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동 ‘옹벽아파트’ 환경평가 의견서, 이재명 측근 김현지가 냈다

by송혜수 기자
2021.11.18 07:58:04

[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추진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개발과 관련한 환경평가에 이 후보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현지 전 경기도 비서관이 관여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백현동은 대장동에 이어 부동산 개발 민간사업자가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인 곳이다.

경기 성남시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들어선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17일 한국경제에 따르면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입수한 식품연구원의 ‘지구단위계획결정 전략환경영향평가 용역보고서’에는 시민단체인 ‘성남의제21’이 2016년 6월 성남시에 백현동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한 공문을 보낸 사실이 담겨 있다.

해당 공문에서 성남의제21은 “식품연구원 부지 지구단위계획 결정을 위한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요청 관련 붙임과 같이 의견서를 제출한다”라고 적었다. 하단에는 ‘사무국장 김현지’라고 서명됐다.

여기서 김씨는 이 후보와 성남시에서 시민운동을 함께한 인물로 이 후보가 집행위원장으로 몸담았던 성남참여자치시민연대에서 사무국장을 지냈다. 또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 시절엔 그의 5급 비서관으로 지내는 등 이 후보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성남의제21이 공문을 보냈을 때 성남시는 백현동 식품연구원 부지 개발을 위한 환경영향평가를 하고 있었다. 당시 민간사업자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야산을 깎고 최고 높이 50m에 달하는 거대한 옹벽을 세우는 방안을 제시했는데, 이를 두고 한강유역환경청은 “비탈면이 과도하게 만들어져 붕괴가 우려된다”는 의견을 냈다.



실제로 아파트 내 옹벽은 무너질 경우 큰 인명피해가 날 수 있기 때문에 설치 기준을 까다롭게 규제하고 있다. 산지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비탈면(옹벽포함)의 수직높이는 15m 이하가 되도록 사업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또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절토(땅을 깎는 작업)시 시가화(市街化) 용도(아파트 용도 포함)의 경우는 비탈면의 수직 높이를 15m 이하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나 성남의제21은 해당 토지 개발과 관련해 ‘주변 녹지 훼손 최소화’, ‘관계자 환경보호 교육방안’ 등을 주문하면서도 개발 방식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왕 보전녹지를 개발해 공동주택단지를 조성하는데, 쾌적한 주거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라고 했다. 의견서는 당시 성남의제21 정책위원장이던 김인호 신구대 교수가 작성했다고 한다.

결국 백현동 개발이 추진됐고 현재 해당 아파트는 11층~12층 높이까지 옹벽이 세워졌다. 그리고 해당 아파트 개발로 인해 시행사였던 성남알앤디PFV는 3143억 원의 분양 이익을 챙겼다. 시행사 최대주주인 아시아디벨로퍼의 정 대표가 받아간 배당 수익만 703억 원에 이른다.

이에 대해 김씨는 “성남시 등 지방자치단체는 전문가 의견 수렴을 위해 성남의제21과 같은 민관거버넌스 기구에 자문 요청을 해오는 경우가 많다”라며 “백현동도 그 일환으로 담당 부서의 요청에 의해 전문가 의견을 보낸 것”이라고 한국경제에 말했다.