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위기 해법찾기)⑦리더십이 생존을 가른다
by하수정 기자
2008.11.13 09:47:31
[이데일리 하수정기자] 내년 은행권의 경영 화두는 `생존`이다.
유동성 위기와 실물 경기 침체, 기업들의 줄도산이 겹치면 은행들 역시 생존 싸움에 내몰릴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자본시장통합법과 국책은행 민영화, 금산분리 완화 등 금융업계 지각변동을 가져오는 대형 이벤트들이 기다리고 있다.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시기. 바로 이럴때 경영진의 리더십은 재평가받는다.
KB금융(105560)지주 출범은 시기가 안 좋았다. 하필 출범을 앞두고 미국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지면서 금융시장이 요동쳤고 KB금융지주는 3조4000억원에 이르는 댓가를 치러야했다.
어렵게 출범한 지주사인만큼 경영진들의 어깨가 무겁다.
황영기 회장의 추진력과 강정원 국민은행장의 전공인 리스크관리를 제대로 살릴 때가 왔다. 시장은 이들이 힘을 합쳐 한 자리 수로 떨어진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수치를 다시 은행권 최고 수준으로 올려놓기를 기대하고 있다.
황 회장과 강 행장은 "리딩뱅크로써 맏형다운 역할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금융위기에 맞서 자구책을 내놓은 것은 금융권 중 가장 앞섰다. 황 회장은 지난 달 9일 금융권 중 가장 먼저 비상경영을 선포했으며 강 행장은 임원 연봉 삭감 방침을 시중은행 중 제일 빨리 결정했다.
다만, 금융시장 재편 과정에서도 선두에 설 지 여부가 관건이다. 황 회장은 취임 당시 내년 상반기까지 대형 금융지주사들과 대등합병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그는 "인수합병 시장 재편의 꿈을 놓지 않겠다"며 "은인자중(隱忍自重: 참고 견디며 신중하게 행동함)하고 기회를 기다리면 좋은 결과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시기조절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신한금융(055550)지주 창립부터 조직을 지켜온 라응찬 회장은 `금융권 최장수 경영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흔들림없는 리더십을 자랑한다.
라 회장이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바로 `신뢰`. "고객의 신뢰를 유지하라"는 엄명은 최근들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조직관리도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라 회장은 최대한 계열사 사장단들에게 경영을 위임하고 있다. 지주사 결제란이 사장에서 끝날 정도다.
신상훈 신한은행장도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직원 메시지에서 "`신한은행은 믿을 수 있다`는 고객과 시장의 기대에 어긋나서는 안된다"며 신뢰 경영을 환기시키고 있다.
그러나 절대적이고 장기적인 리더십 이후에는 항상 치열한 후계 작업이 뒤따르는 법.
신한금융지주의 탄탄한 지배구조를 구성하고 있던 재일교포의 지분이 2001년 설립당시 22%에서 최근 18%수준으로 떨어지고 BNP파리바도 2006년 초 9.38%에서 8.5%로 감소하는 등 최대주주의 결집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가볍게 볼 수는 없다.
이인호 신한지주 사장과 신상훈 신한은행장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라 회장의 임기는 2010년 주주총회까지다.
우리금융지주(053000)는 사상 최초로 내부인사 출신의 투 톱 체제가 구성돼 어느 때보다 조직 결집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마당발`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전략기획통`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대외업무, 내부관리를 상호보완하는 황금조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李-李 체제` 초기가 순탄치만은 않다. 부채담보부증권(CDO), 신용디폴트스와프(CDS) 등 신용파생상품 손실과 우리파워인컴펀드 분쟁 등 악재가 줄줄이 나오고 있다.
과거 경영판단에 따른 뒷감당을 떠안아야하는 현실이 쉽지 않겠지만 이 회장은 "비상경영체제를 인식하고 자본적정성 관리와 경비 절감을 강화하라"며 임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이 행장도 지점을 돌며 "과거 어려웠던 외환위기를 극복해온 정신으로 이번 위기를 돌파해나가자"고 말하며 `10년 전 정신력`을 다시 꺼내들었다.
하나금융지주(086790)는 2002년 서울은행과 합병이후 최악의 시절을 맞고 있다. 시장에 떠도는 루머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Back to the basic)"고 말한다.
97년 하나은행장에 취임했던 그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까지 받았던 그 시절 얼마나 `기본기`가 중요한지 직접 체험한 인물이다.
김 회장은 최근 계열사 사장단 워크숍에서도 "고객 돈을 내 돈 처럼 생각해봐라, 그것이 뱅커의 기본이다"며 편법이 아닌 정공법으로 부딪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경영 전반을 꼼꼼하게 챙기는 스타일인 김 회장은 집무실을 그룹 몸통인 은행 본점으로 옮기고 김정태 행장과 근거리 호흡을 맞추고 있다. 대표적인 영업통 김 행장은 김 회장을 보좌하며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은행 `몸 만들기`에 나설 방침이다.
하나금융지주가 이번 고비를 제대로 극복해낸다면, 한국에서 스페인 산탄데르은행 신화를 재연하겠다는 꿈은 분명 가까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