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50년]등산 왔는데 문화재관람료 강제징수…눈감은 정부

by박태진 기자
2017.06.22 06:30:00

2007년 입장료 폐지 불구 공원내 24개 사찰서 관람료 징수
등산객 대상 법적 근거 없는 사적 징수 불구 제제 없어
공원내 국보·보물 200점 문화재 훼손 단속 실적은 ‘0건’

제15회 국립공원 사진공모전에서 대상을 차지한 남기문씨의 작품 ‘북한산 봄이오는 소리’.(사진=국립공원관리공단)
[이데일리 박태진 한정선 기자] 22개 국립공원에는 200점에 달하는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가 산재해 있다. 빼어난 경관과 함께 탐방객들이 국립공원을 찾는 주된 이유다. 그러나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문화재 관리에는 손을 놓고 있다. 관리 주체가 사찰이라는 이유에서다. 환경단체에서는 법에 명시된 의무과 권리를 외면한 행태라고 지적한다. 입장료 문제도 논란거리다. 공식적인 입장료는 폐지됐지만 문화재 관람료라는 명목으로 대다수 국립공원 탐방로 진입지점에서 사실상 입장료처럼 징수한다. 사찰이 자체적으로 벌이고 있는 수익사업이지만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구경만 하고 있다. 단속 명분이 없다는 핑계를 대지만 실제는 불교계와의 마찰을 우려한 눈치보기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1970년 5월부터 징수해오던 공원 입장료를 2007년 1월 1일 폐지했다. 하지만 22곳 국립공원 중 16곳이 탐방로 입구에서 돈을 받는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국립공원 입장료로 잘못 알고 있는 이 요금은 사실 공원내 문화재 관람료다. 징수 주체도 공단이 아닌 사찰이다. 현재 문화재 관람료를 받고 있는 사찰은 총 24곳이다. 징수금액은 1000~4000원 사이다.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이미숙(43)씨는 “설악산 입구에서 모든 등반객들에게 문화재 관람료를 받는 데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절에 들릴 계획이 전혀 없는데도 무조건 내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카드도 안돼 결국 현금을 인출해 관람료를 내고 산에 올랐다”고 말했다.

환경부와 공단은 불교계와의 마찰을 우려해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공단 관계자는 “수차례 문화재관람료 징수를 제한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묵살 당했다”며 “협상을 통해 해법을 찾으려고 해도 아예 대화조차 거부해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환경단체에서는 국립공원 50주년을 맞아 입장료 문제를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입장료 폐지로 탐방객이 급증하면서 공원내 생태계 훼손이 심해졌다는 이유에서다. 사찰 관람료 문제도 입장료 징수체제 개편을 통해 함께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은 “자연공원법상 비교적 탐방객 출입이 잦은 마을지구와 문화유산지구는 무료로 입장할 수 있게 하되 생태계 보전이 필요한 자연보존지구와 자연환경지구에 대해서는 입장료를 받는 방법도 모색할 수 있다”며 “입장료 중 일부를 문화재 관람료로 지원해왔던 전례를 생각해 다양한 해법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22개 국립공원에 있는 문화재는 총 730점으로 이중 불교문화재가 71.9%(525점)로 대부분이다. 국보(41점)와 보물(159점)은 모두 불교문화재다.

공단과 환경부는 국립공원 내 문화재 관리에는 아예 손을 놓고 있다. 국립공원 내에 있는 문화재는 대부분 사찰 소유라는 이유에서다. 공단이 설립된 지 올해로 30년째를 맞았지만 문화재 훼손 단속 실적은 전무하다. 사찰 경내가 아닌 곳에 위치한 문화재들도 마찬가지 이유로 관리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환경단체 등의 입장은 다르다. 관련 법에 관리책임이 명시돼 있음에도 환경부와 공단이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정 사무국장은 “자연공원법 18조에 따르면 국립공원에는 문화재, 사찰 등이 있는 공원문화유산지구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정부가 문화재를 관리할 권한과 의무가 있다. 사찰이 소유하고 있어 관리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책임회피용 핑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속리산국립공원 일대는 탐방객들이 버린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사진=국립공원관리공단)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비상대책위원회와 강원도 양양군민 500명이 지난 15일 서울 서대문구 미금동에 있는 국민권익위원회를 찾아 케이블카 사업 진행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