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홍정민 기자
2005.10.06 09:05:41
[이데일리 홍정민기자] 주택 시장이 지난 2000년 기술주 폭락때처럼 급격히 붕괴되기보다 연착륙할 것이라는 주장과 근거가 속속 제기되고 있다.
최근 주택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신규 주택 판매가 감소하고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미판매 재고 증가로 공급도 늘어나는 추세다. 여기에 금리인상 전망까지 가세하며 집값 흐름이 이제 방향을 바꿀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미국 경제가 워낙 견조한 성장을 보이고 있어 집값 하락 충격은 생각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메릴린치의 데이비드 로젠버그 북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판매 신규 주택 재고, 신규 주택 평균 가격 상승률 둔화 등을 이유로 주택 시장 하락을 점치고 있다.
그는 인구 통계국 자료를 인용, 지난 9월 미판매 신규 주택 주문잔고가 4.7개월치 공급분까지 치솟았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00년 1월 이후 최대규모다. 이 부분이 `재고 과잉`의 증거라는 설명이다.
또 신규 주택 평균 가격의 전년 대비 상승률이 지난해 10월 최고점인 18%에서 최근에는 1%를 약간 넘는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는 점도 주택 시장 둔화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택 구매 능력이 위축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월간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주택 구매 여력은 91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91년에도 주택 구매 여력이 급감한 뒤 주택 시장이 냉각됐는데, 향후 금리 인상까지 겹칠 경우 집을 사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평가회사인 미첼, 맥스웰 앤 잭슨은 이번주 초 부동산 매물 건수가 1528건에서 1031건으로 33% 급감했다고 밝혔다. 8월 신규 주택 판매도 124만건으로 9.9% 감소했다.
이에 가격도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부동산 회사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맨해튼 지역의 평균 아파트 가격은 전분기 대비 10% 이상 하락했다. 공동주택과 콘도가격도 역시 두자릿수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물론 주택 건설업체와 중개업체들도 할 말은 있다. 전미 주택건설업자협회의 마이클 칼라이너 이코노미스트는 로젠버그 이코노미스트가 인용한 미판매 신규 주택에 대한 인구 통계국 자료에는 아직 건설되지 않았지만 허가는 받은 주택도 포함돼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건설업체들들이 건물을 건축하기 훨씬 전에 허가를 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 완공된 신규 주택의 8월 주문 잔고는 전년 대비 낮을 것으로 추정했다.
신규 주택 평균 가격과 관련, S.로렌스 윤 선임 NAR 이코노미스트는 상승세 둔화가 판매된 주택의 패턴이 변화했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형 주택은 싼 지역에 건설되고 신규 주택 크기는 점점 작아지면서 전년 대비 가격 상승률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통계상 일부 왜곡을 인정하더라도 주택 시장이 서서히 둔화되고 있다는 점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칼라이너 이코노미스트도 "둔화의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독립 부동산업체 연합인 렐로/리딩 리얼 에스테이트 컴퍼니의 팸 오코너 최고경영자(CEO)는 새크라멘토처럼 비싸기로 유명한 지역도 둔화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있다고 전했다. 새크라멘토는 미판매 주택 재고가 전년 대비 두배 증가했다.
그는 "모든 사람들이 조만간 주택 시장 과열 사이클이 변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급격한 변화가 없다면 펀더멘털은 여전히 강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업률이 상대적으로 낮은데다 경제 성장률도 꽤 견조하기 때문.
경제 주간지 비니지스위크 역시 5일(현지시간) 온라인판을 통해 부동산 거품을 주장하는 일부 전문가들의 생각과 달리 주택 가격은 급격히 붕괴될 가능성이 낮으며 서서히 하락세를 탈 것으로 내다봤다.
또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등 가장 과열된 시장에서는 집값이 두자리 하락률로 하락할 것이며 주택 가격 상승률이 지난해부터 불붙기 시작한 미국 중부는 아직은 적절한 가격 수준을 보이고 있어 계속 상승세를 탈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