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연비시대.. "車 이건 알고 사세요"
by김형욱 기자
2013.01.28 09:24:46
표시연비 평균 10% 줄며 실연비와 가까워져
'디젤 뜨고 경차 지고'.. 연비순위에도 변화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우리나라에선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다. 기름값도 비싸다. 그만큼 운전자도 연비에 민감하다. 기왕이면 더 효율 높은 차를 선호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구매 기준이 됐던 표시연비(공인연비)는 아무래도 탐탁치 않았다. 개인차를 감안하더라도 실연비와 차이가 너무 컸다.
이 같은 격차를 줄이고자 올해부터 다양한 조건 하에서 도심과 고속도로 연비를 별도 측정하는 복합연비 제도가 도입됐다. 소비자도 이제 여기에 맞춰 연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야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게 됐다.
28일 현재 국내 판매중인 561개 승용차 모델 가운데 신·구연비 비교가 가능한 349개의 신연비는 구연비에 비해 평균 10.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곧 표시연비가 실연비에 10% 가까워 졌고 또 그만큼 신뢰도가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회사별로는 현대차(005380)가 12.0%, 기아차(000270) 16.3%, 한국GM 11.6%, 쌍용차(003620) 22.6%, 르노삼성이 7.4% 표시연비가 줄었다. 독일의 대표적인 프리미엄 브랜드 BMW는 8.0%, 친환경차 선도기업으로 꼽히는 도요타 역시 15.6% 감소를 피할 순 없었다.
다만 이 같은 차이가 꼭 이 회사의 신뢰도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 회사들은 신연비 제도 시행에 앞서 친환경차라는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각 차종별로 모델을 단종시키거나 새로이 개발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국산차 중 감소폭이 가장 적은 르노삼성은 지난 연말 SM3(신연비 15.0㎞/ℓ)와 SM5(12.6㎞/ℓ)의 부분변경 모델을 내놓으며 각각 2.0리터, 2.5리터의 고배기량 모델을 단종시킨 덕분에 준중형 및 중형 세단 시장에서 최고 연비를 자랑하게 됐다.
현대·기아차도 마찬가지다. 현대차는 연비에서 불리한 투싼ix 가솔린모델의 생산을 중단하고 싼타페 2.2 모델엔 수동변속 모델을 추가했다. 기아차 역시 레이와 모닝, 프라이드, 쏘울, K3 등 중소형 모델에 스타트 앤 스탑(ISG) 기능이나 무단변속기(CVT), 디젤 엔진 등 연비를 높인 모델을 새로 내놓았다. 연비가 떨어지는 모하비의 4.6리터 가솔린 엔진생산도 중단했다.
복합연비제가 도입되긴 했지만 아직 한 달도 안 된 터라 인터넷은 물론 회사 홈페이지에서도 정확한 기준 없이 신·구연비가 혼재된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혼다 CR-Z 등 아직 복합연비를 측정하지 않은 모델도 18개 있다.
복합연비 도입의 최대 수혜는 디젤차다. 복합연비제 도입 후 소형 디젤 모델인 푸조 208 1.4 e-HDi는 21.1㎞/ℓ라는 복합연비를 자랑해 업계 1위를 기록했다. 중형차인 푸조 508악티브(18.4㎞/ℓ)는 국산 경차 모닝(15.2㎞/ℓ)을 압도한다. 기존 1위였던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21.0㎞/ℓ)는 2위로 쳐졌다. 현대차가 아반떼 디젤을 부활시키며 디젤차 대응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가장 타격을 입은 것은 경차. 모닝·레이의 주력 모델은 모두 20% 가까이 표시연비가 줄었다.
그렇다고 디젤차만이 정답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과 노후됐을 때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은 아직 해결하지 못한 숙제다. 더욱이 도심연비는 1위 프리우스(21.7㎞/ℓ)를 비롯한 하이브리드 모델이 여전히 우위다.
그 밖에 주행 연비효율이 높아지면 힘이나 반응 속도가 떨어지는 양면성도 존재한다. 쏘나타,K5(11.9㎞/ℓ)에 비해 연비가 높은 닛산 알티마 2.5(12.8㎞/ℓ)나 SM5(12.6㎞/ℓ)의 경우 모두 무단변속기(CVT)를 탑재했다. 연비는 좋지만 응답성이 떨어진다. 반면 쏘나타와 K5는 터보 모델과 하이브리드 모델 등 다양한 라인업을 갖췄다.
신연비 도입에 일희일비하는 일반 양산차와 달리 초고성능 차나 최고급 세단은 초연하다. 연비가 판매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만큼 구연비 측정 때부터 크게 신경 쓰지 않은 때문이다. 포르쉐의 경우 구연비에 비해 신연비가 불과 0.7% 감소하는 데 그쳤다. 페라리 캘리포니아나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LP700-4 등 수억원을 호가하는 슈퍼카도 신연비 도입 후 표시연비가 15% 이상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