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유의 웹툰파헤치기] ‘K오컬트’의 매콤한 맛…‘반월당의 기묘한 이야기’

by김정유 기자
2024.10.26 06:00:00

카카오페이지 연재, 동양식 오컬트 장르물
전통 설화서 모티브, 독창성도 ‘한스푼’
장르적 다양성 키워, 작화도 한몫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서양식 오컬트 작품들은 오래전부터 다양한 콘텐츠로 재생산돼 왔지만 동양식 오컬트는 이에 비해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았다. 특히 한국식 오컬트는 과거 이우혁 작가의 ‘퇴마록’ 정도가 사회적인 인기를 끌었을 뿐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한국식 오컬트 장르로 웹툰과 웹소설 기반으로 하나둘 늘고 있다. 콘텐츠 다양성 측면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오컬트 장르는 생각보다 다루기 어렵다. 사전 취재가 어느 정도 탄탄히 이뤄져야만 짜임새 있는 작품을 쓸 수 있어서다.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 중인 웹툰 ‘반월당의 기묘한 이야기’는 이런 측면에서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는다. 한국의 전통 설화를 모티브로 하면서도 스토리에 창의성이 있다.



설화 속에서만 존재 했던 여우 요괴는 웹툰 속에서 미남자로 새롭게 탄생했다. 이 작품은 여우 요괴 ‘백란’과 괴이를 보는 고등학생 ‘유단’이 주인공으로 활약한다. 웹툰에선 백란의 화려한 술법과 초월적 존재에 대한 묘사가 잘 그려져 있다.

주인공 유단의 성격은 소년만화 특유의 정의로움으로 설명할 수 있다. 어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어떤 사건에 의해 괴이를 보게 되는 등 어린 나이에도 상당히 고난이 많은 인생 굴곡이 있다. 그럼에도 스스로 아픔을 극복하고 성장하려는 전형적인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준다.

때문에 주인공 자체에 크게 입체감을 느끼긴 어려웠다. 하지만 주변의 소재가 너무 매력적이다. 한국식 오컬트 소재는 매회차 다른 주제가 나오더라도 상당히 독창적이고 매력있다. 서양식 오컬트와는 다른 매력이다. 세계관 자체만으로도 웹툰의 재미를 크게 끌어올린다.

작화도 웹툰의 매력을 한껏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다소 으스스하고 섬뜩한 괴이들의 모습을 작화로 생동감 있게 풀어낸다. 미지의 존재인만큼 자칫 작화가 힘이 떨어지면 몰입도가 하락하는데 ‘반월당의 기묘한 이야기’는 작화가 120% 힘을 발휘한다. 세계관의 분위기를 매우 잘 잡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