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넘어 세계로]⑧외국 안방고객에 지름신 내려라

by최승진 기자
2012.04.04 12:20:00

<홈쇼핑, 이젠 해외다>
中·日동남아서 잇달아 개국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 계획
中企상품 해외 판로 개척도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4월 04일자 18면에 게재됐습니다.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국내기업으로 흔히 삼성과 현대차, LG 등을 꼽는다. 이들이 반도체와 자동차, 휴대폰을 앞세워 한국의 이름을 세계 곳곳에 알린 기업이라는데는 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이들 못지 않은 활약상을 보여주는 곳이 유통·식음료업체다. 길어야 20년, 짧게는 5년에 불과한 해외진출의 역사지만 여러 시행착오 끝에 지금은 현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괄목할 성과를 내고 있다. 이데일리는 창간 12주년을 맞아 세계시장에 당당히 `글로벌 코리아`의 깃발을 꽂고 있는 유통·식음료업체들의 활약상을 소개한다. [편집자]

 
▲ 작년 10월5일 태국에 개국한 GS샵의 합작 홈쇼핑사 트루GS 방송 스탭들이 한국 중소기업 상품인 `휴롬원액기` 방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데일리 최승진 기자] 홈쇼핑 업계의 올해 제1화두는 `해외 진출`이다. 국내에서 경쟁력을 갖춘 홈쇼핑 업계가 바다 건너 해외 진출에 나서면서 몸집을 키우고 있는 것. 홈쇼핑 업계의 해외 진출은 독자 해외 판매망을 갖기 어려운 중소기업이 해외 진출 통로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홈쇼핑 업계는 올해도 이러한 해외 진출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추진 방식은 다르지만 목표는 하나로 귀결된다. 세계 속의 `홈쇼핑 한류`를 일으키는 것이다.



CJ오쇼핑(035760)은 2004년 중국 상해를 시작으로 2009년 인도, 2011년에는 일본, 베트남까지 진출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태국 개국을 앞두고 있다. CJ오쇼핑은 해외시장에 진출할 때 현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분석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철저한 시장조사에 바탕을 둔 판매 전략을 펼치고 있다.

국내 중소기업 엠스포텍의 실내 운동기구인 `엠보드`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 제품은 일본 CJ프라임쇼핑에서 작년 5월 론칭 이후 6개월 만에 24.5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24시간 진행되는 국내 홈쇼핑과 달리 인포머셜(상품판매광고)로만 진행되는 일본 홈쇼핑의 방송형태를 고려할 때 괄목할만한 수치다. 회사 측은 이에 대해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능 유출과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일본인들이 실내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파악한 결과"로 분석했다.

▲ 일본 CJ프라임쇼핑의 `엠보드` 판매 방송 장면.

작년 7월부터 방송을 시작한 베트남에서는 한류와 함께 찾아온 한국 상품의 높은 인기를 판매 전략에 더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인 업체 관계자가 방송에 직접 출연해 한국어로 상품을 설명하면 현지 쇼호스트가 대본에 나와 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베트남어로 통역한다. 한국 브랜드의 상품이라는 것을 베트남 고객들에게 확실히 보여주기 위해서다.

CJ오쇼핑은 해외 사업 전개가 활발히 지속된다면 오는 2013년에는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앞지르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영근 CJ오쇼핑 글로벌사업담당 상무는 "CJ오쇼핑은 가장 성장잠재력이 크다고 평가된 아시아시장을 중심으로 한국형 TV홈쇼핑의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있다"며 "향후에도 해외시장의 성공적인 진출을 계속 이끌어내 국내 유통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GS샵(법인명 GS홈쇼핑(028150))은 2009년 인도, 2011년 태국에 이어 지난 2월29일 베트남 현지 TV홈쇼핑 업체인 `비비홈쇼핑`에 총 350만 달러를 투자하는 조인식을 개최하며 베트남 진출을 공식화했다. GS샵은 국내 대표 홈쇼핑 기업이 가진 영업 노하우와 우수 협력회사들의 상품을 경쟁적으로 해외시장에 선보여 이를 발판으로 한 단계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GS샵의 해외시장 공략법 가운데 눈에 띄는 방식은 `재미있는 한국형 홈쇼핑 방송을 표방한다`는 것이다. 지난 1월21일 태국의 24시간 홈쇼핑 채널에 15명의 방청객부대가 등장했다. 한국의 인기 주방 브랜드 셰프라인의 프라이팬 방송에 등장한 방청객들은 달걀 프라이가 팬에 눌러 붙지 않고 프라이팬 겉에 눌러 버린 양념 찌꺼기가 손쉽게 벗겨지는 시연을 보며 탄성과 박수를 보냈다.

단순히 상품만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요리하는 즐거움까지 함께 보여주는 한국 홈쇼핑 특유의 방송 덕분에 이날 40분 방송에서는 총 60세트가 판매돼 약 72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태국인들이 덥고 습한 기후 탓에 가정에서 음식을 하지 않고 사 먹는 게 일반적인 것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매출이다.

GS샵의 태국 홈쇼핑 합작사인 트루GS의 최고운영책임자 강태림 부사장은 "한국에서 히트를 기록했다는 점이 곧 명품이라는 등식으로 태국인들은 받아들인다"며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닮고 싶어 하는 심리를 잘 파악하는 것이 마케팅의 첫 걸음"이라고 말했다.



 
▲ 롯데홈쇼핑의 `엘쿡` 중국 판매 방송 장면.

롯데홈쇼핑은 신성장동력으로 해외시장 개척을 꼽고 있다. 현재 대만(2005년), 중국(2010년), 베트남(2012년)에 진출해 있는 상태로 향후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통해 `2018 아시아 넘버원 글로벌홈쇼핑`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이 중 중국에 선보였던 세라믹 냄비 `엘쿡`의 사례는 국내 제품이 해외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현지 사정에 맞게 제품 생산, 마케팅 등을 전략적으로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엘쿡은 2010년 롯데홈쇼핑 히트상품 1위에 오른 바 있다.

사정은 이렇다. 롯데홈쇼핑과 협력사 엘샴마는 중국 현지 시장조사 도중 국내 시판 제품 그대로 중국시장에 론칭하는 것이 무리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중국의 가스레인지는 우리나라의 것보다 화력이 강하고 범위가 넓어 기존 제품을 그대로 사용할 경우 사용자의 안전이 위험해질 수 있었던 상황. 이에 양사는 현지 사정에 맞게 제품을 전면 수정해 제작했다. 지름을 더 넓히고 두께는 더 두껍게 만들었으며 조리 과정에서 도구의 움직임이 많은 중국 요리 특성을 고려해 손잡이도 더 튼튼하게 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