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도년 기자
2016.06.24 06:52:00
"분식회계 확정 전 주식·채권 판 사람은 배상 못 받아"
"증명하기 힘든 인과관계…파산해도 전체 손해액은 배상받기 어려워"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대우조선해양(042660)의 과거 10년치 분식회계의 전모가 모두 밝혀지면 그동안 주식, 채권에 투자해 손해 본 돈은 몽땅 배상받을 수 있을까?’
검찰이 최근 대우조선의 과거 10년치, 500여개 수주계약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하면서 대우조선 주식·채권 투자 피해자들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통상 합리적인 투자자라면 공시된 재무제표를 신뢰하고 투자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10년 동안의 재무제표가 분식회계에 따라 거짓 발표된 것이라면 그동안의 투자 손실을 모두 배상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대우조선은 현재 분식회계에 대한 의혹만 있지 최종 범죄 사실이 확정되지 않았다. 배상을 받을 ‘손해’가 생기려면 우선 분식회계가 법원, 증권선물위원회 등 공신력 있는 기관에 의해 확정된 이후 그에 따른 주가 하락이 있어야 한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주식을 취득한 가격에서 분식회계로 결론이 났을 때의 가격 차이를 손해액으로 본다. 즉, 분식회계 확정 직후 주가가 하방을 찍고 오른다면 갑작스럽게 내린 주가 하락폭을 투자 손실폭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흔히 분식회계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주가가 거꾸로 오르는 일도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분식회계가 확정될 때까지 주식을 들고 있더라도 배상 받을 손해 자체가 없을 수도 있다. 지난해 9월 23일 증선위로부터 분식회계 중징계가 확정된 대우건설은 주가가 도리어 오른 적이 있다.
자본시장법 전문가들은 법원이나 증선위가 분식회계를 확정하기 전에 이미 주식을 판 사람은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분식회계가 확정되기 전의 주가 변동은 주로 유가나 환율, 업황 등 다양한 변수에 따른 것이고 분식회계 의혹이 언론에 알려지며 주가에 미리 반영되기도 하지만 이는 의혹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에 분식회계로 인한 손해로 규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대우조선이 분식회계 발표 이후 파산한다면 주가가 외부 변수에 따라 변하지 않기 때문에 손해액을 계산하기가 좀 더 쉬울 수는 있다. 주식을 산 가격에서 파산재단에서 배당받은 금액을 빼기만 하면 된다. 1만원에 주식을 샀는데 파산재단에서 1000원을 배당받았다면 9000원이 손해액인 것이다. 하지만 이때도 마냥 손해액 전부를 배상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업의 파산 이유가 분식회계에 따른 것인지 그 인과관계를 증명해야 하는데 기업은 분식회계뿐만 아니라 업황이나 채권자, 노동자, 거래처 등의 움직임에 따라서도 파산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 즉 기업이 파산했을 때라도 분식회계에 따른 손해액만을 따로 계산해 내기가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자본시장법에 정통한 관계자는 “매달 증선위에서 분식회계 기업에 대한 제재가 내려지지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투자자들은 많지 않다”며 “주가 하락이나 파산에 분식회계가 얼마나 영향을 줬는지 그 인과관계를 증명하기 어렵고 투자자 간 손바뀜도 많은 탓”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