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작년 2배 분량 대북메시지 통해 '대화' 강조

by피용익 기자
2014.08.15 12:27:54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내놓은 대북 메시지는 분량 면에서 지난해의 두 배에 달했다. 내용 면에서는 ‘대화’를 강조한 점이 눈에 들어온다.

박 대통령이 이날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69회 광복절 경축식에서 내놓은 경축사는 총 37.9매(200자 원고지 기준) 분량이다. 이 가운데 대북 메시지는 10.4매로 전체 연설의 4분의 1을 넘었다.

지난해의 경우 경축사에서 대북 메시지가 차지한 비중은 20%에 그쳤고, 절대적인 분량도 5.3매로 올해의 절반 수준이었다.

대북 메시지의 내용도 달라졌다. 무엇보다 지난해 ‘대화’라는 단어가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던 것에 비해 올해는 “이제 남북한은 대화를 통해 대립과 고통의 역사를 극복하고 평화와 행복의 미래를 향해 나가야 한다”는 등 수 차례에 걸쳐 대화 의지를 드러냈다.

대북 제안은 지난해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이 골자였다면, 올해는 △하천·산림 공동관리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 참여 희망 △문화유산 공동 발굴·보존 △광복 70주년 기념 문화사업 준비 등 크지는 않지만 의미있는 제안들이 나왔다. 박 대통령은 “남북한이 지금 시작할 수 있는 작은 사업부터 하나하나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대북정책 구상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나 ‘드레스덴 선언’ 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반면 핵 포기 촉구 메시지는 한층 강해졌다. 지난해 “북한이 핵을 버리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동참한다면,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짧게 언급했던 것에 비해 이날 경축사에선 “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가는 대한민국은 너무나 위험하고 비정상적”, “분단과 대결의 타성에서 벗어나 핵을 버리고 국제사회로 나와야”, “계속되는 미사일 발사와 핵개발로 대한민국에 위협을 가하고 우리 국민들의 안전을 위협한다면 이는 결코 용납되지 않을 것” 등 경고성 발언을 쏟아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올해로 남북이 분단된 지 68년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남북한간에 불신과 대결의 시대를 넘어 평화와 통일의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열어나가야 합니다.

북한이 핵을 버리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동참한다면,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의 고통과 어려움도 함께 풀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한반도의 한쪽에서 굶주림과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습니다. 새 정부는 정치적인 상황과 무관하게 인도적인 지원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변화된 모습과 행동입니다. 우리는 진심으로 북한의 변화를 기다리며 열린 마음으로 북한을 적극 도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어제 개성공단 사태가 발생한 지 133일 만에 재발방지와 국제화에 합의했습니다. 저는 이번 합의를 계기로 과거 남북관계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고, 상생의 새로운 남북관계가 시작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앞으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통해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남북한의 공동발전을 이뤄나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먼저 남북한 이산가족들의 고통부터 덜어드렸으면 합니다. 이번 추석을 전후로 남북한의 이산가족들이 상봉할 수 있도록 북한에서 마음의 문을 열어주길 바랍니다.

또한 분단과 대결의 유산인 비무장지대(DMZ)에 세계평화공원을 조성하기를 북한에 제의합니다. 비무장지대를 평화의 지대로 만듦으로써 우리의 의식 속에 남아 있던 전쟁의 기억과 도발의 위협을 제거하고, 한반도를 신뢰와 화합, 협력의 공간으로 만드는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억지력이 필요하지만, 평화를 만드는 것은 상호 신뢰가 쌓여야 가능합니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상식과 국제적 규범이 통하는 남북관계를 정립하여 진정한 평화와 신뢰를 구축해 가는‘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일관되게 추진해 가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올해는 광복 69주년이자 동시에 분단 69주년이기도 합니다.

분단된 상태로 지속되어 온 69년의 비정상적 역사를 이제는 바로잡아야 합니다.

통일을 준비하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소명입니다.

분단의 고뇌가 한 세대를 지나 다음 세대로 이어지면서 점차 무뎌지고, 비정상적 현실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가는 대한민국은 너무나 위험하고 비정상적입니다.



우리 후손들에게 이런 위험을 물려 줄 수는 없습니다.

이제 북한은 분단과 대결의 타성에서 벗어나 핵을 버리고 국제사회로 나와야 합니다.

스스로 핵을 포기한 카자흐스탄과 개혁과 개방을 선택한 베트남, 미얀마 등은 이웃나라들과 협력하며 평화와 번영을 누리고 있습니다.

북한도 한반도의 평화와 동북아시아의 공동번영을 위해 고립에서 벗어나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어야 합니다.

남북이 실천 가능한 사업부터 행동으로 옮겨서 서로의 장단점을 융합해 나가는 시작을 해 나가는 것이 시급한 과제입니다.

이를 위해 남과 북은 서로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작은 통로부터 열어가고, 이 통로를 통해 서로를 이해해 가면서, 사고방식과 생활양식부터 하나로 융합해 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는 우선적으로 한반도의 생태계를 연결하고 복원하기 위한 환경협력의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북을 가로지르는 하천과 산림을 공동으로 관리하는 일부터 시작하여,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협력 사업을 확대해 가야 합니다.

저는 이러한 협력의 시동을 위해 오는 10월 평창에서 개최되는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 북측 대표단이 참여하기를 희망합니다.

여기에서 남북한과 국제사회 전문가들이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환경 공동체 형성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민생의 통로도 열어가야 합니다.

이산가족들이 서로 만나고, 인도적 지원을 더욱 활발하게 펼쳐 서로의 고통을 덜어가고, 작은 마을에서부터 남북한이 함께 생활환경을 개선해 나가는 민생인프라 협력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장기적으로 우리의 경제개발 노하우를 북한과 공유하고, 북한의 풍부한 지하자원과 노동력을 성장 동력으로 활용한다면 남북한 주민의 삶이 모두 향상될 수 있고, 국제사회에 새로운 성장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남북한 주민들의 삶이 진정으로 융합되기 위해서는 문화의 통로를 통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통일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소중한 우리의 문화유산을 남북이 함께 발굴·보존할 것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아울러 내년의 광복 70주년을 맞아 남북한이 함께 광복을 기념할 수 있는 문화 사업을 준비한다면 그 의미가 매우 클 것입니다.

앞으로 남북한 주민들이 작은 것부터 소통하며 동질성을 회복하고, 공동발전을 위한 작은 통로들이 모인다면 생활공동체를 형성해 갈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남북한이 지금 시작할 수 있는 작은 사업부터 하나하나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이제 남북한은 대화를 통해 대립과 고통의 역사를 극복하고 평화와 행복의 미래를 향해 나가야 합니다.

지금같이 계속되는 미사일 발사와 핵개발로 대한민국에 위협을 가하고 우리 국민들의 안전을 위협한다면, 이는 결코 용납되지 않을 것이며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이 계속되고 스스로의 손발을 묶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북한이 과거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평화 구축에 대한 진정한 의지를 보여준다면, 우리 국민들은 안심하고 남북교류협력을 환영할 것이며, 남북은 공동발전을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정부가 제안한 남북 고위급 접촉에 응해서 새로운 한반도를 위한 건설적 대화의 계기를 만들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