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뇌물·직권남용·기밀누설' vs 靑 '통치행위·선의·오해'

by조용석 기자
2016.11.16 06:30:00

핵심인물 줄소환한 검찰…결정적 증거 확보가 관건
대통령 변호인 “긍정적 효과 있었다”…적극 변론 예고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헌정사상 최초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된 박근혜 대통령이 변호인을 선임하고 본격적인 방어에 나섰다. 사건 핵심인물을 줄소환하며 상당한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이는 검찰은 수집한 증거를 바탕으로 박 대통령을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제3자뇌물수수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권남용), 공무상비밀누설 등의 혐의를 중심으로 대통령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검찰은 ‘최순실 게이트’의 발단이 된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모금 의혹과 관련해 박 대통령의 개입 여부를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기업에 압력을 넣어 출연금을 모금한 혐의(직권남용)의 공범으로 구속된 상태다.

박 대통령이 최씨와 안 전 수석 사이에서 지시한 정황이 있다면 직권남용 혐의의 공범이 될 수 있다. 최씨와 안 전 수석은 서로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을 독대한 기업 총수들의 ‘발언’에 따라 박 대통령에게는 제3자 뇌물죄도 적용될 여지가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 그리고 지난 2~3월 사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과 독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과 독대한 기업들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뿐 아니라 청년희망펀드에도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200억원을 출연했다. 대통령 독대 과정에서 재벌총수들이 ‘민원’을 넣었고 청와대가 이를 들어줬다면 기업들이 낸 돈은 ‘출연금’이 아닌 뇌물이 된다.



독대총수를 모두 소환조사한 검찰은 이들이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 과정에서 나눴던 대화 내용을 상당수 확보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 역시 검찰이 정호성 전 비서관을 조사하며 여러 증거를 확보했을 가능성이 높다. 정 전 비서관의 대포폰을 확보·분석한 것으로 알려진 검찰은 박 대통령이 문서유출을 직접 지시했다는 증거를 확보했을 수도 있다. 검찰은 ‘문고리 3인방’인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과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은 문건 유출과 관련해 특별한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법조계에서는 박 대통령이 최순실씨가 청와대를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도록 지시 또는 개입했다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다는 견해도 내놓는다.
박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유영하 변호사(54·사법연수원 24기)는 15일 오후 첫 기자회견에서 “선의로 추진했던 일이었고 긍정적 효과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대통령이 최씨와 연관된 사업을 진행하면서 부정한 의도가 없었으며 실제 좋은 효과를 거둔 사업도 있었음을 적극적으로 변론하고자 하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직 대통령 신분인 대통령은 재임기간에는 형사소추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조사를 통해 증거가 확보될 경우 퇴임 후 재판에 넘겨져 처벌받을 수 있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100만명의 국민들이 ‘하야’를 외치면서 거리로 뛰쳐나올 만큼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퇴임 후 형사처벌까지 받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적극변론’ 방침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일련의 사건을 이른바 ‘통치행위’로 주장할 수도 있다는 견해도 있다. 검찰이 대통령이 부정에 개입 또는 묵인했다는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면 국가 원수인 박 대통령의 ‘통치행위’ 주장을 반박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지난달 청와대에 입성한 최재경 민정수석도 박 대통령의 변론을 도울 것으로 보인다. 최 민정수석은 현역 시절 최고의 ‘특수통 검사’로 이름을 날렸다. 검찰과 대통령 조사 시기 및 절차 등을 조율하는 이도 최 민정수석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