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준비율 올리면 통화율이 왜 줄까요?

by조선일보 기자
2006.12.01 09:11:52

다시 풀어 읽는 경제기사

[조선일보 제공] 지난달 23일 한국은행이 예금지급준비율을 올렸습니다. 16년 만입니다. 다음날 신문들은 이 소식을 대대적으로 전했습니다. 기사들은 이런 제목들을 달고 있었죠. “대출 막아서라도 집값 잡겠다 고육책”, “대출 줄여 집값 잡기, 정교한 외과 수술 대(對) 통화량 무차별 감소, 보석을 망치로 커팅”…. 도대체 지급준비율이 뭐기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될까요? 그리고 지급준비율을 높이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예금지급준비제도란 뭔가요?
 
은행은 고객으로부터 돈(예금)을 받아 여러 형태의 자산으로 운용합니다. 돈을 맡긴 사람에게 이자도 줘야 하고, 은행의 수익도 올려야 하기 때문이죠. 은행이 돈을 굴릴 때 장기채권, 장기대출 등 짧은 시간에 현금으로 만들기 어려운 자산에도 투자합니다. 하지만 언제 고객이 맡긴 돈을 찾으러 올지 모릅니다. 고객이 예금을 찾으러 왔을 때 즉시 돈을 돌려주려면 은행은 현금처럼 바로 꺼내 줄 수 있는 자산을 미리 준비해 놓고 있어야겠죠. 이걸 지급준비금(reserve)이라고 합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지급준비금을 많이 쌓아 두게 되면 수익을 얻을 수 없는 자산이 늘어나는 셈이 됩니다. 그래서 되도록 지급준비금을 적게 갖고 있으려고 하겠죠. 따라서 각 은행들이 보유해야 할 최소한의 지급준비금을 항상 갖고 있도록 법으로 정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예금의 일정비율(지급준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에 예치하거나 은행이 현금으로 보유하게 하는 제도가 바로 지급준비제도입니다.



만약 은행이 고객으로부터 예금 100만원을 받았을 경우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여기서 지급준비율이 5%라면 은행은 100만원 중 5만원을 중앙은행에 예치하고 나머지 95만원으로 수익을 창출해야 합니다. 지급준비율이 10%라면 은행은 100만원 중 10만원을 남겨 두어야 하니까 은행 입장에서는 운용자산이 90만원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한국은행은 왜 지급준비율을 인상했나요?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렸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0월 이후에 콜금리를 다섯 차례 올렸습니다. 일반적으로 콜금리를 올리면 시중에 풀리는 돈이 줄어들어야 합니다. 대출금리 등이 함께 오르기 때문이죠. 그런데 최근에는 콜금리를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통화증가율이 가파르게 상승하였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아파트 값이 계속 오를 거라는 기대감이 퍼져 사람들이 돈을 빌려 아파트를 사고 있고, 은행들은 외형 불리기 경쟁으로 대출을 계속 해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외국자금이 많이 들어와 은행들이 대출해 줄 수 있는 돈이 늘어난 것도 원인입니다.

한국은행의 지급준비율 조정은 일단 통화량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시중에 풀린 돈이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금융기관은 한국은행에 돈을 더 맡겨야 하기 때문에 시중에 대출할 수 있는 돈이 줄어들 겁니다. 이번에 한국은행은 단기예금의 지급준비율을 올렸지만, 장기예금의 지급준비율은 내렸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은행에 오래 맡겨 두는 장기예금의 이자율이 높아지고, 맡긴 뒤 언제라도 찾을 수 있는 단기예금 이자율은 낮아지는 효과가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