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찐명` 女청년정치인은 왜 `이재명 민주당`에 소송을 걸었나?
by김유성 기자
2024.03.23 12:31:55
전유진 前 지역위원장, 민주당 상대 가처분 신청
"달성군 지역구 후보자 비례도 신청…당규 위반"
가처분 기각됐지만 "본 소송 가겠다" 불사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때 대구시 달성군수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갔던 전유진 전 민주당 달성군 지역위원장은 ‘친명’을 넘어 ‘찐명’을 자처하던 청년 정치인이다.
지난 대선 때 그는 대구에서 서울까지 매일 KTX를 타고 가 유세 활동을 도왔다. 이후로도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원외 정치모임의 일원으로 활동해왔다.
그런 그가 지난 15일 서울남부지방법원(민사 51부)에 민주당을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냈다. 민주당의 대표자가 이재명 대표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재명’을 상대로 한 셈이 된다.
| 전유진 전 달성군지역위원장의 페이스북 배경 사진 (사진에서 이재명 대표 오른편(파란색티)에 앉은 이가 전 전 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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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제기한 가처분 소송은 ‘박형룡 달성군 민주당 국회의원 후보자에 대한 공천 효력 정지’가 주된 내용이다. 박 후보자를 공천한 게 훗날 민주당에 손해를 끼칠 수 있으니 재고해달라는 것이었다.
그와 함께 달성군 민주당 당원, 타 지역 당원 등을 포함해 29명이 이번 가처분 신청에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 대구시당 입장에서는 탈당계를 내며 민주당을 나간 것보다 더 충격이었다.
다만 이 가처분 신청은 후보자 등록 전인 지난 20일 결론이 나왔다. 이날(20일) 서울남부지법에서는 전 전 위원장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민주당이 행사한 공천에 대한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하고, 해당 후보자에 대한 공천이 취소될 만큼 중대한 하자가 있지 않다”고 봤다.
가처분 기각 결정이 나왔지만 전 전 위원장은 본 소송에 들어가겠다는 태세다. 공천 과정에서 (자신이 보기에)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에 바로잡겠다는 입장이다.
그가 봤던 불합리한 상황은 어떤 것을 의미할까. 단수공천을 받은 후보자가 비례대표까지 신청하면서 ‘당규’를 위반한 점이다.
실제 전 전 위원장이 제시한 ‘당헌당규 이중신청에 대한 후보자신청무효 규정’ 중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지역구후보자추천신청공모 내용 제 7항’을 보면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동시 신청 불가’로 돼 있다.
좀 더 정확히는 ‘더불어민주당의 공직선거후보자로 추천받고자 하는 자는 반드시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와 비례대표 후보자 신청영역 중 한 영역으로만 신청이 가능하다’고 돼 있다.
이 때문에 박 후보자의 비례대표 신청을 놓고 대구시당 당원 내에서 설왕설래가 오간 것도 사실이다. 한 당원이 민주당내 선거관리위원회에 이를 제소했지만 별다른 답을 못받았다고 전 전 위원장은 전했다.
전 전 지역위원장 입장에서는 해당 후보자와 대구시당에 대한 서운함도 있다. 그간 자신이 갈고 닦아왔던 지역구를 ‘선배정치인’에게 양보했는데 그가 당규를 어겼다는 서운함이다.
그는 “그동안 공들였던 지역을 정말 힘들게 내어드렸는데도 이렇게 했다”면서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 같은 전 전 위원장의 주장에 대해 대구시당 관계자는 “본인의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민주당 중앙당 관계자도 “지역위원장 공천 신청과 비례대표 신청에 있어서는 시차가 있다”면서 “이중 등록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들이 재판부에 제출한 답변서에도 이 같은 입장은 나와 있다. 민주당은 법률대리인을 통한 답변서에서 “당규상 국회의원 지역구 후보자에 대한 선정 기준을 비례대표제 후보에 대한 선정 기준으로 확대 해석할 수 없다”면서 “그렇다고 해도 나중에 신청한 것(비례대표 신청)이 신청한 것이 무효가 되면 된다”고 했다.
박형룡 후보자도 비슷한 취지의 입장을 이데일리에 밝혔다. 그는 “비례신청 공모 공지 사항에는 지역구 신청자는 신청해서는 안된다는 제한 규정이 없었다”면서 “당시 전략비례순위에 대한 방침도 공지된 게 없었다”고 말했다.
전 전 위원장에 대한 섭섭함도 전했다. 그는 “당내 절차의 문제를 법원에 가처분신청까지 한 점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대구시당에서는 자칫 내분 상황으로 비춰질까 우려하는 눈치였다.
박 후보자도 할 말은 많다. 우선은 대구·경북(TK) 지역이 민주당 후보들의 험지라는 점이다. 당선될 확률이 희박하다는 얘기다. 과거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힘겹게 지역구 선거에 나선다. TK 밖 누군가에게는 ‘숭고한 희생’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당사자들은 암담한 현실을 버텨내야 한다.
지역구 후보였던 박 후보의 비례대표 후보 신청은 현실적인 선택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지는 싸움’을 하면서 많은 TK 민주당 정치인들이 희생됐기에, 이를 줄여 TK정치인의 저변을 넓히자는 취지로 보인다.
박 후보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지역구에서 뛰다가 비례신청을 하고 선출이 안되면 지역구에 출마하도록 하는 게 낫다고 본다”면서 “이 방식을 썼다면 대구의 경우 몇 곳 정도는 후보를 더 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에도 과정이 문제가 됐다. 중앙당은 모호한 규정으로 문제의 빌미를 줬다. 결론을 내는 과정 속에 당사자(전 전 위원장)에 대한 설득이 부족했다.
문제 제기자는 해당행위자로 취급됐다. 지난 한 달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목격할 수 있었단 문제점이 고스란히 험지 지역구에서도 반복된 것이다.
이번 일로 민주당 대구시당은 귀중한 여성 청년 정치인 한 명을 잃게 됐다. 전 전 위원장은 네 아이의 40대 엄마로 ‘스토리텔링’이 풍부할 수 있는 청년 정치인이었다.
그는 “이재명이 이끄는 민주당이라 더 신뢰했는데 이번에 많은 실망을 했다”면서 “이번 일로 정치인들을 더 불신하게 됐다”라는 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