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가상자산 신고, 120조 ‘증발’…팔았나, 잃었나, 숨겼나
by김미영 기자
2024.09.29 12:00:00
국세청, 올해 해외금융계좌 신고 결과 발표
1년새 121.5조 급감해 신고액 64.9조…신고인원 4957명
가상자산 120.4조 날아가…1043명, 10.4조 신고
국세청 “가상자산 가치 하락에 신고 줄어”
[세종=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해외 가상자산(코인)계좌 신고액이 1년 사이 120조원 넘게 줄은 걸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가상자산 가치 하락에 따른 것이라 설명하지만, 가상자산 신고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철저한 검증이 불가피해보인다.
29일 국세청에 따르면 올해 해외금융계좌는 총 4957명이 64조 9000억원을 신고해 지난해와 비교하면 신고인원은 462명(8.5%), 신고금액은 121조 5000억원(65.2%) 각각 줄었다.
급감의 원인은 가상자산이다. 가상자산계좌 신고액은 10조 4000억원으로 전년(130조 8000억원)보다 120조 4000억원 줄었다. 무려 90%가 증발한 셈이다. 신고인원은 1043명으로 전년보다 27%(389명) 줄었다.
가상자산계좌를 제외한 예·적금계좌, 주식계좌 등 해외금융계좌의 경우 54조 5000억원이 신고됐다. 전년보다 1조1000억원(2%) 줄었다.
해외금융계좌 신고는 국내자본의 불법적인 해외유출 방지, 역외소득 탈루의 사전억제 등을 위해 2011년 첫 도입된 제도다. 전년도에 매월 말일 중 어느 하루라도 예금, 적금, 주식, 파생상품, 채권, 보험 등의 해외금융계좌 총 잔액이 5억원을 초과했다면 신고 대상이다. 가상자산계좌 신고는 2022년 귀속분부터 2023년에 첫 신고가 이뤄졌다.
국세청 관계자는 “전반적인 가상자산 가치 하락으로 신고 기준금액인 5억원에 미달하는 경우가 작년보다 증가해 해외 가상자산계좌 신고인원이 감소했다”며 “지난해 거액으로 신고됐던 특정 가상자산들의 가치가 급락해 신고금액도 감소한 걸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해외 가상자산계좌는 신고의무 대상에 포함되긴 했지만 검증 실효성은 아직 충분히 담보되지 않았단 평가를 받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간 가상자산 거래자에 대한 정보교환 보고 규정도 아직은 시행되지 않고 있다. 해외 가상자산 신고 급감이 처분에 의한 것인지, 가치하락 혹은 신고 누락에 따른 것인지 명확히 알기 어렵다.
국세청은 신고검증과 세무조사를 통해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 위반자를 확인해 과태료 부과, 통고처분, 형사고발, 명단공개 등 제재를 가하고 있다. 신고기한 내 신고 않으면 미신고금액의 최대 20% 과태료를 물리고, 신고의무 위반금액이 50억원을 초과하면 이름을 공개하고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한다. 단 신고기한 이후에라도 신고하면 과태료를 최대 90%까지 깎아준다. 국세청 관계자는 “전 세계 과세당국이 도입을 추진 중인 가상자산 거래내역 등의 정보교환 보고 규정에 따라 정보교환을 준비 중이니 신고대상자는 해외 가상자산계좌도 조속히 수정·기한 후 신고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올해 해외금융계좌 개인신고자는 4152명으로 16조 4000억원을 신고했다. 전년보다 신고인원은 413명(9%), 신고액은 7조 9000억원(32.5%) 감소했다. 신고금액별로 보면 상위 10%가 전체의 66.4%를 차지, 1인당 평균 신고액이 261억 6000만원에 달했다. 하위 10%의 평균 신고액인 5억 1000만원과 비교하면 51배 많다. 연령대별로 보면 신고인원은 50대(29.3%)가 가장 많지만 1인당 평균 신고액은 20대 이하(49억원)가 가장 많았다.
법인은 805개가 48조 5000억원을 신고해 전년보다 49개(5.7%), 113조 6000억원(70.1%) 줄었다. 상위 10%가 차지하는 신고액이 88.5%로 법인 1개당 평균 5301억원을 신고했다. 하위 10%의 평균 잔액인 5억 8000만원보다 약 91배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