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LG화학 여수공장, 세계 최고 기술력으로 위기 정면돌파

by성문재 기자
2015.03.01 11:00:01

1976년 공장 설립 후 40년간 1800배 규모 성장
NCC공장, 세계 최고 에너지 효율..독보적 1위
SAP공장, 1개 라인서 연 8만t 생산..세계 최고
"저유가·경기침체 등 정면돌파해 수익성 강화"

연간 900만t 이상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LG화학 여수공장 전경. LG화학 제공.
[여수(전남)=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지난해 국제 유가 급락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다소 부진한 실적을 올린 LG화학은 미래 성장을 다짐하며 전천후 경쟁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7일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로 약 50분, 버스로 20여분을 이동해 도착한 LG화학 여수공장에서 이를 실감했다.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약 290만㎡에 걸쳐 자리잡고 있는 LG화학 여수공장은 지난해 매출 8조원을 기록하며 LG화학 전체 매출(22조5778억원)의 약 35%를 거둔 핵심 사업장이다.

LG화학(051910) 여수공장은 지난 1976년 5000t 규모의 PVC공장에서 시작해 지금은 연간 900만t이 넘는 석유화학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연평균 22%씩 성장해 1800배 이상 생산규모를 늘린 것이다.

LG화학 여수 NCC공장 모습. 파이프 구조물 사이로 보이는 기둥들이 17개의 열 분해로다. LG화학 제공.
LG화학의 PE, ABS, PVC 등 다양한 석유화학제품들의 시발점은 바로 NCC(Naphtha Cracking Center)공장이다. LG화학 여수NCC는 지난해 말 증설을 통해 연 115만t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갖췄다.

NCC공장은 원유를 분별증류해 나온 납사(Naphtha)를 들여와 800℃ 이상의 고온에서 열분해 과정을 거쳐 석유화학제품의 기초 원료가 되는 에틸렌, 프로필렌 등을 생산하는 곳이다.

열 분해로 내부를 관찰할 수 있는 해치를 열자 시뻘건 불길이 분해로 안에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된 파이프들을 달구고 있었다. 납사가 이 파이프를 통과하면 에틸렌 등의 기초유분으로 분해된다.

분해로에서 뿜어져 나오는 온기가 느껴지긴 했지만 820℃의 고온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았다. 이병민 NCC생산팀장은 “분해로 안의 압력이 마이너스(-)라 열기가 밖으로 빠져나오지 않는다”며 “열 손실을 막기 위해 단열을 철저히 했다”고 설명했다.

NCC공장은 고온으로 제품을 만드는 공정 특성상 에너지 소비가 많아 에너지를 얼마나 적게 사용하느냐가 NCC공장의 기술력을 판가름한다.

LG화학 여수 NCC공장은 지난해 12월 완료된 증설을 통해 세계 최초로 3000대 에너지 원단위(1kg의 에틸렌을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에너지 양)를 달성했다.

세계 115개 NCC공장의 평균 에너지 원단위가 7500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LG화학은 세계 평균치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에너지만 사용하고도 동일한 양의 기초유분을 생산하고 있다.



김영환 NCC공장장(상무)은 “에너지 사용비용은 생산원가에서 원재료비 다음으로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며 “우리가 생산한 기초유분을 원료로 PVC, ABS 등의 제품을 생산하는 다운스트림 공장의 원가 부담도 낮춰주는 연쇄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LG화학 NCC공장은 에너지 저소비 공정 구축에 그치지 않고 공정에서 발생한 부생가스를 이용해 4기의 GTG(가스터빈발전기)를 돌려 시간당 약 100MW(메가와트)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이는 자체 소비분을 초과하는 규모로 잉여 전기는 전력거래소에 판매한다. 이를 통한 매출은 매월 약 30억 원에 달한다.

NCC공장 옆에 위치한 SAP(고흡수성 수지, Super Absorbent Polymer)공장은 여타 석유화학공장과 다르게 반응기 등 설비들이 외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송희윤 SAP공장장(수석부장)은 “SAP은 주용도가 기저귀 등 피부에 직접 닿는 제품으로 공정 특성상 먼지나 벌레와 같은 이물 유입 등을 방지하기 위해 외부와 차단된 형태”라고 설명했다.

SAP은 아크릴산과 가성소다를 중합해 생산하는 백색 분말 형태의 합성수지 제품으로 유아 및 성인용 기저귀, 여성용품, 전선 방수제 등의 원료로 사용된다.

이날 직접 목격한 SAP의 흡수성은 마술과도 같았다. 물 200g에 SAP 2g을 부으니 1분도 안돼 젤리같은 형태로 변했다.

물 200g이 담긴 비커에 SAP 2g을 넣으니 1분도 채 안 돼 젤리같은 형태로 변했다. 비커를 뒤집어도 흘러내리지 않는다. 사진=성문재 기자.
세계 SAP시장 점유율 12%로 세계 4위 메이커로 도약한 LG화학은 SAP 분야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2008년 SAP 사업 진출 후 2년 주기로 SAP 공장을 하나씩 늘려 현재 7만t 규모의 김천공장을 포함, 연간 28만t의 SAP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1개 라인당 생산능력 연간 8만t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여수공장에 추가 건설중인 8만t 규모의 제4공장이 올해 상반기 완공해 하반기부터 시운전에 들어가면 총 36만t의 대규모 일관 생산규모를 갖추게 된다. 사업 진출 7년 만에 생산능력을 5배 확대한 셈이다. 공장 옆 자동창고에서는 세계에서 밀려드는 주문을 맞추기 위해 지게차가 쉴새 없이 제품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송 공장장은 “SAP은 고도의 생산 기술이 필요해 소수의 선진 화학기업들만이 생산할 수 있는 고부가 제품으로 LG화학은 차별화된 R&D 역량을 바탕으로 독자기술 공정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LG화학에서 생산하는 SAP의 90% 이상은 세계 1,2위 위생용품 제조기업기업을 포함해 해외로 수출된다”며 “7년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LG화학만이 갖고 있는 차별화된 R&D 역량과 뛰어난 영업력, 고객의 요구에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차원 높은 기술력이 한데 어우러져 이뤄낸 성과”라고 강조했다.

여수공장 주재임원인 유재준 상무는 “LG화학 여수공장은 한발 앞선 준비와 선제적 대응으로 어떠한 환경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갖춰 왔다”며 “1976년 공장 설립 이래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해 온 저력을 바탕으로 지금의 상황도 정면돌파로 이겨낼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