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 "국힘 '이준석 돌풍', 우리 당은 '조국의 시간' 수렁에..."
by박지혜 기자
2021.05.31 08:54:46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 ‘소신파’ 조응천 의원은 “2007년 이명박-박근혜 대선 경선 이후 14년 만에 국민의힘은 ‘이준석 돌풍’으로 당내 경선에서 국민적 관심을 받아 활력이 만발한 반면, 우리 당은 다시 ‘조국의 시간’이라는 수렁에 빠져들 수는 없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31일 오전 페이스북에 ‘이준석 돌풍’과 ‘조국 회고록’을 언급하며 “별로 상관없는 것처럼 보이는 두 키워드가 후일에는 대선의 승패를 가늠한 분수령으로 꼽힐 수도 있는 일 아니겠나 싶었다”며 이같이 전했다.
그는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차지한 이준석 전 최고위원에 대해 “국민의힘 대표 예비경선 결과 발표 전에는 막연한 불안감 정도에 불과했으나, 노회한 보수정당의 당원들도 36세에 불과한 원외 청년에게 30% 이상의 표를 몰아줬다는 예상 밖의 결과를 접하곤 내년 대선에 대한 저들의 절박함과 간절함을 실감했다”고 했다.
이어 “만약 6월 11일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후보가 제1야당의 대표로 선출되고 이준석 체제가 제대로 작동된다면, 어쩌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대안정당으로만 인식되는 수준을 넘어서서 갈등해결 능력을 상실한 정치시스템을 퇴출 시키고 한국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해결하라는 국민들의 요구에 대한 대답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으로 다가온다”고 덧붙였다.
조 의원은 “제1야당의 당내 경선이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는 동안 우리 당은 국민들께 어떤 모습으로 비치고 있었나 생각하면 제 주관적으로는 별로 속이 편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4.7 재보궐선거에 참패한 이후 우리 당은 반성하고 변화하겠다고 약속드렸다. 하지만 전당대회를 거치고 새로운 지도부가 꾸려진 후에 오히려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는 비판이 들리는 것도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서울시당과 중앙당에서 실시한 2차례의 집단심층면접조사(FGI)를 통해 생생한 민심을 확인했다. 다수 의원들도 그 내용에 공감했다”며 “그런데 이와 무관하게 일부 최고위원들과 의원들은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의 당위성을 주장하며 당내 특위구성을 채근한다. ‘변화의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검수완박(검찰수사권의 완전 박탈)’에 대한 집착을 비판하며 집단심층면접조사(FGI)에 “조국 전 장관에 대한 내용도 상당 부분이 포함되어 있었다”며 그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
“조국 사태 때 그들만의 리그가 있구나 하는 박탈감이 엄청났죠”(40대 여), “조국 뉴스가 나올 때마다 내 자식한테 못해주고 있다는 자괴감 때문에 채널을 돌리고 싶었죠”(50대 여)
“(검찰) 개혁은 안 보이고 추미애만 눈에 띄었다”(40대 여), “건들기는 제일 많이 건드리는데 엄한 것만 계속 터진다는 생각이 들었다”(20대 남), “시끄럽기만 엄청 시끄럽고 정작 바뀐 건 모르겠다”(30대 여), “국민은 기본 생계가 흔들리는데 여권은 가상의 적을 세팅해놓고 계속 섀도복싱을 했다”(30대 여)
그는 “프로젝트 출범 며칠 후 조국 전 장관이 ‘조국의 시간’이라는 회고록을 6월 1일에 발간한다고 발표했다”며 “하필이면 프로젝트 성과 대국민 보고대회를 개최하는 날과 같다”고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5일 ‘국민소통·민심경청 프로젝트’ 출범식을 갖고 일주일간 전국적으로 민생을 청취한 뒤 내달 1일 ‘대국민 보고’를 진행하고 당의 향후 방향, 정책 목표 등에 대해 밝힐 예정이다.
이에 대해 조 의원은 “4.7. 재보궐선거의 패배의 원인을 돌아보며 민심을 경청하는 프로젝트를 한창 진행하는 중에 하필 선거패배의 주요한 원인 제공자로 지목되는 분이 저서를 발간하는 것은 우리 당으로서는 참 당혹스러운 일”이라며 “특히 우리 당의 주요한 대권 주자들이 강성 당원들을 의식하여 조 전 장관에 대해 경쟁적으로 옹호하는 발언을 쏟아내는 모습이 이런 당혹감을 넘어 더욱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여권잠룡인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 추미애 법무부 전 장관, 정세균 전 국무총리 등이 조 전 장관의 회고록 출간 소식에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조 의원은 당 지도부와 대선주자들을 향해 “묻고 싶다. 정말 그러면 대선 본선에서 이길 수 있는가? 눈 가리고 아웅 아닌가? 당원들과 국민들이 그런 수에 넘어가 주겠는가? 다 같이 터놓고 이야기라도 해봐야 할 일 아닌가?”라고 의문을 나타냈다.
그는 “사실 상대 당이 잘해서 우리도 자극을 받고 서로 잘하기 경쟁을 하는 것이야말로 국민들이 바라는 구도일 것”이라며 “그런데 상대가 혹시 잘할까 봐 걱정하는, ‘설마 저러다 말겠지’ 하는 기대 아닌 기대를 하고있는 저 자신이 한심스럽기도 하다”고 밝혔다.
끝으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분명하다. 송영길 대표를 중심으로 임박한 정치 격변의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조국의 시간’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입장을 정리하여 일관되게 민생에 전념하는 집권여당의 듬직한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 그 모습으로 내년 대선을 준비하는 것 외에 다른 왕도가 있겠는가!”라고 했다.
한편, 조 전 장관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회고록) 발간 공지 이후 문의가 많았고 여러 말이 돈다고 하기에 말씀드린다”면서 “이 책을 쓴 것은 제가 정치활동을 하기 위함도 아니고 현재의 정치과정에 개입하기 위함도 아니다. 현재 저는 ‘위리안치’(圍籬安置)된 ‘극수’(棘囚)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2019년 8월 9일 법무부 장관 지명 이후 벌어진 ‘사태’를 정확히 기록함과 동시에, 그동안 하지 못한 최소한의 해명과 소명을 한 것이다. 그리고 고위공직자로서의 정무적·도의적 책임을 무제한으로 질 것임을 다시 한번 밝히면서, 동시에 검찰이라는 ‘살아 있는 권력’의 폭주와 권한 남용을 비판하고 경고하였다”고 강조하며 “독자 여러분의 정독과 질정(叱正)을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