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당정청 재난지원금 담판…홍남기 세가지 고민

by최훈길 기자
2021.07.10 11:00:00

11일 고위 당정청 협의회 추경 수정 논의
①카드 캐시백 등 어디 얼마나 수정할까
②국민지원금 대상은 80%냐, 전국민이냐
③소상공인 손실보상금 얼마나 증액할까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당정청이 코로나19 지원 대책을 본격 논의한다. 코로나 확산으로 방역이 강화됨에 따라 기존에 발표했던 대책을 전면 재수정하는 게 불가피해졌다. 피해를 입고 있는 자영업에 대한 신속한 대책이 필요하지만, 지원 방식·대상·규모를 놓고 이견이 불거지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10일 국회 등에 따르면 당정청은 오는 11일 저녁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고위 당정청 협의회를 열고 이같은 논의를 할 예정이다. 이날 기획재정부가 재난지원금이 포함된 올해 두번째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 관련 보고를 하면 관련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그동안 당정청 협의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윤호중 원내대표, 박완주 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해 왔다. 정부에서는 김부겸 국무총리,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등이, 청와대에서는 유영민 비서실장, 이호승 정책실장, 이철희 정무수석 등이 참여해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협의회 참석 멤버이지만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참석차 이탈리아에 출장 중이어서 홍 부총리는 11일 협의회에는 불참한다.

당청청은 본격적인 추경 심사에 앞서 의견을 조율할 예정이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 2일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상생소비지원금(신용카드 캐시백), 소상공인 희망회복자금 등을 포함한 33조원 규모의 2차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는 오는 14일 홍 부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예산결산위원회 종합정책질의를 진행한다.

11일 협의회에서는 격론이 벌어질 전망이다. 코로나 4차 유행, 12일부터 적용되는 거리두기 4단계를 고려해 추경안 수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는 지난 9일 페이스북에서 “추경안은 코로나19 안정세를 전제로 소비 진작 및 경기 활성화를 고려해 편성됐다”며 “불행히도 국면이 바뀌었다. 새로운 틀을 고민할 때”라고 밝혔다.

정치권이 수정 입장을 제기하면서 추경을 편성한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특히 홍 부총리나 기재부가 어떤 방향으로 추경 수정안 입장을 내놓을지가 주목된다. 정치권, 기재부 등 입장을 종합하면 향후 쟁점은 크게 3가지로 정리된다.

우선 추경안의 어떤 부분을 어느 수준까지 어떻게 수정할지다. 핵심은 코로나19 피해지원 3종 패키지(국민지원금, 카드 캐시백, 소상공인 손실보상)다. 3종 패키지 규모만 15조 7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에서 소비활성화를 위한 대책은 코로나 확산세를 고려해 삭감하거나 집행 시기를 연기하는 게 불가피하다.

특히 카드 캐시백(1조 1000억원), 추가 소비쿠폰 발행(484억원) 등은 재조정이 예상된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KBS 라디오에서 “캐시백에 들어가는 1조 1000억원을 전 국민 재난지원금으로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정도로 수정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어 정부와 이견이 커질 수 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추경안 중 재난지원금 예산 약 10조원에 대해 판단을 다시 해 볼 필요성을 느낀다”며 “재난지원금 예산은 축소하거나 연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10조 4000억원 규모의 국민지원금을 재조정하자는 것이다.

정부가 2조원의 국채를 상환하지 않고 손실보상금 재원으로 사용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기재부는 지난 9일 국채상환을 미루고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에 대해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2일 국회에 제출한 2차 추경안에 포함된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개요. (자료=기획재정부)
지원금 지급 대상을 놓고도 이견이 크다. 정부는 소득 하위 80%까지만 지급하자는 입장이나 여당에서는 전국민 지원을 주장하고 있다. 한정된 재원을 고려해 코로나 피해 계층에 두텁게 지원하자는 정부 입장과 형평성·차별·배제 논란이 없도록 전국민 지원을 해야 한다는 여당 입장이 충돌한 것이다.

김부겸 총리는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추경안 시정연설에서 “가족의 삶과 생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으신 분들에게 조금 더 양보해달라”면서 80% 선별지원 방침을 강조했다. 반면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호중 원내대표께 전국민 재난지원금 여부에 대해 지도부에 위임해 달라고 부탁했고 의원들의 동의를 받았다”며 “최근 변화되는 상황, 세수 상황을 점검하고 국민 여론을 수렴해 가능한 많은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세수 상황을 보면, 올해 1~5월 국세는 작년 1~5월보다 43조 6000억원 증가했다. 이 중에서 코로나로 세금 납부를 미뤄줬다가 올해 들어온 세수는 11조 1000억원이다. 최영전 기재부 조세분석과장은 “실제 늘어난 세수는 32조 5000억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늘어난 세수를 모두 2차 추경(33조)에 투입한 것이다. 이 상황에서 전국민 지원금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지가 고민꺼리다.

만약 재원이 마련된다고 하더라도 코로나 4차 유행 때에 “소비하라”며 전국민 지원금을 주는 것은 논란이 될 수 있다. 방역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해야 할 상황에서 내수 활성화를 위해 전국민에게 지원금을 주는 게 실효성도 떨어질 수 있다. 국민의힘은 “오락가락 방역”이라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어, 전국민 지원금이 지급되더라도 정치권 공방이 가열될 전망이다.

손실보상금으로 얼마나 지원할지도 쟁점이다. 이번 추경에는 소상공인 희망회복자금 3조 2500억원, 소상공인 손실보상금(6000억원)이 반영됐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거리두기 4단계 시행에 따라 전폭적인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페이스북을 통해 34조원~40조원 가량의 소상공인 지원을 요구했다. 정부가 2차 추경에 반영한 소상공인 지원금을 많게는 10배 가량 증액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강도 방역에 따라 지원이 불가피하지만, 이렇게 지급할 경우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이렇게 지원하게 되면 미래세대에게 나랏빚을 떠넘긴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이번 추경안이 정부안대로 통과하면 국가채무가 963조 9000억원에 달한다. 만약 김 의원 주장대로 증액할 경우 100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국가채무가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2017년(660조2000억원) 이후 4년 만에 300조원 넘게 증가하는 것이다.

2차 추경안(33조원)에 15조 7000억원 규모의 코로나19 피해지원 3종 패키지(국민지원금, 카드 캐시백, 소상공인 손실보상) 대책이 포함됐다. (자료=기획재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