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인사 3대 키워드‥신상필벌·미래먹거리·젊은피

by장순원 기자
2013.12.29 15:27:46

재계 연말 인사 마무리
성과보상·신상필벌 원칙 강화
핵심 분야 힘 실어‥여성·젊은 피 수혈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지난 27일 현대자동차(005380)그룹의 정기 임원인사를 끝으로 국내 주요 그룹의 연말 인사가 일단락됐다. 불확실성이 한층 커진 대내외 환경 속에서 국내 주요 기업들은 인사를 통해 한해를 평가하고 새해 경영 화두를 제시했다. 특히 올해 인사에서는 성과보상 원칙과 핵심 성장동력 강화, 여성을 포함한 젊은 피를 대거 수혈했다는 게 특징이다. 이를 통해 기업 채질을 개선하고, 한층 치열해진 경영환경을 넘어 성과를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올해 대기업 인사에서 가장 뚜렷한 특징은 성과 보상, 신상필벌 원칙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점이다. 이달 초 사장 인사결과를 발표한 삼성그룹이 대표적이다. 가장 좋은 실적을 거둔 삼성전자(005930)만이 승진잔치를 벌였다. 반면 비전자 계열사들에서는 수장이 대폭 교체돼 대조를 이뤘다. 특히 이번에 사장으로 승진한 8명 가운데 6명은 모두 전자 계열사 소속이었고, 임원인사에서도 삼성전자에서 가장 많은 신임 임원들이 배출됐다.

LG그룹 인사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실적이 부진했던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장을 교체했고, 휴대전화 사업의 선전을 이끈 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MC) 사업본부장은 승진 발령했다.

지난 12일 단행된 SK그룹 인사에서도 임원 승진자 141명 가운데 사상 최고 실적을 낸 SK하이닉스(000660)에서 43명이 대거 배출됐다.

핵심 성장동력에 힘을 실어줘 그룹 미래를 대비하겠다는 의지도 어느 때보다 강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김해진 현대자동차 연구개발본부 파워트레인 담당 사장(56)을 신임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장에 임명하는 것을 포함해 전체 승진자 10명 중 4명을 연구·개발(R&D) 인력으로 채웠다. 2009년 연구위원 제도가 생긴 후 4년간 공석이었던 수석연구위원 2명도 임명했다. 핵심 기술 경쟁력과 직결되는 분야에서 승진자가 많았다는 뜻이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해외 전략시장을 선점하려면 신기술과 품질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그룹 수뇌부의 의중이 담긴 인사다.



LG그룹도 시장선도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쌓은 인물들을 대거 발탁했다. 박종석 MC사업본부장은 LG전자의 스마트폰을 단기간에 경쟁사와 비슷한 수준까지 끌어올리면서 승진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LG화학 대표이사를 맡은 지 1년 만에 부회장으로 파격 승진한 박진수 부회장도 마찬가지다. 박 신임 부회장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 큰 공로를 세운 점을 높게 인정받았다. 핵심 부문에서 세계시장을 이끌 기술력을 갖춰야 세계 1등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인사로 구현한 것.

SK그룹도 신규 임원의 63%를 이공계에서 뽑으며 기술 중심의 인사 철학을 내보였고 삼성그룹 역시 연구개발 분야 임원 승진자가 작년(105명)보다 14% 증가한 120명에 달했다.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를 전진배치하기 위한 과감한 발탁 승진이나 여성인력 중용 현상도 두드러진 현상이다.

삼성그룹은 승진 연한을 뛰어넘은 임원 발탁 승진이 85명을 기록했다. 사상 최대 수준이다. 여성 승진자도 역대 최다인 15명을 기록했다.

GS그룹에서는 이경숙 신임 GS건설 상무가 출범 10년 만에 첫 공채 출신 여성 임원으로 선임됐다.

현대차그룹도 초임 임원인 이사대우 승진자 비중은 전체 승진차의 34.3%(144명)에 달했다. 이 중 37명은 연차를 떠나 성과와 앞으로 잠재력을 평가해 발탁인사를 했다. 자동차 그룹 특성상 여성임원이 드문 편임에도 두각을 보인 여성 인력은 과감하게 중용했다. 현대카드 이미영 이사가 고객 마케팅 업무성과를 인정받아 상무로 승진했고, 이주연 현대라이프 마케팅실장도 실적과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부장에서 이사대우로 승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