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류성 기자
2020.05.09 09:50:53
[발가벗은 힘: 이재형의 직장인을 위한 Plan B 전략]
(38)‘퍼스트’를 넘어 ‘유니크’가 되자!
그간 나의 ‘발가벗은 힘’ 스토리를 전해드렸다. 그런데 앞으로는 종종 독자 여러분들께 힘이 될 수 있도록 다른 이들의 사례, 특히 현재 자신의 브랜드를 잘 구축해 나가고 있는 사람의 ‘발가벗은 힘’ 이야기를 전해드리겠다. 그 네 번째 사례로 병원의 의사와 조직의 리더를 훈련하며 그들의 행복한 성공을 돕고 있는 이명진 코치(힐리스닝 대표)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다.
이명진 코치는 회사에 다닐 때 <오리진이 되라>는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았다. ‘베스트(Best)가 되기 보다 퍼스트(First)가 되라’는 책의 메시지는 그에게 인생의 나침반이 되어주었다. 그는 책의 메시지를 참고하여 자신만의 인생 철학을 세웠다. ‘퍼스트를 넘어 유니크(Unique)가 되자!’ 그리고 2012년, 다니던 직장에 과감하게 사표를 던졌다. 그렇게 그는 ‘발가벗은 힘’을 키우기 위한 여정을 밟기 시작했다.
그는 퇴사하기 전에 교육팀에서 일하면서 ‘코칭’을 접하게 되었다. 당시 회사에서는 실적이 우수한 영업사원들을 대상으로 ‘코칭 질문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기존의 설명 중심 상담에서 코칭 중심 상담으로의 변화를 꾀했던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질문 스킬을 교육받은 영업사원들은 신형 무기를 장착한 것처럼 기뻐했지만, 실제 고객 상담에 적용했을 때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지는 못했다. 이 코치는 원인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러던 어느 날 불현듯 ‘질문 스킬만 교육하고, 경청하는 법을 훈련시키지 않아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영업사원들을 대상으로 ‘경청학교’를 개설했다. 그런데 예상 밖의 일이 벌어졌다. 회사 프로그램과 별개로 비공식적으로 오픈한 이 강좌에 무려 150명이 지원한 것이다. 참고로 처음 모집인원은 30명이었다. 경청학교 개설 전에 그는 약 1000여 명의 영업사원들 앞에서 데모 코칭(코칭 시연)을 20분가량 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코치 자격증도 없었지만, 영업사원들을 진심으로 돕고 싶었던 그의 진정성과 열정이 전달된 결과였으리라.
그는 경청학교에 지원한 150명 중 학습 열의가 높은 순으로 30명을 선정해 2개월 간 매주 3시간씩 경청 훈련을 시켰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성실한 태도로 끝까지 참여한 영업사원 15명의 평균 실적이 2배 이상 상승했다. 그 중에는 지점 꼴찌였다가 본부 1등을 한 사람도 있었다. 그는 ‘경청학교’를 3기까지 운영하며 실질적인 효과를 입증한 후 확신을 가졌다.
그래서 회사에 프로그램 런칭을 정식으로 건의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의 건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자신의 영향력이 부족하다고 느꼈던 그는 내부 직원이 아니라 외부 전문가로서 다시 회사에 제안하기로 굳게 마음을 먹었다. 또한 야생에 나와 경청 훈련 분야에서 ‘유니크’한 존재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과감하게 사표를 던졌다.
퇴사 후 이명진 코치는 창업을 했다. ‘힐리스닝’이라는 회사 이름은 ‘경청(傾聽)’이라는 한자가 담고 있는 ‘남의 말을 귀기울여 주의 깊게 듣는다’는 의미의 영어 단어가 없다는 생각에 그가 만든 말이다. 코칭계에서 한류 바람을 일으키고자 하는 포부를 담은 이름이기도 하다. 말을 잘하는 법을 교육하는 곳은 많다. 반면 경청을 잘하는 법을 훈련시키는 곳은 드물다. 이 분야에서는 어쩌면 힐리스닝의 ‘경청학교’가 ‘오리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야생의 삶은 혹독했다. 그는 자신에게 ‘발가벗은 힘’이 충분하지 않음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런데 창업 후 1년이 흐르고 절박함이 극에 달했을 무렵 기회가 찾아왔다. 대기업 교육팀과의 사전 미팅에서 그는 설명과 말을 많이 하는 다른 경쟁자들과 다르게 질문을 함으로써 대기업 담당자들의 마음의 문을 열 수 있었다.
유니크한 그의 접근 방식이 통한 것이었다. 그 기업에서의 성공적인 강의가 발판이 되어 ‘경청학교’는 매월 꾸준히 진행되고 있고, 현재 90기까지 진행되었으며, 오는 6월에는 91기를 진행할 계획이다. ‘경청학교’를 통해 이룬 성과도 많다. 그는 주로 병원 의사들을 코칭하고 있는데, 경청 훈련을 통해 의사들이 코칭 닥터가 되도록 돕고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병원 조직 전체를 코칭하면서 조직문화 혁신을 돕고 있다. 이를 통해 병원의 임직원과 환자 모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는 게 그에게 가장 뿌듯하고 행복한 일이라고 한다. 모 병원의 경우 원장이 경청 훈련을 받고 나서 환자 만족도, 환자의 소개율, 직원 만족도, 직원 정착률 등이 개선되었고, 매출도 150% 증대되었다.
이제 이 병원은 전국 병원에서 벤치마킹하는 병원이 되었다. 이 코치는 2030년까지 대한민국 각 도시마다 ‘경청학교’를 건립하는 것이 목표다. 그의 ‘발가벗은 힘’인 ‘경청력’이 뿌리가 되어 세상 곳곳에 ‘경청학교’라는 결실이 맺어지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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