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톺아보기]자사주의 역할…삼성전자와 증권사들

by박수익 기자
2016.12.03 08:30:00

자사주 경영권 방어와 지배구조 개편용으로 주목
자사주 매입·소각의 최대 수혜자는 대주주
대신증권 대주주 지분취약…자사주 활용 가능성
신영·부국증권도 지분율 안정적이진 않아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최근 주식시장에서 눈에 띄는 움직임은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한 상장사들의 인적분할입니다. 크라운제과 오리온 현대중공업에 이어 이번 주에 국내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까지 인적분할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기업지배구조 개편을 선언한 곳의 사업영역은 제각각 다르지만 공통점은 자사주가 많다는 것입니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 의미를 짚어보고 그에 따라 주목해볼 곳도 살펴보겠습니다.

자사주는 쓰임새가 다양합니다. 일반적으로 언급하는 주주가치 제고 정책이라는 점은 기업이 자사주를 사들이면 그만큼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물량을 흡수하니까 주가안정 역할을 일부분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거론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실제 자사주를 매입하는 기업 중 열에 아홉은 주가 안정용으로 매입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자사주 매입후 주주가치 제고효과를 확실히 하기 위해선 매입후 소각까지 해야합니다. 기업가치가 소각 전·후에 달라지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자사주 소각은 발행주식수 자체를 줄여버리니까 내가 가진 주식가치는 높아집니다.

오늘 언급할 자사주 역할은 다른 측면입니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해서 보유하고 있다는 건 회사 돈으로 경영권을 방어할 수단을 만들어놓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자사주가 경영권 방어에 활용된 대표적 사례는 작년 삼성물산과 엔씨소프트입니다. 삼성물산은 지금 최순실 사태로 다시금 회자되고 있는 제일모직과의 합병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캐스팅보트(합병안에 찬성한 의결권) 논란이 있습니다. 그러나 합병 통과에 결정적 단초가 된 것은 국민연금 의결권 외에 자사주도 한몫했습니다. 당시 삼성물산은 자사주 5.79%를 KCC에 매각해 의결권을 부활시켰습니다. 동시에 현금 6743억원을 확보해 주식매수청구권 대응 등 향후 필요할 자금도 확보했습니다.

엔씨소프트도 작년 넥슨과의 지분 경쟁때 자사주를 넷마블 주식과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넘겨서 의결권 부활과 우호지분 확보를 동시에 거머졌던 사례입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선 자사주가 경영권 방어용뿐 아니라 지배구조 측면에서 특히 지주회사 전환과정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점이 재차 입증되고 있습니다.

자료: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
되짚어보면 이번주에 처음으로 지주회사 전환의 ‘지’를 꺼낸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 11조원이 넘는 자사주 매입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국내 증시 사상 가장 큰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 그리고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을 연거푸 단행했습니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은 일반적으로 주주가치 제고 성격입니다만 그렇다면 어떤 주주의 가치가 가장 높아지느냐를 생각해보면 당연히 대주주입니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한다는 건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지분을 회사가 걷어들인다는 의미입니다. 회사가 매입할 유통주식에서 대주주 지분은 제외합니다. 대주주 지분은 그대로 있는 상황에서 소액주주나 기관투자자들이 보유한 시장 지분을 회사가 매입하는 것이 바로 자사주 매입의 기본원리이기에 결국 회사 돈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고 소각까지하면 대주주는 앉은자리에서 자신의 지분 가치를 올릴 수 있는 것입니다. 삼성전자만 봐도 자사주 매입후 소각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측 지분율이 자동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약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매입·소각하지 않고 그 금액만큼 배당을 통한 주주환원정책을 펼쳤다면 세금(배당소득세)를 내야하고, 자사주 소각에 따른 지분율 상승효과도 없습니다. 지분율에 목마른 대주주에겐 배당보다 자사주 매입·소각이 더 효과적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언급한 경영권방어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자사주를 매입했거나 앞으로 매입할 수 있는 곳에 관심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자사주 매입 공식을 다시 정리하면 경영권이 비교적 안정적인 곳은 상대적으로 자사주를 매입·소각할 가능성이 낮지만 경영권을 강화해야 하거나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이 있는 곳은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이미 있는 자사주를 활용할 방법을 고민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증권회사 몇 곳이 눈에 띄는 상황입니다.

증권회사는 지배구조 측면에서 크게 3가지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금융지주회사 산하의 비상장회사로 한국투자증권, 하나대투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이 해당합니다. 모회사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비상장사입니다. 현대증권도 KB금융지주 소속으로 가면서 지주사의 100% 자회사가 되면서 상장 폐지됩니다. 당연히 자사주가 없습니다.

두 번째는 금융지주소속이거나 기업집단 소속이면서 상장회사입니다. 미래에셋대우,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등입니다. 이 회사들은 자사주 비중이 1% 안팎입니다. 삼성증권만 예외적으로 얼마 전까지 10.9%의 자사주가 있었으나 지난달 11일 삼성생명에게 매각했습니다. 삼성금융지주회사 개편 사전작업 의미를 가지는 예외적 경우입니다.

