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땅 이란]⑪"시장 선점하자" 최태원 SK 회장 앞장..정유·건설 기대감

by성문재 기자
2016.02.23 06:01:40

SK이노베이션, 테헤란 현지 지사 설립 검토
김준 SK에너지 사장, 이란 방문..도입 확대할 듯
SK건설, 노후화 유전설비 관련 프로젝트 수주 목표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달 4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2016년 SK신년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SK그룹이 이란산 원유 도입 비중을 늘리고 이란발 인프라 프로젝트를 따내 그룹과 국가경제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이란 제재 해제의 대표적인 수혜 종목으로 꼽히는 정유와 건설은 SK그룹을 지탱하는 핵심 사업이다. 이에 따라 SK그룹은 이란산 원유 도입을 통해 정유사업의 원가 절감 효과를 꾀하고 이란 내 각종 인프라 프로젝트를 수주함으로써 건설사업 성장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22일 SK그룹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국제사회의 이란 제재 해제 이후 해당 시장을 선점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작년 8월 광복절특사로 사면돼 경영에 복귀한 최 회장은 SK그룹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기여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으며 특히 빗장이 풀린 이란 시장을 적극 활용한다는 생각이다.

최 회장은 올초 신년사를 통해 “올해는 국내외 경영환경이 상당히 불투명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SK는 패기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낼 것”이라며 “한 방향으로 힘을 모아서 그룹의 안정과 성장은 물론 국가경제 발전도 견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096770)은 올해 안에 이란 테헤란 현지에 지사를 세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로 정유사업을 담당하는 SK에너지(096770)의 김준 사장은 현장 점검을 위해 이달말 이란을 직접 방문한다.

SK이노베이션은 이란 제재 전인 2011년까지는 전체 원유 도입량의 10~15%를 이란에서 들여왔다. 제재 이후 한자릿수로 줄어든 이란산 원유 도입 비중을 다시 10%대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2011년 8718만4000배럴에 달했던 한국의 이란산 원유 도입량은 제재 이후 급감해 지난해에는 절반 수준(4431만6000배럴)에 그쳤다.

이란산 원유 도입량 추이(단위: 만배럴, 자료: 한국석유공사)
이번 이란 제재 해제는 정유사가 단순히 원유 도입선을 다변화하는 것을 넘어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란이 원유 시장에 뛰어들면서 산유국들 간 원유가격 인하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란의 본격 수출이 시작되면 그동안 카타르가 독점하다시피 했던 콘덴세이트(Condensate, 초경질 원유) 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송진화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사장은 원유 도입 물량과 시점 등을 최적화(Optimization)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짜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정부는 경제 제재가 풀린 직후 1개월 내 하루 50만배럴, 1년 내 하루 100만배럴까지 원유 수출을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노후화된 유전 설비와 경쟁국 견제, 자금 부족 등을 감안할 때 실제 증산폭은 계획에 조금 못 미치는 30만~80만배럴 정도로 예상된다.

SK건설은 이란이 원유 수출 확대를 위해 발주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전 설비 관련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 SK건설 관계자는 “정유·석유화학 시설인 화공플랜트와 도로 등 인프라 프로젝트의 수주를 타진하면서 이란 건설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