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자의 경매브리핑]3500만원 도로가 8500만원에 낙찰된 까닭은?
by정다슬 기자
2017.01.07 10:00:00
| △감정가의 2배가 넘는 가격으로 낙찰된 인천시 서구 왕길동 349-2번지 도로 [사진=지지옥션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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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도로가 어떻게 나 있느냐에 따라 땅 팔자가 바뀐다지만 도로 자체는 사실 재산적 가치로 볼 때 현저하게 낮게 평가받습니다. 토지 위에 무엇을 세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길목을 막아놓은 채 통행료를 징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깐요.
그런데 인천시 서구 왕길동의 한 도로 경매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였습니다. 응찰자 4명이 감정가의 100%가 넘는 가격으로 응찰표를 제출하며 치열한 경합을 한 끝에 감정가의 2배가 넘는 가격으로 낙찰된 것입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것일까요?
7일 부동산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3일 인천지방법원 13계에서 나온 왕길동 349-2번지 도로 380㎡의 7분의 6 지분(325.71㎡)는 감정가의 237.24%의 가격인 8500만원에 낙찰됐습니다. 이 도로 지분의 감정가는 3482만 8100원이었습니다.
낙찰받은 이모씨를 포함해 총 4명이 응찰했고 모두 감정가를 훌쩍 뛰어넘는 응찰가를 적어냈습니다. 가장 적게 응찰가를 쓴 이가 4019만원이었고 그 뒤로 4351만 1000원, 4399만 9900원이었습니다. 응찰가의 격차가 작다는 것은 응찰자 사이에 치열한 두뇌싸움이 이뤄졌다는 것을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이씨가 2배에 달하는 8500만원을 써내면서 이들을 여유있게 따돌렸습니다.
왜 이들은 도로를 이렇게 열렬하게 낙찰받으려 했을까요? 그 이유는 이 도로가 검단 3구역 도시개발사업 구역에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검단 3구역은 서구 왕길동 133-3번지 52만 4562㎡ 일대를 사업비 1800억원을 투입해 4315만가구를 환지방식으로 조성하는 사업입니다. 환지란 도시개발사업의 시행방식 중 하나로 토지소유자의 동의를 얻어 기존 토지를 개발한 후 토지를 재분배하는 방식이죠. 특히 이번 경매에 나온 도로는 도시개발사업 계획상 일반토지로 분류돼 있어 앞으로 개발이 이뤄진 이후에는 토지가치가 수백배~수천배는 상승할 것으로 보입니다.
서지우 지지옥션 연구원은 “낙찰받은 이모씨는 3억원의 근저당권이 있는 채권자로 응찰가를 높게 써도 어차피 배당금이 전액 본인에게 귀속되기 때문에 일부러 높은 응찰가를 적어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경매시장은 개발이 예정된 토지를 취득할 기회의 장이 되기도 합니다. 토지시장의 경우 아파트와 달리 가치를 따져볼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가 적고 매매기회를 포착하기도 쉽지 않지만 경매를 통해 이런 토지 매매기회를 얻을 수 있지요.
새해 첫째주 (2~6일) 법원 경매는 2564건이 진행돼 984건이 낙찰됐습니다. 낙찰가율은 76.8%로 전주대비 1.4%포인트 상승했으며 총 낙찰가는 17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수도권 주거시설은 356건 경매 진행돼 이중 144건 낙찰됐습니다. 낙찰가율은 87.8%로 전주대비 1.6%포인트 올라갔습니다.
이번 주에 나온 서울 아파트 경매물건은 34건 중 12건이 낙찰됐습니다. 서울 아파트 주간낙찰가율은 전주대비 2.3%p 상승한 96.7%를 기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