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갈등' 부추긴 尹…2030 여성들 "출산 안 하겠다" 반발

by최정희 기자
2022.03.12 15:25:56

윤석열 당선자 공약 ''여가부'' 폐지 좌초 위기
英 가디언 "젠더 정치, 윤 대통령 당선자 시험대 놓여"
젠더 정치 마케팅 6월 지방선거 앞두고 무리
''국민 통합'' 얘기한 윤 당선자, 젠더 이슈 부메랑으로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여성가족부 폐지를 비롯한 저출산에 대한 인식이 2030세대 여성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에 따라 젠더 갈등을 풀어가는 것이 윤 당선인의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 통합’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공약으로 내걸었던 여가부 폐지 등이 현실화되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영국 가디언은 11일(현지시간) “한국의 젠더 정치가 차기 대통령을 시험대로 올려놨다”며 “윤 당선자가 성차별 의혹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이었던 작년 8월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의 공부 모임인 ‘명불허전 보수다’에 참석해 페미니즘을 저출산의 원인 중 하나로 진단했다. 당시 윤 당선인은 “페미니즘이라는 것이 너무 정치적으로 악용돼서 남녀간 건전한 교제 같은 것도 정서적으로 막는 역할을 많이 한다는 얘기도 있더라”며 “페미니즘도 건강한 페미니즘이어야지, 선거나 집권 연장에 유리하게 하고 이렇게 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역시 ‘여성 할당제’를 역차별이라고 발언하고 페미니즘을 ‘복어 독’에 비유하는 등 대선 과정에서 성차별 논란이 커진 바 있다.

이는 선거 결과로 고스란히 나타났. 2030 여성들의 절반 가량이 윤 당선인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줬다.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의 젠더 갈등 이슈는 ‘이대남(20대 남성)’ 등 2030세대의 남성 표를 얻는 데 유효했지만 결과적으로 여성 표를 잃어버렸다. 이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역효과를 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젠더 이슈는 차기 대통령인 윤 당선인이 풀어야 할 과제로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출산 보이콧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한 커뮤니티에선 “윤석열 임기 동안 출산하지 않겠다”는 등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특히 윤 당선인이 제시했던 여성가족부 폐지, 성범죄 무고죄 강화 등이 반발을 사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회는 윤 당선인의 당선 발표 이후 성명을 내고 “혐오 선동과 젠더 갈등의 퇴행적이고 허구적인 틀을 적극 활용해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켰다”며 새 정부에 성평등 실현을 위한 책무를 다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윤 당선인 측은 한국에선 구조적인 성차별이 없다는 입장을 제시한 바 있다.

외신 등에서도 윤 당선의 젠더 인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BBC 등에선 2020년 고용노동부 자료를 근거로 “한국은 여성의 평균 임금이 남성의 67.7%로 선진국 중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가 가장 크다”며 “기업 임원진에서도 여성 비율이 5%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성범죄 처벌 역시 관대한 편이란 지적이다. 10년간 성범죄자 가운데 28%만 실형을 선고받았고 41.4%는 집행유예, 30% 정도는 벌금형을 받는 데 그쳤다. 그런 가운데 불법 촬영물 가해자의 98%는 남성이고 피해자의 80%는 여성이다.

가디언도 “한국은 K팝과 드라마의 성공에도 여성 인원에 대해선 국제사회 하위권”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2021년 세계경제포럼(WEF) 글로벌 성 격차 보고서에서 156개국 102위에 그쳤다.

AP통신은 “한국 여성은 수 년간 뿌리 깊은 남성 우월주의에 맞서 싸우며 느리지만 꾸준히 전진해왔는데 최근 한국 대선을 통해 취약점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남성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해 젠더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에 따라 윤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여가부 폐지의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도 나온다.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예정된 상황에서 젊은 여성의 표심을 잃어버리는 젠더 갈등을 다시 선거 전략으로 제시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또 여성가족부 폐지를 위해선 국회가 정부조직법 개정에 동의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더불어민주당이 국회를 장악하는 ‘여소야대’ 정국이 될 것으로 보여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