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경제회복은 '나이키'형…내년 재확산시 역성장 불가피
by이진철 기자
2020.10.02 12:30:00
국회예정처, 성장률 올해 -1.6%, 내년 2.3% 전망
"U자형과 L자형 중간형태 완만한 회복 성장 예상"
"정체된 노동시장·기업투자 위축 등 정책대응 긴요"
|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추석 연휴기간 경부고속도로 부산방면 기흥휴게소에서 관계자들이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식당 좌석을 철거한 뒤 취식 구역을 폐쇄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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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우리나라 경제가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정상 수준으로 회복하는 모습이 ‘U자형’과 ‘L자형’의 중간 형태인 ‘나이키 우쉬(Nike Woosh)’형을 보이며 경제가 정상을 찾을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과거 한국 경제가 충격에서 벗어나는 모습은 1998년 외환위기에는 ‘Z자형’, 2008년 세계금융위기에는 ‘V자형’으로 회복 국면이 서로 다른 특징을 보였다.
2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1년 및 중기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한국 경제는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올해 -1.6%로 역성장을 보인 후 내년에는 코로나19의 충격에서 서서히 벗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회복세는 제한적이어서 내년 실질GDP 성장률은 2.3%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인 올해 0.1%, 내년 3.6%와 큰 격차를 보이는 것이다. 정부는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올해 하반기부터 주요국 경제활동 재개, 추경 등 정책효과 등으로 내수가 완만히 회복되고, 내년에는 코로나19 진정 및 글로벌 경기회복 등으로 성장세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올해 명목GDP 성장률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로 실질GDP가 전년대비 하락하고, 낮은 GDP디플레이터 상승률로 인해 1998(-0.9%) 이후 사상 두 번째로 역성장(-1.0% 전망)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실질GDP가 잠재GDP 수준을 도달하기까지 보여주는 경로는 ‘U자형’와 ‘L자형’의 중간 형태인 ‘나이키 스우시(Nike Swoosh)형’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의 실질GDP갭 전망은 △2019년 1.3% △2020년-2.7% △2021년 -1.8% △2022년 -1.0% △2023년 -0.5% △2024년 -0.2%다.
과거 경제 충격시 회복국면의 특징을 보면 1998년 외환위기에는 빠르게 충격에서 회복돼 이후 실질GDP가 정상 수준을 상회해 경기 확장 국면에 진입하는 ‘Z자형’ 경로를 보였다. 실질GDP갭은 △1997년 3.1% △1998년 -6.5% △1999년 -1.0% △2000년 1.6% △2001년 0.4% △2002년 2.0%를 기록했다. 구조조정으로 경제 전체의 생산성이 빠르게 회복됐고, 투자는 정보통신(IT) 부문을 중심으로 견실한 증가세 지속하며 하락했던 잠재성장률도 상승 전환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에는 비교적 빠르게 충격에서 회복돼 정상 수준에 도달하는 ‘V-자형’ 회복 경로를 보였다. 실질GDP갭은 △2008년 0.0% △2009년 -2.7% △2010년 0.2% △2011년 0.3% △2012년 -0.4%를 나타냈다.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투자가 빠르게 회복되고 노동시장도 정상화됐지만 이후 경제전체의 활력이 저하되며 잠재성장률 하락이 가속화했다.
보고서는 내년 코로나19 확산이 점차 진정되면서 대면 서비스 소비가 회복세를 보이고 소비심리 개선이 민간소비 증가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민간소비는 올해의 큰 폭 감소에 따른 파급영향, 가계소득과 고용여건 개선 지연 등을 고려할 때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상회하는 빠른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내년에도 코로나19 재확산이 나타난다면 우리나라 경제는 내년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비관 시나리오에 따르면 2021년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 세계경제는 0.8% 성장에 그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는 기본 시나리오에 비해 4.6%p 하락한 것이다.
국회예정처는 비관 시나리오에서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1.0%로 추정했다. 수출과 내수의 감소가 전년에 이어 지속돼 올해과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의 영향으로 소비자물가는 올해(0.5% 상승 전망)과 달리 소폭 하락 반전할 것으로 분석했다.
국회예정처는 “내년 실질GDP 성장률 전망치는 코로나19의 전개양상과 세계 무역환경 변화에 따라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만일 코로나19 확산이 진정되지 않는다면 확산 정도와 지속 기간 등에 따라 경제성장률 전망 오차도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코로나19의 전개양상 외에도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심화할 경우 세계교역을 위축시키는 위험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수출 경로를 통해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예정처는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는 빠른 경기회복과 잠재성장률 제고의 제약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정체된 노동시장과 경제전체의 효율성, 미·중 갈등 장기화와 대내외 불확실성에 확대 따른 기업투자 위축 등을 극복할 수 있는 정책대응이 긴요하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