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동현 기자
2024.11.20 06:00:00
칠하고 부수고…커지는 여대 ‘과격 시위’
젠더갈등으로 번지며 시위 본질 흐릿
래커 내려놓고 합리적 방법 모색해야
[이데일리 박동현 기자] ‘남자 OUT’ 여대가 빨간 래커로 물들고 있다. 동덕여대에서 불붙은 ‘공학 반대’ 집단 행동이 그칠 줄 모르고 주변 여대로 번지며 학생들이 거친 방법으로 시위에 나서고 있는 탓이다. 외부에선 이들의 과격한 모습에만 집중하며 여대 사태는 여론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이번 공학 반대 집단행동은 이달 초 동덕여대에서 시작됐다. 당시 학내에 ‘공학 전환’ 소문이 돌자 지난 7일 동덕여대 총학생회 측은 대학 본부에 즉각 반발하며 관련 문의에 나섰다. 당시 학교 측은 반발이 거세지자 “내부적으로 논의됐을 뿐 공식 안건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학생들은 여전히 학교 본부를 규탄하며 본관을 점거하고 수업을 거부하는 등 거세게 맞서고 있다.
재학생들은 공학에 대한 ‘단순 반대’가 아닌 학교 측의 소통 없는 ‘비민주적 결정’에 분노하고 있다. 문제는 일부 학생들이 설립자 동상 테러·박람회 부스 철거·래커 시위 등 과격한 행동으로 맞서면서 전체 학생들의 진의가 묻히고 있다는 점이다. 동덕여대 측이 학생들의 폭력 행동으로 발생한 피해금액을 최대 54억원이라고 밝히며 이에 대한 비판 여론도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대 학생들의 남녀 공학 반대 행동은 일파만파 커지며 불과 2주도 안 된 시점에서 전국 7곳 여대 중 6곳이 연대에 나섰다. 성신여대와 서울여대 등 이미 대규모 시위에 나선 곳들이 여대 중 절반에 달한다. 이곳들도 동덕여대와 마찬가지로 붉은 래커로 교내 곳곳이 멍들고 있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젠더 갈등의 양상마저 싹트고 있다. 이미 반(反)여성단체인 신남성연대는 동덕여대 앞에서 4주간의 맞불 집회를 진행 중이다. 여론은 양측의 ‘과격함’에만 집중하며, 갈등의 본질을 외면하고 그들의 대립에만 이목이 쏠리고 있다. ‘비민주주의’를 규탄하고 나선 시위의 본질이 흐려질 수 있는만큼, 학생들이 이제라도 래커를 내려놓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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