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 역전 걱정되냐고?…이창용 "내가 IMF에서 왔다, 외환보유액 충분"
by최정희 기자
2022.08.26 08:48:01
"9월 한미 금리 더 큰 폭으로 역전될 것"
"외환보유액, IMF 150% 기준 맞추려하면 IMF서에 말릴 것"
통화스와프 해도 원화 약세는 못 막아
"유동성·신용위험 아냐…환율 상승에 따른 물가 관리가 더 중요"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저 IMF(국제통화기금)에서 왔어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기준금리를 인상한 후 기자회견에서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 자본이 빠져나가고 원화 약세 폭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꺼낸 말이다. 이 총재는 지난 4월 중순 총재로 임명되기 전까지 IMF에서 아시아태평양 국장으로 8년간 근무했던 경험이 있다.
그는 9월 한미 금리 역전으로 자본 유출 위험이나 환율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장장 A4용지 두 페이지에 달하는 메시지를 쏟아냈다.
이 총재는 “9월에 미국에서 금리를 올리게 되면 더 큰 폭으로 역전될 것”이라며 “역전으로 환율 상승, 자본유출 촉진에 대한 우려는 충분히 이해하나 한미간 금리 격차와 자본유출, 환율 움직임이 그렇게 기계적으로 관계된 것은 아니다”고 포문을 열었다. 다만 역사적으로 역전폭이 최대 1%포인트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역전폭을 과도하게 벌리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25일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으로 한은 금리와 미국의 정책금리 상단이 2.5%로 같아진 상태다. 그러나 우리나라 시각으로 26일 밤 11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추가 자이언트 스텝을 시사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9월 FOMC 회의 직후 한미 금리가 최대 0.75%포인트 역전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은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3%로 올리고 연준이 11월, 12월에도 추가 인상해 최대 4%(상단 기준)로 끌어올린다면 한미 금리는 1%포인트 역전된다.
환율 급등이 자본유출을 키우기보다 물가 급등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한은 입장에서 환율이 올라가는 국면을 우려하는 것은 환율 수준 자체라기보다 원화 가치가 절하됨으로써 그로 인해 물가 상승 압력이 올라가는 점, 중간재를 수입하는 많은 기업들의 고충이 심해져서 국가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 가격 변수에 대한 우려”라고 설명했다. 그는 1998년과 2008년과 달리 우리나라는 순채권국이기 때문에 유동성, 신용위험을 걱정할 우려가 없다고 강조했다.
외환보유액이 적다고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IMF는 연간 수출액의 5%, 시중통화량의 5%, 유동 외채의 30%, 외국환 증권 및 기타투자금 잔액의 15% 등을 합한 규모의 100~150% 수준을 적정 외환보유액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작년 기준 외환보유액 비중이 98.94%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최근에 IMF 기준으로 외환보유액이 몇 천 억달러 모자란다는 언론 보도들이 있는데 저 IMF에서 왔다”며 “명확하게 말씀드리겠다. IMF 어느 직원도 우리나라에 와서 150%까지 외환보유액을 쌓으라고 얘기할 사람이 없다. 외환보유액 전 세계 9위이기 때문에 외환보유액이 큰 나라의 경우에 기준은 의미가 없다. 150% 기준은 신흥국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IMF 기준으로 150%까지 외환보유액 쌓겠다고 하면 비용도 크지만 IMF가 찾아와서 하지 말라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화스와프가 체결되더라도 원화 약세를 막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 상시 통화스와프를 하는 영국, 유로존, 캐나다도 기본적으로 달러가 강세가 되면서 전부 환율이 약세로 돌아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이라며 “통화스와프는 유동성 위험, 신용도 위험에는 대비가 될텐데 통화스와프로 통화가치가 전 세계적으로 다 같이 절하되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라고 언급했다.
이어 “환율이 물가에 주는 영향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고 외환시장에서 오는 위기관리를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1997년, 2008년과 같은 위기 관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를 위축시키고 불필요한 위험을 조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