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의 진화는 어디까지…"특이한 음식 대신 먹어드립니다"

by이윤화 기자
2018.11.24 08:00:00

10년 역사의 ''먹방'', 이제는 독특함으로 승부
초강도 매운 맛부터 희귀한 식재료까지 눈길
“대리만족과 놀라움 선사하는 먹방 계속될 것”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대리만족’을 위해 혹은 ‘혼밥’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등 ‘먹방’(먹는 방송)을 시청하는 이유는 각양각색이다. 지난 2008년 시작된 ‘먹방 열풍’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먹방 콘텐츠는 점점 더 특이하고 독특한 것을 찾는 시청자들의 요구에 따라 발전하고 있다. 별다른 이벤트 없이 일반적인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송으로는 더 이상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먹방의 최신 트렌드는 바로 ‘희소성’이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메뉴나 희귀한 식재료가 유튜버 등 1인 창작자들에게는 필수이자 인기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송주불냉면 먹방을 진행하고 있는 유튜버 도로시 (사진=도로시 유튜브 캡쳐)
송주불냉면, 미친 만두, 실비김치, 신길동 매운 짬뽕, 디진다 돈가스…. 1인 창작자들 사이에서 유행 중인 매운 음식 5순위에 드는 음식들이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혀가 아리고 속이 쓰릴 정도로 고통스러운 매운 맛을 자랑한다. 먹방계에서는 챌린지(challenge·도전) 아이템으로 통한다.

매운 음식 먹방으로 가장 유명한 1인 창작자는 ‘도로시’(본명 민가인)라는 유튜버다. 지난 2016년 6월 ‘광저우사는여자’라는 닉네임으로 유튜브 먹방을 시작해 지난해부터 도로시라는 예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음식에 캡사이신, 청양고추 등을 다량으로 추가해 만드는 조리 과정부터 먹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144만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인기 유튜버가 됐다.

도로시가 인기 있는 이유는 매운 맛 중에서도 극강의 수준에 도전하기 때문이다. 맵기로 소문난 송주불냉면 2인분에 매운양념장 10인분 한통을 다 부어서 육수도 안 넣고 다 먹는 도전을한 영상은 조회 수가 393만8600회를 기록했다. 5900개에 달하는 댓글에는 ‘내가 먹지 못하는 음식을 대신 먹어줘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반응부터 ‘저렇게 매운걸 잘 먹고 싶다’는 부러움까지 다양한 반응이 올라왔다.



먹방 유튜버 ‘홍사운드’가 지난 6월 업로드한 팝핑보바 ASMR 콘텐츠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홍사운드 유튜브 캡쳐)
매운 음식과 함께 챌린지 아이템으로 떠오르는 식재료들 역시 주변에서 쉽게 맛볼 수 없는 음식들이다. 인도의 전통 디저트 ‘라스굴라’, 과일액을 얇은 막으로 코팅해 알맹이로 만든 디저트 원료 ‘파핑보바’ 등 다양한 재료들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공통적인 특징은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자율감각쾌락반응) 콘텐츠로 많이 이용된다는 점이다. 독특한 식감이 자율감각 쾌락 반응을 이끌어 내는 ASMR 소재로 활용하기 좋기 때문이다.

라스굴라는 코티지 치즈를 설탕물이나 카다멈(향신료)를 넣어 졸여 먹는 인도 전통 간식이다. 외형은 푹신할 것 같이 생겼지만 식감은 스펀지와 비슷하고, 씹으면 시럽의 달콤한 맛과 장미향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연어알 같이 생긴 팝핑보바는 대만 버블티의 주재료로 활용되며, 음료나 아이스크림에 곁들여 먹기도 한다. 톡톡 터지는 식감 덕분에 최근 유튜버들의 인기 아이템으로 부상했다. 먹방 유튜버 ‘홍사운드’가 지난 6월 업로드한 팝핑보바 ASMR 콘텐츠는 현재까지 177만여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터키식 구름 사탕 ‘피스마니에’도 인기다. 피스마니에는 꿀과 밀가루를 혼합해 만든 터키 전통 디저트로 외형은 꿀타래와 비슷하게 생겼다. 캐러멜을 녹여 반죽을 만들고 손으로 접고 늘이는 과정을 반복해 녹아내리는 식감을 선사한다.

유튜브 관계자는 “먹방은 유튜버들의 꾸준한 인기 콘텐츠를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지만 수많은 먹방 영상 중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독특하고 특이한 소재를 찾기 마련”이라면서 “앞으로도 먹방 영상에서는 일반인들이 접하기 어려운 식재료들이 새롭게 등장하며 인기를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