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한동우 체제 막 올랐다...조용병·위성호 2파전 무게

by노희준 기자
2016.08.19 07:00:00

한동우 현 신한지주 회장 임기 내년 3월말
임기 만료 2달전에 후보자 선임해야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3연임으로 주요 후보군 자리매김
양날의 칼 '라흥찬 라인' 꼬리표 관심
하반기 카드 경영악화 속 실적 방어 선결과제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은 3연임에 사실상 성공한 18일 기자들의 전화를 일절 받지 않았다. 위 사장은 이날 경기 기흥에서 열린 신한카드 인턴사원 행사 현장에 일찍 내려가 오후 늦게 돌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공식적인 선임 절차가 끝나지 전까지는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는 게 사장님 방침”이라고 잘라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차기 신한금융지주 회장 선출 레이스에서 유력 후보자로 자리잡으면서 더욱 신중한 행보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한다.

신한금융지주는 이날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를 열고 신한카드 사장에 위성호 사장을 추천했다고 밝혔다. 아직 임원후보추천위원회와 주주총회라는 절차가 남아 있지만 사실상 3연임이 확정됐다는 평가다. 위 사장은 지난 2013년 사장에 선임된 후 3연임에 성공하면서 내년 8월까지 4년간 신한카드를 이끌게 됐다.

금융권이 위 사장의 3연임에 주목하는 이유는 신한금융이 ‘포스트 한동우’ 체제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신한지주 내부 규정상 내년 1월말까지 차기 회장 후보를 내정해야 한다. 1948년생인 한 회장은 올해 만 68세라 만 70세가 넘으면 회장직을 할 수 없다는 내부 규정상 임기 3년의 지주 회장직에 도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회장의 연임을 경우의 수에서 제외하면 이번 위 사장의 3 연임으로 조용병 신한은행장과 2파전 구도가 짜여지고 있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차기 회장 레이스의 가장 큰 관건은 한동우 회장이 어느쪽에 힘을 실어주느냐에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제3의 인물이 부상할 가능성을 점친다. 한 회장(1948년생)과 현재 경합을 벌이고 있는 조 행장(1957년생), 위 사장(1958년생)간 나이차가 많아 그 중간지대에 있는 인물이 후보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위 사장의 경우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라인’으로 분류되는 점이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한다. 위 사장은 신한사태 당시 지주 홍보담당 부사장이었기에 ‘라응찬의 사람’으로 분류된다. 이 점은 아픈 내부의 역사를 상기시키고 중립적인 인사가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되면 약점이 될 수 있다. 지난 2015년 초 은행장 선임 당시 위 사장을 누르고 조 행장이 선임될 수 있었던 배경도 조 행장이 중립적인 인물로 분류됐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한 금융회사 CEO는 “‘라응찬의 사람’으로 분류되는 것이 어떻게 작용할지는 알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라 전 회장이 일본 주주들과 가까운 점을 생각하면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라 전 회장은 재일교포 지분이 100%였던 1982년 신한은행 설립 당시 준비위원을 맡아 재일교포 주주들과 가깝다. 재일교포 지분은 현재 20%안팎으로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분석이다.

위 사장으로선 일단 실적 방어에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경영상황이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상반기 실적을 전년 동기 대비 1% 끌어올렸지만, 300억원(세후 기준)의 비자카드 지분매각이라는 일회성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하반기부터는 김영란법 시행 등 카드시장 자체가 위축될 수 있어 아파트 관리비나 도시가스비, 학원비 등 ‘현금성 시장’의 카드납부 확대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게 신한카드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사태가 완벽히 아물지 않았던 지난 2013년 신한카드 사장에 오르고 3연임에 성공했다는 것은 자체 경쟁력 면에서는 위 사장이 조 행장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