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파 투톱에 지한파 행동대장…북핵문제 ‘당근과 채찍’ 함께 꺼낸 바이든
by김정남 기자
2021.01.18 06:00:00
[美 바이든 시대의 인물들-외교안보]
타고난 외교관 블링컨-설리번 투톱 뜬다
''아시아 차르'' 캠벨 등 한국통 다수 포진
단계별 접근, 강경한 제재로 북한 다룰듯
''亞 중시 정책'' 핵심, 동맹 통한 中 견제
韓, 美-中 사이서 선택 기로 놓일 수도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동맹과 공조를 통한 중국 견제’, ‘대북 전략적 인내의 부활 가능성’
오는 20일(현지시간) 닻을 올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주요 외교안보 정책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오바마 행정부 때처럼 중국 견제를 염두에 둔 아시아 중시 정책(Pivot to Asia)을 중심에 놓되, 대북 전략은 강경과 온건을 동반한 단계적 접근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기본 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는 완전히 다른 ‘다자주의’여서 미국과 동맹인 한국 입장에서는 중국과 북한에 대한 외교적 스탠스가 까다로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외교안보라인을 보면 주요 면면부터 그 특징이 확연하다. 바이든 외교안보팀의 ‘투톱’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가 대표적이다. 두사람의 공통점은 오바마 정부 때 북한을 경험했던 외교 엘리트라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초대 국무장관에 엑손모빌 회장 출신의 기업인 렉스 틸러슨을 지명하는 등 예상 밖의 인선을 했던 것과는 다르다.
블링컨은 오바마 정부 말기 국무부 부장관을 지내며 대북 관련 ‘전략적 인내’ 정책에 깊숙이 관여했다. 전략적 인내는 북핵 문제와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등 압박을 지속하며 북한의 붕괴와 백기투항을 기다린다는 정책이다.
단계적 접근을 강조하기는 하지만 그 기저에는 북한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블링컨은 지난해 9월 한 대담 프로그램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두고 “세계 최악의 폭군 중 한 명(one of the world’s worst tyrants)”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과 세 차례 회동하며 대외적의 우의를 과시했던 트럼프 대통령 때보다 대북 제재가 더 강경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2013~2014년 바이든 당시 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내며 북한 문제를 다룬 설리번 역시 △단계별 접근 △강경한 제재 △국제사회 공조 등의 대북 스탠스가 비슷하다.
‘행동대장’ 격인 커트 캠벨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은 가장 주목되는 인사다. 캠벨은 오바마 정부 때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를 지내며 아시아 중시 정책을 설계했다. 특히 한국통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정가에서는 바이든 당선인이 그에게 ‘아시아 차르’ 직책을 부여한 건 사실상 아시아 문제에 있어 전권을 줬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그의 대북관은 ‘신중론’에 가깝다. 캠벨은 지난해 5월 한 싱크탱크 토론회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한국, 일본과 긴밀하게 공조도 해봤고 대북 제재도 해봤지만, 북한은 결국 핵을 개발했다”고 했다. 북핵 문제는 매우 풀기 어렵고, 그래서 철저하게 현실적이고 외교적으로 풀 것이라는 공감대가 바이든 외교안보팀에 형성돼 있는 것이다. 트럼프식(式) 정상회담 ‘깜짝쇼’는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국정부로서는 한반도 비핵화를 중요한 의제로 보는 바이든 당선인과 핵 포기 의지가 없는 김 위원장 사이의 접점이 마땅치 않다는 게 난제다.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 난이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특히 미국내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북한을 향한 미국의 강경책에 동조할 지 의구심을 보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로 손꼽히는 브루스 배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바이든 당선인이 대북 제재를 강화할 수 있는 영역은 많다”며 “한국 정부는 북한에 국제사회 룰에 맞게 행동할 수 있게 인센티브를 주되, 지켜지지 않으면 강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AFP/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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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의 또 다른 난제는 바이든 정부의 대(對)중국 강경책이다. 바이든 정부가 내세울 아시아 중시 정책의 핵심이 중국이라는 건 잘 알려져 있다. 블링컨과 설리번은 인도와 관계를 강화하고 태평양 지역 동맹들에 대한 관여를 높이려는 건 모두 중국을 경제하기 위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1:1 구도’를 만든 후 다른 나라에 어느 편에 설지 선택을 강요한 반면, 바이든 당선인의 복안은 행동(공동 전선)까지 같이 하기를 원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설리번은 최근 CNN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부 무역 전략의 결점은 ‘나홀로’였다는데 있다”며 “세계 경제의 60%를 차지하는 동맹 없이 미국 혼자 중국에 대응했다”고 비판했다. 설리번은 무역 외에 기술, 인권, 군사까지 동맹들과 공동 의제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한국의 외교적 고민을 더할 수 있는 문제다. 경제 의존도가 큰 중국을 함께 견제하자는 요구를 바이든 정부로부터 들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안정적 한미 동맹을 강조하는 동시에 일본까지 더한 3각 동맹으로 중국에 대응할 개연성이 크다. 이 때문에 미국과 외교적 명분은 지키면서, 중국과 경제적 실리는 유지하는 묘안을 도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링컨이 국무부 부장관이던 때 카운터 파트너(당시 외교부 1차관)로 일했던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안보에 있어 미국이 동맹인 만큼 미국의 입장을 존중하는 게 맞다”며 “문제는 비(非)안보 분야인데, 초기에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중견국이 강대국을 상대할 때는 국제규범의 일관성을 우리 편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예컨대 무역 문제에 있어서는 세계무역기구(WTO) 규범 등의 원칙을 지켜야 힘의 논리로 밀리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