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중형 픽업트럭 추가 감산…車반도체 씨가 말랐다(종합)
by김정남 기자
2021.03.25 07:34:39
GM 미주리공장, 내달 12일까지 생산 중단
수익성 높은 SUV 등에 부족한 반도체 집중
한국GM 부평2공장, 감산 당분간 이어갈듯
가뜩이나 부족한데…르네사스 화재 직격탄
아직 가동 중인 현대차, 내달 감산설 돌아
올해 자동차업계 69조원 매출 감소 겪을듯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전세계 자동차업계가 반도체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면서 주요 업체들은 줄줄이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 이미 감산 중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중형 픽업트럭 생산을 추가로 줄이기로 했다. 한국 자동차업계 역시 영향권에 들어왔다는 관측이 부쩍 많아졌다.
24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노동조합(UAW) 지역 조직은 소속 노동자들에게 GM 미주리주 공장이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 가동을 중단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메시지를 보냈다. 미주리주 공장에서 생산을 줄이는 차종은 중형 픽업트럭인 GMC 캐니언과 쉐보레 콜로라도 등이다. GM은 구체적인 감산 물량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미주리주에서 승합차는 계속 만들 것이라고 회사 측은 전했다.
GM은 아울러 미주리주 공장의 하반기 가동 중단 기간을 예정보다 2주 앞당기기로 했다. 5월24일~7월19일로 조정했다.
GM의 조치는 부족한 차량용 반도체를 수익성 높은 풀사이즈 픽업트럭과 SUV 등을 생산하는데 집중하려는 것이다. 일종의 고육지책이다. 데이비드 바나스 GM 대변인은 “GM은 쓸 수 있는 모든 반도체를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을 생산하고 출하하는데 활용할 것”이라며 “풀사이즈 트럭 공장은 가동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한 건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자동차 수요가 급격히 줄면서 반도체업계가 스마트폰과 PC 등 IT용의 비중을 늘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해 하반기 이후 자동차 수요는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했고, 생산을 늘리려던 자동차업계는 반도체 수급 불일치의 난관에 부딪혔다.
반도체 품귀는 갈수록 더 심화하고 있다. 미국의 기록적인 정전 사태로 NXP, 인피니언 같은 차량용 반도체 전문업체들이 라인 가동을 멈춘 데다, 세계 3위 차량용 반도체 제조업체인 르네사스가 예기치 못한 화재로 가동을 중단해서다. 바르나스 대변인은 “(차량 생산에 미칠) 르네사스 화재의 여파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GM은 이미 반도체가 모자라 공장 문을 닫거나 생산을 줄인 곳이 적지 않다. 지난달 초 생산을 멈춘 미국 캔자스주 공장과 캐나다 온타리오주 공장의 경우 다음달 중순까지 가동을 중단할 계획이다. 한국 공장도 영향을 받고 있다고 CNBC는 전했다. 한국GM 부평2공장은 지난달부터 공장 가동률을 절반 수준으로 낮췄으며, 이대로라면 다음달 역시 이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GM뿐만 아니다. 포드는 이번주 미주리주 공장에서 트랜짓 밴 생산을 줄일 것이라고 이날 전했다. 다만 주력 기종인 F-150 픽업트럭 생산은 유지하기로 했다. GM과 마찬가지로 ‘돈 되는’ 차종에 일단 반도체를 몰아주는 식으로 공장을 운용하겠다는 것이다. 이외에 혼다, 도요타, 폭스바겐 등 주요 업체들은 이미 감산에 나서고 있다. 혼다 관계자는 “반도체 공급망 문제로 북미 생산을 줄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현대차(005380)와 기아는 아직 가동을 멈추지 않았지만 곧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현대차와 기아는 반도체 재고를 확보한 덕에 버티고 있지만 다음달에는 생산 중단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컨설팅회사 알릭스파트너스 분석을 보면, 올해 전세계 자동차업계는 반도체 부족으로 606억달러(약 69조원) 규모의 매출액 감소를 겪을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