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경은 기자
2023.08.09 08:42:48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역대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규제개혁은 국정과제 1순위를 다툰다.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발표하는 국정과제에는 어김 없이 규제개혁이라는 네 글자가 들어간다. 이를 역설적으로 말하면 역대 정부 모두 규제개혁이라는 과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도 마찬가지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신설해 대통령이 직접 규제개혁의 선봉장으로 나섰다. 경제관련 부처 장관들도 주요 업무 중 하나를 규제개혁으로 꼽을 정도다.
산업현장에서는 규제개혁의 기대치보다 정부의 노력이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특히 여러 부처에 걸친 사안인 ‘덩어리 규제’의 경우 그 해결 속도는 현저히 떨어진다고 입을 모은다. 하나의 부처와 얽힌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또 다른 부처의 관련규정이 의도치 않게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아서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부처간 입장 차이로 서로 얼굴을 붉히는 경우도 있다. 규제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해당 규제를 관할하는 부처를 공격할 수밖에 없어서다. 부처간 이견이 심할 경우 결국 그 불똥은 고스란히 해당 기업이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산업현장에서는 현장 공무원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취재과정에서 만나는 많은 중소기업인들은 규제를 받는 이유조차 설명하지 않고 “현재 규정상 안됩니다”라는 앵무새같은 말만 반복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한다.
규제개혁의 컨트롤타워라고 할 수 있는 국무조정실은 최근 1년간 주요 규제 10건을 철폐하거나 개선했다고 발표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규제개혁의 선봉장으로 나선 이들이 과거 규제를 담당했던 60~70대 퇴직 공무원이라는 점이다.
국조실의 설명처럼 이들이 규제개선에 적극적일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이 규제를 만들어 본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규제개혁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민간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이구동성도 이와 결이 다르지 않다.
규제개혁은 어쩌면 공무원들이 자신의 뼈를 깎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 결국 규제를 만든 정부부처의 결자해지의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