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한규란 기자
2013.07.11 09:10:51
사고기 조종사 "강한 불빛에 눈 안보였다"
[이데일리 한규란 기자]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착륙 사고가 난 아시아나항공(020560) OZ214편 여객기 기장이 비행기가 활주로에 멈춘 후 90초가 지날 때까지 탑승객들에게 탈출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가 10일(현지시간) 밝혔다.
데보라 허스먼 NTSB 위원장은 이날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사고조사 내용 브리핑에서 기장이 충돌 직후 조종실로부터 지시를 기다리던 승무원들에게 처음에는 대피 절차를 시작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항공기 비상사태 때 90초 이내에 승객 전원을 탈출시켜야 하지만 지시를 내리지 않아 승객 탈출이 지연됐다는 의미다. 약 90초가 지난뒤 2번 탑승구에 있던 승무원이 동체 외부 중간쯤에 치솟는 불길을 창문을 통해 목격하고 이를 조종실에 보고된 뒤에야 탈출이 시작됐다.
허스먼 위원장은 “조종사들이 어떤 이유로 그랬는지 알 수 없지만 앞선 사례들을 봐도 탑승객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킬 차량들이 도착할 때까지 탈출 작전을 시작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장들은 비행기 앞 쪽에 있기 때문에 승무원들로부터 보고를 받을 때까지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와 관련해 더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응급차는 사고 후 2분 이내 도착했고 3분 이내에 화재 진압을 시작하는 등 비교적 신속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승무원 2명이 1번 비상구와 2번 비상구에서 펼친 탈출용 미끄럼틀이 비행기 안쪽으로 펴지면서 깔렸고 한명은 다리가 부러진 사실도 확인했다.
떨어져 나간 동체 꼬리 부분을 통해 밖으로 튕겨나간 승무원은 당초 알려진 2명이 아닌 3명이라고 NTSB는 밝혔다. 이들 3명은 아직 조사를 하지 못한 상태이다.
허스먼 위원장은 또 여객기를 조종한 이강국 기장과 이정민 교관 기장은 충돌 34초전에 강한 불빛에 잠시 눈이 안보이는 상태였다고 밝혔다. 이들은 착륙 직전 500피트 상공에 도달했을 때 지상에서 비춘 강한 불빛 때문에 잠시 눈이 안보이는 상황이었다고 NTSB 조사관에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이저포인트 불빛이냐는 질문에 허스먼 위원장은 “분명하지 않다”면서 “현재로선 조사해봐야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불빛이 비쳤다는 500피트는 너무 낮은 고도와 느린 속도라는 사실을 조종사들이 인지한 시점의 사고기 고도다. 사고기는 34초 뒤에 활주로와 충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