마지막 유형은 어느 기업집단 소속도 아니면서 증권회사 그 자체가 가장 핵심회사인 이른바 독립형 증권사입니다. 여기에 해당하는 곳이 대신증권, 신영증권, 부국증권 등이 있습니다. 최근 자사주 역할과 관련해 주목할 곳은 바로 이들 기업입니다. 공통점은 대주주 지분율이 안정적이라고 보긴 어렵고 자사주는 많고 후계 지분승계 과제가 있는 곳입니다.



대신증권은 최대주주 지분율이 10.84%입니다. 이중에서 실질적으로 경영후계자라고 할 수 있는 양홍석 사장인데요. 창업주 기준으로 3세인데 지분율이 7%입니다. 양 사장의 모친 이어룡 회장 지분율이 1.6%이며 모자(母子) 지분율을 합치면 8.6%입니다. 누가 봐도 지분율이 안정적이라고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대대적으로 시장에서 주식을 매입해서 지분율을 단번에 높일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양 사장은 2005년 부친이 작고하면서 지분을 상속받았는데 이후 꾸준히 주식을 매입해으나 지금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신증권은 늘 경영권이 취약하다는 점이 거론됐던 곳입니다.

그런데 대신증권에는 자사주가 19.6% 있습니다. 이 자사주는 유사시 우호세력에 넘겨서 백기사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관심있게 볼 수 있는 포인트는 대신증권 자사주가 단순히 경영권 방어용이 아니라 대주주 지배력을 강화시킬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인지 여부입니다.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인적분할시 자사주는 대주주의 지배력을 높이는 용도로 활용할 수 있음은 이미 수많은 기업들이 보여왔습니다. 대신증권을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면 지주회사는 사업회사 지분을 자사주(19.6%)만큼 확보합니다. 최대주주는 분할 후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지분을 현 지분(10.8%) 만큼 보유하는데 사업회사 지분을 지주사에 현물출자하는 대신 지주회사가 발행하는 신주를 받으면 지금보다 월등히 높은 지분율을 보유하게 됩니다. 대신증권은 본체외에 대신에프앤아이, 저축은행 등 6개 자회사가 있는데 기업분할은 자회사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측면도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오너 개인돈이 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직접 지분을 매입하는 게 아니라 기존의 지분을 활용하는 것이니까 당연히 자기돈이 들지 않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세금 면제 혜택도 중요합니다. 조세특례제한법상 지주회사 전환과정에서 현물출자·주식교환시 양도세·법인세는 과세이연 혜택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 세금납부를 연기해준다는 것인데 연기시점은 해당 지주회사 주식을 팔 때까지입니다. 오너가 지주회사 주식을 취득하는 건 계속 지배를 위한 것이니 이민가지 않는 이상 매각할리 없습니다.그래서 과세이연이라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세금 면제입니다. 이 혜택이 내년 말로 종료됩니다.

물론 이 혜택은 정부가 기업들의 지주회사 전환 유도를 위해 법의 시한(일몰)을 계속 연장해왔기 때문에 내년 말이 되면 또다시 연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내년은 대선이 있는 해이고 지금 정치권 상황을 보면 어떤 식으로든 대선이 내년 6월에는 조기에 치러진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으니 새 정부 출범 직후 이 문제가 어떻게 결론날 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또 지금 국회에 다수 발의돼 있는 경제민주화 법안 중 과세이연 혜택에 제동을 거는 법안이 있고 한발 더 나아가 인적분할시 자사주 활용을 제한하는 법도 발의돼 있습니다. 법안 통과시기를 예단할 수 없지만 이러한 법안들이 기업 지주회사 전환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은 여러 차례 나온 바 있습니다.이런 점들을 종합하면 자사주를 보유한 많은 기업들의 기업분할 가능성은 열려 있는 셈입니다.

신영증권 최대주주 지분율은 26%입니다. 대신증권보다는 안정적이지만 역시 높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최대주주 지분을 나눠서보면 원국희 회장 16.2%, 원 회장의 아들 원종석 대표이사 7.9%입니다. 1933년생인 원 회장의 지분 승계를 고려해야할 시점입니다. 그대로 지분을 물려주면 세금문제로 지분율 감소가 불가피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 신영증권도 자사주가 28.9%에 달합니다.

부국증권도 최대주주 지분율은 26.7%입니다. 최대주주 지분을 나눠보면 김중건씨 12%, 김중광씨 11% 입니다. 경영에 직접 참여를 하지는 않는 창업주 2세들입니다. 모두 60대 나이인데 자녀들의 지분은 미미합니다. 이러한 부국증권도 자사주는 33.9%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업계 최고수준의 자사주여서 당연히 활용방안에 관심이 가는 상황입니다.

대신증권, 신영증권, 부국증권 3개 증권사들은 오랜 업력을 가진 개인오너 체제이면서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다고 볼 순 없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오랜 업력이라는 공통점. 증권업종은 투자자금을 중개하고 돈이 오고가는 역할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이런 곳은 통상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우호지분도 적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 관측입니다. 다만 반대로 생각하면 이같은 우호지분을 계속 끌고 가려면 그에 상응하는 비용도 필요합니다. 적정 배당률을 유지한다든지 우선주에 더 많은 배당을 계속 준다든지 하는 점은 궁극적으로 회사 가치를 중장기적으로 발전시키는데 필요한 투자자금 확보 차원에서는 부정적입니다. 따라서 후계 승계과정에서 언제까지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우호지분에 의존할 수는 없을 것이란 관측도 가능합니다.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을 지켜봐야하는 곳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