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엑스레이 판독을 30초 만에…수의사 돕는 AI 서비스 나왔다

by김현아 기자
2022.09.25 12:00:00

동물병원에 영상진단 전공 수의사 적어
원격 판독업체 이용시 하루 이상 걸리기 일쑤
AI기반 SKT '엑스칼리버' 썼더니
30초 이내 판독, 정확도 84~97%..혈액검사나 문진없이 높은 신뢰성
월 30만 원..매출보다 반려동물 복지 차원

오이세 스카이동물메디컬센터 원장이 진료실에서 ‘엑스칼리버’를 통해 분석한 반려견의 엑스레이 사진을 설명하고 있다. 엑스칼리버는 AI기반 수의영상진단 보조서비스다. 사진=SK텔레콤 제공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엑스칼리버’를 통해 분석한 반려견의 VHS(심장크기측정)엑스레이 사진.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수의사들이 반려동물의 엑스레이 사진을 ‘쉽고 빠르고 저렴하게’ 판독할 수 있게 돕는 서비스가 출시됐다. SK텔레콤이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AI기반 수의영상진단 보조서비스 ‘엑스칼리버(X Caliber)’얘기다.

9월 중순,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국내 제1호’ 엑스레이 기반 동물의료영상 검출 보조 소프트웨어 허가를 획득했다.

우리나라에는 약 3,500개의 반려동물 병원이 있고, 80% 정도인 2,900여개 병원에 엑스레이가 설치돼 있다. 엑스레이는 동물병원에서 자주 쓴다.

그런데 사람의 엑스레이를 판독하는 일반 병원과 달리, 동물 병원에는 영상진단을 전공한 수의사가 많지 않다. 그래서 직접 의사가 판독하기도 하지만, 원격 판독 업체를 이용해 건건이 판독 결과를 받기도 한다. 의사가 엑스레이 사진을 보내면 영상의학전문가가 판독해 결과를 보내주는 것이다. 그런데 하루 이상 걸리기 일쑤다. 가격도 비싼 편이다.

‘엑스칼리버’는 어떨까. 오이세 스카이동물메디컬센터 원장은 썼더니 진료 수준과 신뢰성이 높아졌다고 했다. AI 진단 솔루션을 쓰기 전에는 주관식 문제를 푸는 셈이었다면, 쓴 뒤에는 객관식 문제가 돼 더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고, 보호자들에게도 더 자세히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 원장은 “위 사진은 12살짜리 포메나리안 사진인데 무릎 관절과 슬개골 탈구가 있다. 그런데 예전에는 눈으로 본 소견만 제시하는 주관식이었다면, 이제는(옆의 분석상세 표를 보면) AI가 다양한 소견을 제시한다. 객관식인 셈이다. 더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심장크기측정(VHS) 기능에 대해 수의사들 호응이 클 것으로 봤다. 오 원장은 “반려동물은 개체 크기가 다 달라서 심장의 크기를 평가하는 VHS 평가를 하는데 나름 정확하게 해도 오차가 발생한다. 그런데 엑스칼리버를 쓰면 한 번에 자동으로 측정할 수 있다”고 했다.

오 원장은 “사실 의료 분쟁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바로 보호자와 수의사 간 이해도 차이에서 발생하는데, 수치로 된 자료를 보여 드리면 보호자가 훨씬 이해하기 쉬울 것”이라며 “저도 처음에는 영상 진단에 AI 도입이 쉽게 될까 했지만, 수의사들이 매일 푸는 주관식 문제를 객관식으로 바꿔 정확하고 신속하게 표시해주면 진료의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려견의 엑스레이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엑스칼리버’는 병원에서 촬영한 반려견의 근골격(근골격계 질환 7종) 및 흉부(흉부 질환 10종) 등 엑스레이 사진을 클라우드(엑스칼리버 VET AI)에 올리면, AI가 약 30초내(인터넷속도 100Mbps 기준) 비정상 소견 여부와 위치정보 등 분석결과를 수의사에게 제공한다.



