로 제약사 고객을 영입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매출 9억원, 영업손실 2억원을 기록한 휴믹은 올해 최소 30억원, 최대 4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한다. 올해는 흑자전환을 넘어 10%대 영업이익률까지 내다보고 있다. 이미 지난달 말 기준 20억원의 매출을 내 지난해 연 매출은 훌쩍 뛰어넘은 상태다.

현재 휴믹은 마우스 약 1000마리를 보유하고 있고, 대부분이 실제 실험에 투입되고 있다. 회사는 하반기 중 동물실을 확장해 최대 보유 마우스 수를 3500마리까지 늘릴 계획이다. 서 대표는 “3500마리 마우스를 전부 실험에 투입할 경우 예상 매출은 약 100억원”이라며 “올해는 중대동물실험을 하는 비임상CRO 회사와의 협업을 통해 실험동물을 마우스와 래트에서 비글, 원숭이 등으로 확장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전임상단계가 끝난 신약후보물질이라고 해서 인간화마우스 실험에 대한 수요가 없는 것이 아니다”라며 “약물의 작용기전(MoA)을 임상 1·2상 설계에 어떻게 적용할지, 어떤 바이오마커를 중점적으로 볼 지를 결정하려면 전임상데이터가 이를 백업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고, 인간화마우스 실험데이터를 적응증 확장에 활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불필요한 동물실험을 줄이는 데 기여하겠다는 것도 휴믹의 꿈 중 하나다. 손 대표는 “정교하게 실험을 설계해 효율성 있게 해야 동물실험으로 희생되는 동물의 수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세계적인 트렌드가 동물실험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당장 완전한 대체는 어려운 상황에서 인간화마우스는 유의미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3일 경기도 수원시 광교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만난 손승환 휴믹 연구개발 대표(왼쪽)와 서기호 휴믹 경영총괄대표 (사진=이데일리 나은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