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사과, 소비자 소송에 어떤 영향?..3가지 논란

by김현아 기자
2017.12.30 12:54:29

①배터리 노화가 근본 원인?..안드로이드폰 제조사들은 달라
② SW 기능을 제대로 고지?..소비자 선택권 저해
③배터리 교체 비용 인하가 전부?..신형 아이폰 바꾼 고객 보상 없어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애플이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배터리 교체 비용을 10만 원에서 3만4000원으로 낮추고(아이폰6이상 사용자 대상)▲내년 초 배터리 상태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iOS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지 이후에도 아이폰 집단소송 네이버 카페에는 소송 참여 글들이 잇따른다.

‘어떻게든 빠져나갈 궁리만 하는 것 같다’ ‘국내에서 개통해 호주에서 사용하는데 소송이 가능한가’, ‘참다못해 정품 애플 배터리로 교체했는데 참여할 수있는가’ 등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애플 로고
애플은 입장문에서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표현은 썼지만, ‘의도적으로 제품 수명을 단축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사과’는 오해에서 비롯된 고객의 실망감에 대한 배려차원이지, 무언가를 잘못해서 한 게 아니라고 했다.

이런 입장은 애플과 국내외 소비자들이 법정에서 맞붙을 ‘고의로 구형 아이폰의 속도나 성능을 저하했는가’ 를 다룰 손해배상 소송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①배터리 노화가 사태의 근본 원인인가 ②애플이 배포한 소프트웨어(iOS 10.2.1)가 폰 성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걸 고지했는가 ③배터리 교체 비용 인하로 배상을 다했다고 볼 수 있는가 등이 쟁점이다.

애플은 아이폰 고객들이 경험한 배터리 정전 현상이나 터치도 안 되고 화면도 안 움직이는 현상들의 원인은 근본적으로 ‘배터리 노후화’에 있다고 주장했다.

입장문에 ‘배터리의 노화 원리’를 길게 설명하면서 화학적으로 노화된 배터리는 어떤 경우 기기가 예기치 않게 꺼질 수도 있지만 (애플은) 이를 절대로 용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배터리가 노후화된 아이폰의 예기치 않은 꺼짐 현상 막기 위해 아이폰 성능을 저하할 수도 있는 소프트웨어를 배포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삼성전자 등 안드로이드폰 업체들은 ‘우리 제품은 노후 배터리 때문에 성능이 저하되지는 않는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미국 IT 전문업체 폰아레나 등에따르면 삼성전자, LG전자, HTC, 모토로라 등은 ‘배터리 노후화로 인한 기기의 속도 저하는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삼성전자는 폰아레나에 보낸 이메일에서 “우리는 배터리 충전을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을 포함해 다층적인 안전 조치를 통해 삼성 모바일 기기의 배터리 수명을 늘렸다”며 “우리는 전화기 수명주기 동안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CPU 성능을 저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애플 공식 입장문
애플은 논란이 된 소프트웨어(iOS 10.2.1, iOS 11.2)기능을 설명하면서 일부 시스템 구성 요소의 성능을 능동적으로 관리했음을 인정했다.

간혹 앱 실행 지연 및 기타 성능 저하를 경험할 수도 있지만, 예기치 않은 전원 꺼짐 현상이 줄어든 덕분에 고객 반응은 긍정적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해당 소프트웨어에 대한 기능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침해했을 뿐 아니라, 아이폰 소유자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 중인 법무법인 휘명의 박휘영 변호사는 “해당 소프트웨어 배포로 아이폰의 통화 기능, 기본적인 애플리케이션 사용기능에까지 장애를 준 것은 (소비자에게 소유권이 있는) 아이폰을 망가뜨린 해킹에 비유할만한 손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입장문에서 드러난 애플의 메시지는 ‘구형 아이폰의 성능 저하’는 배터리 노화 때문이고, 선의로 꺼짐방지 소프트웨어를 배포했으며, 일부 부작용이 있었지만 대체로 고객들이 만족했다는 것이다.

다만, 고객과의 소통에선 일부 미숙함이 있었으니 배터리 교체비용 인하와 배터리 성능체크 소프트웨어 배포를 통해 보상하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애플은 수년 동안 해당 소프트웨어의 기능을 제대로 밝히지 않았고,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애플이 뿌린 소프트웨어때문인지 모르고 신형 아이폰으로 교체하거나 새 배터리를 살 수 밖에 없었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미국 IT전문 온라인 매체 ‘더버지’가 출시된 지 3년이 지난 아이폰6 등의 성능 저하 현상에 대해 보도한 뒤, 지난 20일에야 애플은 공식 성명을 통해 구형 아이폰 중에서 배터리가 노화된 폰들에 대해 성능을 일부 제한했다고 인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구형 아이폰을 쓰다가 성능이 떨어져 신형 아이폰으로 바꾼 고객들은 이번 애플의 보상 대책에선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