클라우드를 활용해 저장과 조회를 하기 때문에 병원 내 별도의 서버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 웹 서비스 방식으로 동작해 업그레이드와 관리가 쉽다. 수의사들은 연동된 모바일 기기나 PC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AI가 제시하는 영상진단 판독 결과를 받아 볼 수 있다.

SKT는 자사의 AI풀스택(AI Full Stack)을 기반으로 데이터 수집과 저장부터 AI모델링과 서비스 적용까지 AI 서비스 구현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자체 개발했다.

전국의 5개 국립대 수의대학(강원대, 경북대, 경상국립대, 전북대, 충남대)과 협력해 양질의 데이터셋을 개발했고, 데이터 증강 기술을 사용했으며, 임상 데이터 사진의 명암과 각도에 변화를 주는 등 다양한 환경을 고려한 데이터를 만들고 학습시켜 데이터셋과 AI 성능을 향상시켰다. AI 모델링 단계에서도 레이블링 자동화 기술과 AI 모델 경량화 기술 두가지를 활용했다.

이종민 SKT 미래 R&D 담당은 “수의 영상 데이터를 확보해 이를 기반으로 양질의 트레이닝 셋을 만들어서,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쳐 84%이상의 높은 정확도를 기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노력 덕분일까. 엑스칼리버 AI 판독 결과와 국내 대형 동물병원 영상전공 수의사들의 판독 결과를 비교해보니, 양측의 의견이 합치하는 비율이 분야별로 84~97%를 기록해 진단 보조 솔루션으로 유효성을 입증했다.

세부적으로는 △반려견 근골격 이상 영역 7종 검출모델 평균 질환탐지율(민감도) 86% △반려견 흉부 이상 패턴 10종 분류모델 평균 질환탐지률(민감도) 84% △반려견 VHS(심장크기측정) 측정모델 정확도 97%였다.

정확도 84~97%는 어떤 의미일까. 오이세 원장은 “이를테면 흉부 84%라는 의미는 수의사들은 엑스레이뿐 아니라 청진이나 혈액 검사 등을 바탕으로 진료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엑스레이 사진만으로 이런 수치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엑스칼리버는 동물병원이 1개월 무상 사용 후 월 30만원의 구독형 서비스로 이용할 수 있다. 하루 1만원 정도다. 하루에 엑스레이 진단이 큰 동물 병원은 10~15건, 작은 동물 병원은 3~5건 정도 이뤄지니 이를 고려할 만 하다.

다만, SKT 입장에선 당장 돈이 되진 않는다. 엑스칼리버를 개발한 이유에 매출만 아니라, 반려동물 인구 1500만 명 시대에 AI로 반려동물 의료 복지를 높이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의미다.

SKT는 딥러닝 강화를 통해 엑스칼리버의 질환탐지율(민감도)을 높이고 진단영역을 반려견뿐 아니라 반려묘 흉부와 복부 등으로 확장하는 한편, 글로벌 진출도 추진할 계획이다.

하반기에는 제주대 수의대가 엑스칼리버 AI개발에 추가로 참여하는 등 빅데이터의 규모와 AI의 정확도를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엑스칼리버’의 임상결과를 언론에 설명하고 있는 오이세 스카이동물메디컬센터 원장


한편 24~25일 양일간 서울 세종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내 최대 수의 컨퍼런스인 서울수의임상컨퍼런스에서는 SKT 하민용 최고사업개발책임자(CDO)의 키노트를 시작으로 이종민 미래R&D 담당과 장동일 팀장이 엑스칼리버에 활용된 SKT의 인공지능 기술 소개와 엑스칼리버 제품군 및 향후 로드맵 등을 발표했다.

‘엑스칼리버’ 개발 과정을 산학협업으로 총괄 담당한 충남대 수의과대학 이영원 교수는 “AI기술이 이미 의료분야에서 빠르게 개발 및 적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SKT의 ‘엑스칼리버’ 상용화는 선진 수의학 기술 발전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민용 SK텔레콤 CDO는 “SKT가 가진 AI기술력과 5개 국립 수의대학의 고품질 데이터가 합쳐져 국내 최초로 AI기반 수의영상진단 보조시스템이 탄생하게 됐다”며 “SKT는 질병의 진단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더 나은 펫 케어 서비스 제공과 동물 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